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공포는 4월18일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되면서부터 크게 퍼져갔다. 1만 여명이 서울 청계천 광장에 모인 집회에서는 “미친소 먹고 미치기 싫어” 구호가 난무했는가 하면, “한국인 감염율 95%, 에이즈 보다 무서운 광우병 감염 경로” 제목의 전단지도 뿌려졌다. 온 나라가 근거 없는 광우병 공포 조작에 덩달아 미쳐버린듯 싶다.
1997년 동물성사료 금지 이후 10년간 전 세계에서 소비된 미국산 소는 3억5000만 마리나 된다. 하지만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그동안 미국인들도 우리가 수입할 쇠고기를 먹어왔고 재미동포들도 그랬다. 그들 중 누구 하나도 광우병에 걸린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김민선씨는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페이지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게 났다.’는 끔찍한 글을 올렸다가 빗발치는 항의에 삭제했다. 연예인은 신문도 자세히 읽지 않고 고작 그 수준이냐는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통합민주당쪽에서는 연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증폭시켰다.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한미 쇠고기 협상은 국민의 식탁에는 공포를” 안겨줬다고 잘라 말했다. 광우병 발병의 과학적 근거도 대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공황심리를 부추긴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작년 일부 정치인들의 한미 자유무역헙정(FTA) 반대에 대해 “진보적 정치인들이 정직하지 않은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모처럼 옳은 말을 한 것이었다. 실제 “진보적 정치인들”은 한미관계를 순수한 경제적 이해관계에서가 아니라 친북반미선동의 매개로 “정직하지 않게” 이용한다. 여기에는 일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직도 영낙없이 끼어들었다. 김원내대표의 “식탁에는 공포를” 외마디도 노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진보적 정치인들의 “정직하지 않은 투쟁”의 하나로 간주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대응태세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물결 앞에서 정부와 한나라당 중진들은 뒤로 숨었거나 반대 여론에 부화뇌동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입 쇠고기로 건강이 위협받게 되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정도의 선이 합리적인 대처방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박세환 의원은 그 며칠 전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과 청계천 광장 시위대 속에서나 외쳐댈 법한 반대논리였고 군중심리에 영합하는 처신으로 보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눈치보기나 부화뇌동 발언을 접하며 미국의 존 메케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미국의 여론이 이라크 주둔 미군 즉각 철수로 들끓고 있었지만 한결 같이 철수 반대론을 고고히 앞장서서 꿋꿋이 폈다.
그런 소신에 찬 정치인이 한나라당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서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기 바쁘다.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표방하는 “실용주의“의 본색이라면 큰일이다.
물론 충정어린 축산농가의 절규에는 귀를 기울여야 하고 쇠고기 수입에 따른 손해 보전책도 단단히 세워야 한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차분한 수입 쇠고기 대책 제시 보다는 광우병 공황심리 충동에만 급급한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에는 메케인 같은 소신 있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 이래저래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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