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식 영어”와 불도저식 추진력
“이명박식 영어”와 불도저식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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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4-29 13:44
  • 승인 2008.04.29 13:44
  • 호수 731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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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4월 방미 중 자주 영어를 구사해 자랑스러웠다.

국제화 시대에 우리나라 대통령도 다른 나라 지도자들처럼 국제 공용어인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데서 그랬다.

그는 뉴욕에서 열린 ‘한국투자환경설명회’에서 영어로 연설 했다. 그밖에도 그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캠프 데이비드 산장 산책 중에도 영어로 말을 주고받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공식 미국 방문 중 영어로 통한 것은 이승만 박사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영어는 “현장 영어”라는 특성을 지닌다. 현장에서 상대편과 뜻을 소통하는데는 불편이 없지만 정중하고 세련되지 못한 영어라는 뜻이다. 그의 “현장 영어”는 “MB(명박) 영어”라고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명박 적이다.

이승만 박사는 미국서 오랫동안 국제관계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고 수십 년 동안 거기서 산 사람이다. 그의 영어는 웬만한 미국 사람 보다 품위가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건설회사에 취직해 현장에서 뛰면서 영어를 익혔다. 그러다보니 품위를 갖춘 영어 보다는 뜻만 통하면 되는 영어로 굳어졌다. 이명박 식 “MB 영어”이고 “막영어” 그것이다. “MB 영어”는 4월 방미 중 그의 대화 내용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운전하는 골프 카트(골프 차)를 나란히 타고 경내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 때 부시 대통령이 이대통령에게 “You want drive?" (운전 하시겠으니까)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이대통령은 “Yeah, can I drive?" (네, 내가 운전해도 됩니까)라며 호응했다.

그러나 “Yeah”라는 단어는 대통령간의 대화에서는 정중하지 못한 말이다. “Yeah"는 막역지간에 오가는 “그래” 정도의 막말이다. 그래서 “Yes"(예스)라고 응답하는 편이 좋았다.

이대통령의 “현장 영어”는 부시와의 다음 대화에서도 노정되었다. 부시 대통령이 이대통령에게 운전대를 넘겨준 다음 취재 기자들에게 말했다.

“He is afraid of my drive" (이대통령은 내가 운전하는 것에 겁을 먹고 있습니다)라고 익살을 떨었다.

여기에 이대통령은 즉각 “He is a guest"(부시 대통령은 손님입니다)라고 맞받아 쳤다. 이 영어 대목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a guest" (하나의 손님) 보다는 “my guest" (나의 손님)로 했어야 반듯한 영어이다.

그는 또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 연설 도중 과거형을 썼어야 할 문구에 현재 형으로 빗나갔다. 그는 ‘how to" 라고 했어야 옳았는데 “know-how"라고 말해 뜻은 통했으나 어색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 “막말”로 국민들의 구설수에 올랐었는데, 이대통령은 “막영어”로 영어하는 사람들에 훼자된다.

그렇지만 이대통령이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만큼 품위 있는 영어를 구사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현장 영어”로 의견을 소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스럽다. 뿐만 아니라 겁 없이 토해내는 “현장 영어”에서 그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활력을 엿볼 수 있어 흐뭇하다.

대체로 사람들은 영어로 말할 때 겁먹고 망설이기 일쑤이다. 주눅이 들어 영어를 더듬게 되고 영어가 더 망가진다. 그러나 이대통령은 영어도 문법에 말거나 틀리거나 뜻만 통하면 OK 라는 생각에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다. 그를 대통령으로 발돋움 하게한 동력이기도 하다.

영어를 쉽게 배우기 위해선 “MB 영어”로 막 나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렇게 영어도 불도저식으로 밀어부치는 사람은 훗날 대통령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러면서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품위 있는 영어면 더욱 좋지 않을까, 아쉬움이 고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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