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건 참아도 배아픈건 못참는 시기심 없어져야
배고픈건 참아도 배아픈건 못참는 시기심 없어져야
  •  기자
  • 입력 2008-03-19 09:36
  • 승인 2008.03.19 09:36
  • 호수 725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의 첫 내각 후보자 명단을 보고는 ‘부자 내각’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장관후보자 평균재산이 38억원에 달했다니 그럴만도 하긴 했다.

하지만 돈 많은 사람에 대한 조건반사적인 부정 반응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통합민주당측은 처음 장관 명단을 보자마자 “부자가 죄는 아니지만 재산이 평균 40억원에 가깝다고 할 때 어떻게 이런 분들을 장관 후보자로 세울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40억원 가진 자는 장관이 될 자격이 없다는 조건반사적 거부반응이었다.

물론 장관후보자들이 불법적으로 부동산투기를 했거나 뇌물을 먹었다면 그들은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몇 명의 장관 후보가 부동산 투기혐의로 사퇴했다.

그러면서도 재산 형성의 적법성 여부를 가려내기도 전에 그들이 부자라고 해서 일단 죄인시 하고 보는 사회적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자유경쟁체제의 원리를 거부하며 남 잘 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시기심 등을 조장해 건전한 국민의식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몇 년전 제프리 존스 한국 주재 한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이 한국인의 비뚠 심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인이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고 했다.

우리 국민에게는 유달리 편협한 시기심이 강하다. 재산 많은 사람이 큰 감투 쓰는 것도 배아프지만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

지난 2월 일본의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과 영국의 BB방송이 34개 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남달리 심한 한국인들의 배아픈 병을 반영했
다.

34개 국들 중 한국인들이 경제적 격차에 불만을 느끼는 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축재에 대한 불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기보
다 돈 많은 사람을 보면 배가 절로 아픈 탓도 있다.

선진자유체제국가 국민들은 재산이 많거나 높은 지위에 앉은 사람들을 무조건 죄인시 하지 않고 도리어 축복한다. 10여년 전 미국 TV에서 한국인의 속좁은 의식과는 대조적인 인터뷰 장면을 접한 바 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되던 1월 매섭게 추운 겨울 날이었다. ABC방송기자가 무료급식을 타기 위해 덜덜 떨며 길게 늘어선 한 실직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추위 속에 떨고 있는데도 대통령 취임식은 저렇게 화려하게 거행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기에 그 실직자는 “나는 그들의 화려한 취임 파티를 보며 나대로 즐겼다. 비록 실직자이지만 남의 성공을 원망하거나 시기하는 것은 죄악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이 대목은 나의 가슴을 절절히 후벼파고 들었다.

우리 국민도 성공한 사람을 시기하는 옹졸함에서 벗어나야할 때가 되었다. 물론 재산 많고 높은 지위에 올라있는 사람들 중에는 부동산투기하고 탈세했거나 아첨·아부하며 기회주의적으로 출세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일단 성공한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환경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산이 많거나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배 아파 한다면 국민적 화합과 생산적인 경쟁사회는 피어날 수 없다. 땅 투기와 불법축재자는 국무총리나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피나는 노력으로 얻은 재산가를 죄악시 해선 안 된다.

자유시장 경쟁정신을 압살시키며 성장동력을 꺼트린다는데서 그렇다. 국민계층간의 적대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자유시장 경쟁체제의 독 이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