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의 동생 로타르 포셀러는 형 보다 세 살 아래다. 포셀러와 슈뢰더는 아버지가 다르지만 어린 시절 20여년동안 함께 살아온 둘도 없이 친한 이부(異夫)형제다.
슈뢰더는 1998년-2005년 사이 사회민주당 출신으로 독일 총리를 지냈다. 포셀러는 의약품 배달과 컴퓨터 판매업에 종사하였다.
1998년 형 슈뢰더가 총리로 우뚝섰는데도 포셀러는 그 다음해 하수구 청소부로 취직하였다. 그는 청소부 직장도 잃었다. 그는 몇 개월동안 실직상태에 있으면서 2개월간의 관광안내원 교육을 받고 스페인 휴양지 마요프카에서 관광요원으로 취직하였다. 이 자리도 물론 포셀러 스스로 구해낸 것이다.
그토록 어렵게 살면서도 포셀러는 형인 슈뢰더 총리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형도 형편이 어려운 동생에게 권력의 힘을 동원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내각제에서의 총리는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대통령과 같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슈뢰더 형제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선진 유럽의 깨끗한 정치문화를 상징해준다. 형이 국가 최고권력자인데도 동생은 하수구 청소부와 남의 나라 관광안내원으로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다르다. 형제중 하나가 대통령이 되면, 동생이나 형도 함께 대통령인 것 처럼 군림한다. 이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가 그러다가 쇠고랑을 차고 형무소로 갔는데 또 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오랏줄에 묶였다.
노건평씨는 농협이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도록 로비해주고 그 댓가로 세종캐피탈로부터 29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2월4일 구속되었다. 더욱이 노 씨는 로비 알선자인 정화삼*정광용 형제가 로비 성공사례조로 29억6300만원을 받은것이 포착되자 그들에게 “내 돈 내놓으라”고 요구까지 하였다. 노 씨의 ‘내 돈’ 요구는 대통령의 형이 아니라 지하 조직폭력배의 검은 돈 나눠먹기를 연상케 한다.
노 씨는 동생의 권력을 믿고 그동안 고압적인 자세로 군림한다고 해서 빈축을 샀다. 세간에선 그를 그의 고향 봉화 마을 이름을 따서 ‘봉화 대군’이라고 불렀다. ‘대군(大君)’이란 왕권시대에 왕의 아들이나 형제에게 붙여주던 존칭이다.
독일에서는 총리의 동생이 하수구 청소부로 일하는데 반해 대한민국에선 대통령의 형이 “대군”으로 군림하며 수십억원의 뇌물을 삼킨다. 둘 사이의 차이는 다른데 있지않다. 독일 등 구미 사람들은 권력을 이용해 부정적인 방법으로 호의호식하기 보다는 정직하고 청념하게 사는것을 더 보람찬 삶으로 믿는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 백성들은 권력이나 인맥 또는 지연의 끈을 잡아 수단과 방법가리지 않고 감투쓰고 돈 벌면 된다는 썩은 의식에 젖어있다.
우리 백성들의 부패의식은 대한민국이 수립된지 60년이 지났는데도 사그러들지 않고 독버섯처럼 퍼져있다. 이 독버섯이 모두 뿌리채 뽑히지 않는한 이 나라는 구미 선진국 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로 발돋움 할 수 없다. 제2, 제3의 ‘봉화 대군’이 나타나는 악순환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요즘 불어닥친 금융위기 극복도 다급한 과제지만, 수그러들지 않는 비리척결도 중대 과제이다. 특단의 비리 척결 조치와 범 국민적 운동 전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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