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서울광장엔 한숨 소리만 가득
텅 빈 서울광장엔 한숨 소리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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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6-24 11:36
  • 승인 2008.06.24 11:36
  • 호수 739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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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일 시작된 서울광장의 촛불시위는 맞불 시위를 불러일으키는 등 국론을 양분시켰다. 촛불시위가 순수성을 잃고 악용되었으며 쇠파이프 폭력으로 치달았던 탓이다.

5~6월 촛불시위에 대한 평가는 각기 시각에 따라 다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휴대전화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된 중대 변화”라고 미화했다. 그에 반해 소설가 이문열씨는 “위대하면서도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이고 “촛불장난”이라고 폄하했다.

이번 빗나간 촛불시위의 특징은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유린한 시위 만능문화의 극치였다는 데 있다.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거나 이명박 정권에 거부감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 촛불을 정의의 봉화로 들고 일어났다. 거기에 악의적인 인터넷과 KBS MBC가 광우병 위험을 왜곡 증폭시켰고 친북좌파 세력이 앞장섰다. 분별없는 초중고교 대학생들이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충동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된 배경에는 다음 여섯 가지가 상승작용했다.

첫째, 인터넷은 광우병 괴담을 광적으로 퍼트렸고, KBS와 MBC는 광우병 공포심을 의도적으로 확산시켰다. 그들의 왜곡에 흔들린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촛불시위에 뛰어들었다.

둘째, 친북반미 세력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정서를 이용하고 나섰다. ‘광우병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에는 반미친북 세력이 적지않게 들어가 있다. 국민대책회의에는 2001년 매향리 미군 폭격장 폐쇄 범국민대책위,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 범국민대책위, 2004년 노무현 탄핵 무효 범국민운동,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 2006년 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 등을 이끈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미국 쇠고기 반대 시위를
제2의 효순·미선 촛불 반미시위로 확산시키려 했다.

셋째, 촛불시위에는 인터넷 세대가 한 몫 했다. 저명한 언어학자인 캐나다의 마셜 맥루한 교수는 이미 1960년대 전자매체 세대와 인쇄매체 세대의 의식구조 차이를 해부했다.

주로 인쇄된 신문이나 책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인쇄매체 세대는 사려깊고 이성적인데 반해, 라디오와 TV 등 전제매체에 젖어든 전자매체 세대는 감각적이며 충동적이라고 했다.

오늘날 젊은 인터넷 세대는 더 감각적이고 충동적이다. 서울 광장 촛불시위는 인터넷 세대가 깊은 뜻도 멋도 모르고 감상적 사명감과 장난끼로 모여든 참여 마당이다.

넷째, 가볍게 부화뇌동하는 한국인의 군중심리가 빗나간 촛불시위를 키웠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금방 팔팔 끓고 곧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이 심하다. 이 냄비근성의 군중심리가 수만명씩 금방 몰려들게 했다.

다섯째, 레저와 시위를 혼돈하는 시민의식도 촛불시위를 불어나게 했다. 일부는 유모차를 끌고 나와 공원 산책하듯 즐겼다. 또 일부는 촛불시위를 2002년 월드컵 응원 참여와 같이 역사적인 행사에 동참하는 계기로 혼돈했다.

그 밖에도 참여자들은 자식을 데리고 나와 “민주주의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민주주의가 시위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여섯째, 야당 정치인들이 촛불시위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부채질했다. 야권은 본래의 뜻을 상실한채 변질되어가던 촛불집회를 계속 선동했다.

본뜻을 상실한 5-6월의 촛불시위는 악의적인 사실왜곡과 선동에 이성을 잃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포기한 시위 만능문화의 극치이다.

그래서 촛불 군중이 떠난 텅 빈 서울 광장에는 시위 만능문화와 인터넷 광기에 진저리치는 한숨소리가 가득 고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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