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점퍼에 밑창 떨어진 ‘운동화 총리’의 눈물
낡은 점퍼에 밑창 떨어진 ‘운동화 총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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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5-27 11:28
  • 승인 2008.05.27 11:28
  • 호수 73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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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 오후 2시 28분 중국의 서부 스촨성(四川省)을 리히터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했다. 사망과 실종이 무려 5만여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

무너진 집더미 속에 수만명이 깔려 즉사했거나 산채로 매장되었다.

이 아비규환의 현장을 지켜보던 전 세계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60대중반 노인의 스토리가 전해졌다. 그 주인공은 올해 66세의 원자바오(溫) 중국 총리이다.

원 총리는 대지진이 터지자 두시간만에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활동을 진두지휘했다. 그의 팔은 콘크리트 더미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찢겨져 피로 젖었다. 그러나 그는 의사가 달려가자 그를 밀쳐버렸다. 그리고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를 넘다 또 넘어졌다.

그는 구사일상으로 살아나 아기와 함께 구조대를 기다리던 40대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 여인도 울고 아기도 울자 원 총리 자신도 흐르는 눈물 속에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는 “아가, 조금만 기다려, 비스킷을 줄게, 우유도 줄게”라며 아이를 달랬다.

원 총리는 공병대에게는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끊어진 도로에 교량을 설치하러간 공병대가 산사태 위험이 커 철수하겠다고 보고하였다. 여기에 그는 “10만명 인민의 목숨이 너희에게 달렸다. 작업을 계속하라. 이건 명령이다.”며 전화기를 내던졌다. 그는 또 구조에 나선 관리들에게 “인민이 너희를 길렀다.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독려했다.

저 같은 총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중국인들은 울었다. 나도 감동받았다. 더욱이 그는 몇 년전부터 검소하기 이를 데 없는 지도자로 알려졌다는데서 더욱 그랬다.

그는 1942년 9월 텐진(天津)의 가난한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성실성은 그를 중앙무대를 거쳐 2003년 3월 총리로 밀어올렸다.

원 총리는 2006년 겨울 낡은 녹색 점퍼 차림으로 산둥성(山東省) 일대 농가를 방문했다. 그 때 그의 낡아빠진 점퍼를 유심히 지켜보던 농민은 놀라
지 않을 수 없었다. 원 총리가 11년전 정치국 후보 신분으로 그곳을 방문했을 때 입었던 바로 그 점퍼였기 때문이었다

원 총리는 그 해 여름에도 밑창 떨어진 운동화로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2006년 7월 허난성(河南省)에 시찰차 들렸다. 그 때 그가 신고있었던 신발 밑창은 터져있었다. 바로 그 운동화를 신고 그는 2년 전에도 허난성을 방문한바 있었다.

물론 공산독재 체제에서는 통치자에 대한 우상화 선전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원총리만큼은 평소 검소하고 겸손하게 생활한다는데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원 총리의 따뜻한 인간애와 검소함을 접하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냉혹성과 사치성이 대조적으로 떠오른다. 2004년 4월22일 평안북도 용천역에서 참혹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1300여명의 사상자를 냈고 8200채의 가옥이 파손되었다. 대재앙이었다.

하지만 김정일은 끝내 현장에 머리를 내밀지 않았다. 그는 밑창 떨어진 운동화 대신 굽놓은 고급 구두를 특별 제작해 신는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보도에 의하면, 그는 1만병의 외국산 포도주를 비축해놓고 마신다고 한다.

중국은 공산체제이면서도 시장경제를 채택해 원자바오 같은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기에 오늘 같은 번영을 구가한다. 그에 반해 북한은 똑같은 아시아의 공산체제이면서도 김정일과 같이 인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1만병의 포도주나 즐기는 잔혹한 독재자가 설친다는데서 수백명의 아사자를 낸다. 중국은 공산체제이지만 원자바오 총리만큼은 그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지도자들도 그에게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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