정몽준, 박근혜와 전면전 나선 내막
정몽준, 박근혜와 전면전 나선 내막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0-01-26 10:45
  • 승인 2010.01.26 10:45
  • 호수 822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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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 꺾지 못하면 대권없다” 절박

얼마 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정몽준 한나라당 현 대표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전ㆍ현 대표 간의 논쟁이 한나라당 차기 대권 후보 1, 2위의 미묘한 신경전 양상으로 비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정 대표의 `미생지신(尾生之信ㆍ미련하도록 약속을 굳게 지킴)` 발언 뒤 4일 만인 지난 18일 이를 정면 반박했다. 또 정 대표가 `당론 변경 추진`을 시사했던 지난 20일엔 이에 대해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자 정 대표는 다음 날인 21일 아침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대표나 어느 한 사람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비민주적 구조는 아니다"며 재반박했다. 설전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안개 속에 가려진 가운데 정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을 끈다.

현재의 논쟁을 보면 정 대표 측에서는 잃을 게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 대표는 이번 설전으로 박 전 대표와 대권 경쟁 구도를 그릴 수 있게 됐다. 정 대표의 태도에서도 이런 속내는 드러난다. 정 대표는 박 전 대표의 반박이 나올 때마다 마치 경쟁하듯 곧바로 반박논리를 쏟아냈다.

박 전 대표는 설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장을 천명하는 기회를 얻었다. 당초 정부안이 발표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친박계 내부에서는 `정부부처 규모가 축소되고 진전된 정부 수정안을 받는 형태로 딜(deal)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계속되는 `원안 고수’발언으로 일부에서 제기되는 ‘입장변화’는 있을 수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강경한 박 전 대표의 입장에 정 대표는 지난 22일 “박근혜 전 대표와 논의를 통해 처방전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정 대표는 이날 제주에서 열리는 ‘2010년 국정보고대회'에 참석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우선 박 전 대표와 우리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진단과 인식은 동일하다"며 “다만 어떤 것이 더 좋은 방법인가 하는 처방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 문제를 단순하게 대못에 비유하자면 ‘대못을 뽑느냐, 덧나지 않게 치유하느냐' 의견 차이"라며 “박 전 대표와 논의를 통해 처방전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 대표는 “문제에 대한 인식과 진단이 같으면 문제의 절반 이상이 풀린 것"이라며 “(박 전 대표와) 직접 만나서 대화하면 이 정도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최근 당론변경 논의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자는 정 대표의 주장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히자 토론을 거듭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친박연대는 같은 날 한나라당 정 대표가 지난 2002년 대선당시 행정수도 건설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는 한 인터넷 언론보도와 관련, “정 대표가 세종시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라는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전지명 친박연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보도에 따르면 정 대표는 당시 ‘행정수도를 건설했다고 기존 도시가 망가지는 경우는 없고 오히려 전국이 균형발전을 이룩했다'고 예찬했다"며 “정 대표는 이 뿐만 아니라 일부 정부 부처를 전국에 산개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측은 “당시 행정수도 이전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지역특성에 맞는 특정부처 이전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정 대표나 박근혜 전 대표 모두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으로서 과거 세종시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지 못해 당당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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