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79%가 앞으로 ‘잘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5월초 한나라당에서 조사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28.5%로 내려앉았다.
그렇게 곤두박질친 연유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드러낸 정책방향 혼선,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 인사 난맥상, 18대 의원 후보 공천에서부터 드러난 ‘친박연대’와의 대결, 미국산 수입 쇠고기 졸속 마무리, 어정쩡한 대북 자세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신뢰도 추락에는 더 큰 문제가 깔려있다. 이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불도저 코드’ 과신이 결정적인 흠이다. 지난 10년의 한국 정치는 ‘좌파 코드’에 의해 망가졌는데 반해, 이명박 정부의 정치는 ‘불도저 코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청와대 참모나 한나라당과의 진지한 의견수렴 보다는 혼자 새벽부터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였다. 청와대 참모진과 관료집단은 이 대통령의 ‘새벽 별 보기 운동’ 따라하기에 바빴고, 그의 밀어붙이기 ‘불도저 코드’에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당·정은 문제가 터져 나오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정권말기적인 경직현상이 벌써 빚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부지런한 밀어붙이기식 추진력이 그를 기업인으로 출세시켰고 서울 시장으로 성공케 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현대건설 시절 1인 지배자이며 신격화된 정주영 회장의 ‘불도저 코드’에 맞춰 부지런히 뛰어 신임을 얻었고 회장(CEO) 자리에 까지 올랐다.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여 서울시장 자리에서도 청계천 복원에 성공했다.
이 대통령의 불도저식 추진력은 대통령 당선 시절에도 통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5년 동안 방치되었던 대불국가산업단지 내 전봇대를 2일만에 뽑아내게 했다. 그로 인해 그는 ‘불도저 코드’를 더욱 과신하게 되었고 그에 취해버렸다.
‘불도저 코드’에 취해버린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도 속전속결로 매듭짓게 했다. 서두르면 빈틈이 생긴다더니 큰 구멍이 생긴 것이다. 그는 국가정책을 단순한 기업의 CEO식으로 계속 밀어붙이면서 국민적 불신과 저항을 자초하고 말았다.
CEO와 정치지도자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지적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소회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탁신은 태국 제1의 부자 CEO로 성공해 그 나라의 총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군부 쿠테타로 축출되고 말았다. 그 뒤 그는 CEO와 정치인은 달라야 한다는 것을 통감했다.
그는 “정치는 여러 사회 계층과 세력집단 등을 상대해야 한다는데서 기업 경영 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술회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진 근본 원인도 그가 ‘복잡한 정치’를 단순한 이윤추구의 CEO식으로 밀어붙인데 기인한다. 국민의 불신과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현대건설에선 부지런히 밀어붙이며 이윤만 내면 되었는데 반해, 정치에선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벽 별 보기 운동’이나 밀어붙이기만으로는 대통령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새벽 별 보기 운동’에 나서기 전 각계각층 목소리에 먼저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이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길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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