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왕자는 영국의 세 번째 왕위 계승권자이다. 그는 육군 소위로 작년 이라크 파병을 지원했었다. 그러나 그의 이라크 파병 계획이 당시 언론에 보도되자 반군의 표적이 됨으로써 취소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후 전장투입이 허가되지 않는다면 제대하겠다고 계속 청원해 끝내 이라크로 갔다. 그가 복무하던 아프카니스탄지역은 최대 격전지로 알려졌다. 그는 본국으로 귀한해서는 다시 “이른 시일 안에 (전쟁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부대장에게 요구했다. 그는 언
론이 “영웅”이라고 보도하자 “난 영웅이 아니다”며 “영웅은 전장에 있는 수 천명의 병사들”이라고 겸손해 했다.
영국 왕실의 전쟁터 출전은 해리 왕자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의 삼촌인 안두루왕자도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크랜드 전쟁 때 전투헬리콥터 조정사로 참전했다. 그의 할머니이고 오늘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2차 세계대전 중 19세의 나이로 여군에 자진입대해 복무했다.
역사적으로 영국, 미국 등 구미 국가의 귀족들은 전쟁만 나면 먼저 전쟁터로 달려가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있다. 북한의 6·25남침 때 미8군사령관이던 제임스 A 밴프리트 장군은 공군 중위 아들을 한국전에 참전시켰다. 그의 아들은 북한지역 공습도중 생명을 잃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육군 소령인 자신의 아들을 한국전에 들여보냈다. 그도 전사하고 말았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높은 신분에 따르는 의무는 내팽겨친채 잇속만 챙기는 얌채 속성이 적지않다. ‘노블레스 데커던스’(noblesse decadence)로 전락된 것이다. ‘높은 신분의 타락’인 것이다.
16대 국회의원 아들 중 군대에 가지 않은 병역면제율은 일반국민의 10배에 이르렀다. 일반인의 병역면제율은 2.5%에 불과했는데 반해 국회의원 아들은 무려 23.5%에 이르렀다.
그런가하면 운동선수들은 병역면제를 받으려고 아령으로 어깨를 탈구시켰는가하면 어떤 국회의원은 손가락을 잘랐다는 비난을 받았다.
병역면제율이 국회의원 아들의 경우 일반면제자의 10배에 달했다는 것은 그들 중 상당수가 잔머리를 굴린 탓으로 보아 무방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망각한 것이다.
6·25남침전쟁 중 병사가 전선에서 적의 흉탄에 맞아 쓰러질 때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토해낸다는 우스개 소리가 떠돈적 있다. “빽” 그 말이다. ‘빽’이 없어서 전방으로 차출돼 죽는다는 원망의 비명이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해리왕자와 같이 전투지역 참전을 지원하는 사내다운 사내가 줄을 이었으면 한다.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진자들이 멀쩡한 아들을 병신으로 둔갑시켜 병역면제자로 빼돌리는 노블레스 데커던스는 사라져야 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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