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장광근 안나가면…” 대표직 사퇴?
정몽준, “장광근 안나가면…” 대표직 사퇴?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1-19 09:33
  • 승인 2010.01.19 09:33
  • 호수 82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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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측, “사무총장이 당 대표에 개기는 세상”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부가 엉망진창이다. 선출직 당 대표가 임명직인 사무총장과 ‘나가라’, ‘안나간다’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미 당 지도부의 한 사람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박희태 당 대표는 18대 하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을 던졌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후원금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박순자 최고위원은 딸의 ‘호화판 결혼식’으로 곤욕을 치렀다. 선출직 5명 중 조용한 인사가 한명도 없는 셈이다. 그나마 임명직 최고위원만 조용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에서는 ‘이런 지도부 가지고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조기전대의 개최 목소리가 나온다. 집권 여당 지도부가 처한 현실을 알아봤다.

“사무총장이 당 대표에 개기는 게 한나라당 지도부의 현주소다”

MJ측의 한 인사의 한탄어린 지적이다. 정몽준 대표가 ‘얼굴마담’이고 ‘핫바지’라고 해도 굳이 국민들에게 그런 모습을 노출시켜야 했느냐며 장광근 사무총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정 대표는 이미 지난해 말 청와대에 들러 이명박 대통령에게 장광근 사무총장의 ‘해임’건을 상의해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당직 인선관련 재가를 받는 모습에 MJ측근 당직자들은 허탈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청와대에 2번이나 ‘해임’관련 확인을 한 정 대표가 장 사무총장에게 ‘아웃’을 외쳤지만 본인이 고사하는 희한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표가 나가라는 데 사무총장이 안 나가는 배경에는 친이재오 그룹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재오계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장 사무총장의 당내 역할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사무총장은 공심위에 당연직으로 들어가 공천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당내 사안을 직접 보고한다는 점에서 MB 의중을 잘 알 수도 있다. 친이재오 진영이 장 총장의 용퇴에 신경을 쓰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장 총장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로서는 자칫 정 대표가 이번 사건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어 당 대표직을 던질 경우 지방선거전 조기전대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MJ측의 한 인사는 “정 대표가 힘이 없고 정치라는 게 원래 세력 다툼이지만 장광근 사무총장의 행태는 공인의 모습이 아니다”며 “장 총장이 계속 버틴다면 정 대표가 자리를 유지할 동력도 이유도 없다”고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백 없는 당 대표 백 있는 사무총장 대결

또한 그는 “문제는 장 사무총장이 나가느냐 안나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집권 여당 지도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부끄럽다”며 “청와대와 여당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다 고질적인 친이, 친박 갈등으로 염증이 난 국민들이 당 지도부간 파열음까지 노출돼다는 점에서 정 대표나 사무총장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그는 장 사무총장 역시 본인의 거취가 외부에 알려진 이상 ‘그냥 안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대표 또한 어느 정도 이미지와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현 지도체제로 6월 지방선거 전망이 밝다면 열 필요가 없으나 그렇지 않다면 열어야 한다”며 “현 지도부는 일부가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돼 도덕성이 훼손되고 불화 등으로 문제가 있다는 당내 지적이 적지 않다”고 조기 전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표와 사무총장의 갈등과 더불어 공성진 최고위원 불구속 기소건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박희태 당 대표의 경우 하반기 국회의장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경남 양산 재보선에 출마하기위해 대표직을 던져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박연차 후원금을 받아 세간의 의혹을 산 바 있다. 박순자 의원은 경기가 어렵던 작년 중반에 자신의 지역구에서 딸의 ‘호화판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러 지역구민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집권 여당 선출직 지도부가 이래저래 상처를 입은 상황이지만 청와대로서는 ‘대안 부재론’을 들면서 자칫 ‘친이·친박’ 계파간 갈등이 벌어질 조기전대 개최에 부정적이다.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위해서 친이 친박이 힘을 합쳐야 하는 중차대한 순간에 ‘조기전대 개최=당 분열’로 이어질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상처입은 MJ 리더쉽… 히든 카드는?

다만 친이 일부중 조기전대 개최를 희망하는 인사들도 존재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바로 안상수 원내대표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그 주인공. 장 총장이 친이재오맨이자 친이 ‘충성파’로 진퇴 입장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는 사안이다.

한편 정 최고 역시 ‘조기 전대’ 개최가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바지사장’, ‘월급사장’ 말을 듣는 것 보다 재출마해 당당히 당권을 가져가는 행보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친이 친박간 치열한 다툼으로 인해 중재 카드로 부상할 공산도 있다. 하지만 이래저래 대표와 총장 다툼으로 정 대표 자신 역시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에 상처가 남게 됐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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