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무궁화 꽃이 보인다”
오세훈, “무궁화 꽃이 보인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1-19 09:36
  • 승인 2010.01.19 09:36
  • 호수 82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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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기자 회식중, “대권도전 밝히다”
photo@dailysun.co.kr

조기 대망론 ‘MB 차별화’ 가동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한나라당 출입 방송사 반장들과 여의도 모처에서 회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국무회의 참석차 청와대 갔을 때 처음에는 (무궁화)꽃이 안보였다”며 “그런데 요즘은 꽃이 보이더라”고 대망론을 간접적으로 설파했다는 후문이다. 또 오 시장은 “전임 시장이 뉴타운 공약을 남발해 전세값이 급상승했다”고 이 대통령을 겨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는 ‘불쾌하다’, ‘누구 때문에 시장이 됐느냐’고 격앙된 모습이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사정팀에선 오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스크린 작업까지 했다는 말도 그럴듯하게 흘러나왔다. 서울시장 재선 의지가 강한 오 시장이 청와대와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그의 재선 가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 의지는 강력하다. 현재 당내 경쟁자로는 원희룡 의원을 비롯해 친이 정두언 의원, 유인촌 문화부 장관, 중립 나경원, 권영세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업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대 서울시장중에 재선에 성공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서울시장 자리는 어려운 자리다. 오 시장 역시 마찬가지 형편이다. 당내외 우군이 없는 데다 오히려 자신의 서울시장 선거를 도왔던 원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최근 오 시장이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권 도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전임 서울 시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의 행보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오 시장, “동시다발 뉴타운 건립이 전세값 상승”

오 시장은 지난 2009년 12월 중순 여의도 모 식당에서 한나라당 출입하는 방송사 반장과 식사를 함께 했다. 이 모임은 오 시장이 먼저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스노우보드 월드컵이 개최되기전에는 ‘전시용이다’, ‘재선을 위한 행보다’고 비판하던 언론이 막상 시작되자 생중계하면서 호평을 했다”며 ‘억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서울시민체육대회 개최나 시청앞 외국 여자 스쿼시대회 유치 당시에도 언론사나 야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성공적인 행사로 자평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오 시장은 향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 암시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오 시장은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데 처음에는 (무궁화) 꽃이 보이질 않았다”며 “지금은 꽃이 보인다”고 밝혀 대권 도전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청와대 엠블렘은 봉황 두 마리가가 무궁화 꽃을 감싸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 책상위 명패나 뒷 배경에 위치하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인사에 따르면 “오 시장이 청와대 입성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뉴타운 공약’ 남발로 인해 집값이 상승하고 서민들이 삶이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 시장은 “서울 전세값 상승의 원인은 전임 시장이 뉴타운 계획을 서울시에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대거 이주 가구가 생겼기 때문이다”며 “2010년, 2011년에도 전세에 대한 수요가 더 생겨 전세값 상승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미 야권에선 ‘용산참사’의 배경으로 뉴타운 공약에 따른 이명박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책임론을 꾸준히 제기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오히려 전임시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2005년 서울시장 재직시절 ‘돈 벌어주겠다’며 서울 전역에 뉴타운 26곳을 지정하면서 집값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뉴타운 추가 지정을 미루고 동절기 강제철거를 중단하는 등 재개발 사업 개선의지를 보여 서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발언과 관련 서울시측에서는 “지난해 12월초와 중순 두 번 기자들과 만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그것도 구내 식당에서 본 것이 전부”라고 일축했다. 또한 여의도 모 식당관련해 “간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모임에 참석한 한 언론사측에서는 “날짜는 확인해 줄 수 없고 그런 대화가 오고 간 것은 맞다”고 확인해 줬다.


MB, 연말 광화문 광장 “조잡하고 혼잡” 비판

오 시장의 뉴타운 추가지정 보류는 당장 한나라당 수도권 친이 성향의 의원들에게는 ‘배신감’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정몽준 대표를 비롯해 안형환 의원 등 몇 몇 의원들이 뉴타운 지정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 서울에 지역구를 둔 친이 의원들이 ‘반오세훈’ 연대 정서가 보이지 않게 형성됐다. 또한 오 시장의 언론사 기자들과 ‘발언’내용이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한 마디로 ‘누구 때문에 서울시장에 당선됐느냐’, ‘배은망덕하다’는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주변에서는 청와대 사정팀이 서울 시정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작업에 들어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오 시장의 치적관련 ‘쓴소리’를 날렸다는 말까지 돌면서 둘 간의 사이가 갈수록 악화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왔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난해 연말 이 대통령이 떡뽁이집 할머니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광화문 광장을 보면서 ‘조잡하고 혼잡하다’, ‘집중식으로 하다보니 광장 기능이 없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청계천 공사와 비교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정운찬 총리 역시 최근 사석에서 “서울시가 곳곳에 행사를 많이 하는 데 무슨 환경미화냐 환경오염이지”라고 가세해 차기 잠룡군끼리 조기 과열양상을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친이 진영에서는 이 대통령과 오 시장의 관계가 서먹해진 것은 임기초반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시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광화문 광장 일대가 ‘촛불 시위’를 하는 군중으로 가득 메워졌다. 집권초 의욕적으로 국정운영을 할려던 MB 정권으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오 시장은 서울 광장을 비롯해 광화문 광장을 개방함으로써 ‘촛불 집회’가 장기화되고 확산되는 데 일조했다는 혹평을 청와대로부터 들어야 했다.

상황이 이렇보니 정치권에서는 ‘금명간 오세훈 시장관련 비리가 터질 것이다’, ‘모 월간지에서 오세훈 비리 기사를 준비중이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오 시장은 청와대 및 친이 진영 후보들의 ‘흠집내기’로 치부하면서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에 극찬을 보낸 배경 역시 이와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오 시장 주변, ‘무소속 출마설’로 MB 압박

반면 오 시장측 강경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친이 예비후보들의 ‘오 시장 흠집내기’로 보면서 분을 삭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오 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고 반협박성 경고마저 서슴치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무소속 출마는 곧 재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오 시장이 선택할 카드로는 가능성이 극히 미약하다. 하지만 오 시장이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 한나라당 후보, 무소속 오세훈 후보, 범야권 단일화 후보 출현시 한나라당 후보의 표를 깎아 먹는다는 점에서 집권 여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을 모두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이 석권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장이 야권 후보에게 넘어갈 경우 전현직 시장인 이 대통령과 오 시장의 치적이 흠집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아는 오 시장측이 ‘무소속 출마설’을 흘리면서 대응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바야흐로 전현직 서울시장과 현직 살아있는 권력인 이 대통령과 미래권력을 담당하고 있는 오 시장간 팽팽한 줄다리기기 시작됐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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