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웨이는 ‘하나의 아시아 세기?’ 제목의 칼럼을 통해 ‘유럽과 미국의 영향력은 쇠퇴하여 아시아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썼다. 아시아는 2025년에 이르면 세계 총생산의 60%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배의 중심에는 중국과 인도가 서있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코웬은 운동 경기의 ‘바통이 아시아로 넘어가’ 라는 칼럼에서 ‘백인 지배 시대 종말의 종소리가 들린다.’면서 아시아 시대가 도래한다고 했다. 그는 인도와 중국의 연간 8-11% 경제성장율은 미국과 유럽이 꿈도 꿀 수없는 경이적인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로 세력의 중심이 이동한다는 주장 속에는 경계심이 깔려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로 유럽과 미국이 피해를 보고있다는데 연유한다. 경제적 황화론(黃禍論)이기도 하다.
19세기말 유럽에서는 이른바 ‘황화론‘이 제기된바 있었다. 일본이 청일(淸日)전쟁에서 압승하며 아시아로 진출한 유럽 식민세력을 압박하자, 독일 황제 빌헤름 2세가 겁을 먹고 황화론을 띄웠다. 황색인종(아시아 인종)이 유럽에 화를 입힐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은 외교적으로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제기되는 경제적 황화론은 100여년 빌헤름 것과는 다르다. 21세기의 황화론은 아시아인들에게 경제적 지배권을 빼앗긴다는 서구인들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시아 인구는 세계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역사도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길다. 17세기 까지만 해도 중국과 인도는 세계 총생산의 절반을 넘었었다. 그러나 그 무렵 서구는 르네상스를 거쳐 산업혁명을 일으켜 전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아직도 미국의 경제규모는 세계의 27%를 점유한다. 유럽연합(EU)은 34%, 중국은 고작 6% 미만에 그친다.
불붙기 시작한 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게 분명하다. 미국과 유럽의 20분의 1도 안되는 중국·인도의 값싼 노임에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강렬한 의지는 경쟁력을 키운다. 그러니 서구는 경제적으로 아시아에 밀릴 수밖에 없다.
서구가 몰락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일의 역사학자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1918-22년 출판한 저서 ‘서구의 몰락’(2권)에서 서구 몰락의 불가피성을 역설하였다. 그는 인류문명이란 인간처럼 유년기를 거쳐 장년기로 접어든 다음 노년기를 지나 사망에 이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서구문명은 노년의 쇠퇴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었다.
경제발전의 측면에서 볼 경우 서구는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후 무려 200여년 동안 풍요를 누리고 있다. 슈펭글러의 지적대로 200여년 늙은 서구는 노쇠할 때도 된 것 같다.
그러나 아시아가 경제적으로 미국과 유럽을 능가하려면 몇 가지 극복하지 않으면 안될 대목들이 가로 놓여있다. 남의 나라 기술을 베껴먹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서구에 비해 뒤떨어진 합리성과 창의성을 배양해야 하고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도 끊어야 한다. 두터운 신의 보다는 잔꾀 부리기, 만성적인 정치 사회적 불안,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 시기심, 등도 털어내야 한다.
이 걸림돌들을 하루속히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아시아 경제는 미국과 유럽을 앞설 수 없다. 하루아침에 한국이 스위스로 변할 수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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