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vs 박근혜 뿌리깊은 전쟁 ‘내막’
이명박 vs 박근혜 뿌리깊은 전쟁 ‘내막’
  • 정치부 기자
  • 입력 2010-01-26 09:30
  • 승인 2010.01.26 09:30
  • 호수 822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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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朴 잡다 박博 터진다”
photo@dailysun.co.kr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친박근혜 진영과 친이명박 진영이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장면을 떠올릴 정도다. 다음 대선은 2012년 12월이라는 점에서 3년이나 남았지만 현실을 보면 올해 대선이 있는 게 아니냐는 ‘조기과열’ 조짐마저 나오고 있다. 세종시를 제외하고 한나라당은 핵폭탄은 또 있다. 바로 조기전당대회 개최 여부다. 당장 민본21등 소장파 인사들과 친이 일부 진영에서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명분은 지방선거 승리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권·대권과 맞물려 있다. 이번 당권이 2010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선거라는 상수가 존재한다. 지방선거 패배가 차기 정권 연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계파별 이해가 엇갈린다. 대선은 3년이나 남았지만 세종시 문제를 시작으로 차기 대권·당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세종시를 둘러싼 친이명박 진영과 친박근혜 진영은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다. 겉으로는 ‘원칙과 신뢰’와 ‘국가 백년지대계’를 운운하지만 그 뒤에는 치열한 차기 대권을 둘러싼 고도의 수싸움이 진행중이다. 세종시 문제는 당장 3월 조기전대를 비롯해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세종시 해법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벌써부터 국민들에게 식상한 배경이다. 대권은 2012년 12월로 3년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기 대권에 관심이 높은 당사자로서는 ‘세종시 해법=충청권 민심’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충청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선 승리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한 지역이다. 이를 잘 아는 차기 예비 대권주자로서는 충청민심을 가를 ‘세종시’문제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일단 세종시 문제에 적극적인 인사는 박근혜 전 대표다. 정몽준 대표의 ‘미생지신(尾生之信ㆍ미련하도록 약속을 굳게 지킴) 발언에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고, 그 애인은 진정성이 없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마디 정치’ 박근혜 ‘말수’가 늘은 원인은

친박 인사들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친박 홍사덕 의원이 ‘3~4개부처 이전’ 절충안을 내놓았을 때 박 전 대표는 “그 분의 개인 생각”이라고 확대 해석 여지를 차단했다. 또 다른 친박 성향의 이계진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 국회 투표 관련 “무기명투표로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생각이 있을 텐데 그렇게 숨기고 말고 할 일이냐”며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임할 부분”이라고 반대했다.

그동안 현안에 대해 ‘한 마디 정치’로 유명한 박 전 대표로선 말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왜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적극적인 것일까. 한 친이 인사는 “박 전 대표는 이제 대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할 수밖에 없고 과거 이회창 대세론과 같은 ‘박근혜 대세론’ 효과를 볼 수밖에 없는 게 당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주류였던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회의원을 비롯, 당원·대의원이 친이 성향으로 대폭 물갈이되면서 당 대표 선거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수적으로 열세에 처했기 때문이다. 친박 진영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이 진영에서 당원·대의원 영입 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조직의 대가’인 박창달 전 의원이 있는 자유총연맹과 새마을 운동 조직이 한나라당 당원·대의원으로 가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세종시 수정안’에 올인하는 모습이지만 박 전 대표에 비해선 다소 약한 모습이다. 이미 전면전에는 정운찬 총리를 비롯해 정몽준 대표가 총대를 멘 형국이다. 구정전에 이 대통령이 충청도를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충청권 민심이 요지부동일 경우 이 대통령의 면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모습이다.

또한 친이 일각에서조차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할 도리를 다 했고 결정은 충청민심과 국회의 몫이다”며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세종시 수정안 발표는 ‘명분쌓기용’일 뿐 세종시 수정안 통과 여부보다는 ‘출구’를 마련하는 데 관심이 높은 형국이다. 참모들은 박 전 대표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대통령의 권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18대 친박 대학살, 19대 친이 대학살?

또한 세종시 처리에 따른 조기전대 개최 역시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기전대에 친이 인사들이 욕심을 내고 있지만 박 전 대표가 나설 경우 맞설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자칫 2012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 대표가 친박에게 건네질 경우 18대 총선에서 ‘친박 대학살’이 아닌 ‘친이 대학살’이 현실화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비롯해 정태근, 이군현, 전여옥 의원을 ‘분열의 씨앗’으로 규정하고 안티 운동을 선언한 상황이다.

결국 세종시를 둘러싼 ‘퇴로 없는 전쟁’은 의외로 수정안 부결로 결정될 공산이 높고 이는 곧 친이 진영내 ‘책임론’으로 이어져 정몽준 대표와 정운찬 총리로 향할 공산이 높을 전망이다. 당장 정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기전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기전대의 개최 주장의 핵심이 지방선거에서 공천권 다툼이라는 점에서 친이와 친박 모두 민감한 사안이다. 지방권력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승리보다는 선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없는 선거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게 당내 일반적인 반응이다. 박 전 대표 역시 지방선거 역할론을 마다할 수 없고 참여해서 패배할 경우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미지에 생채기가 생길 수 있어 고민의 대목이다. 또한 지방선거 패배가 MB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반면 2012년 대선을 노리는 박 전 대표로서는 대권가도에는 도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처해 있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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