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둘러싼 민주당 분열 가속화
세종시 수정안 둘러싼 민주당 분열 가속화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0-01-19 09:32
  • 승인 2010.01.19 09:32
  • 호수 821
  • 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조기 전대론 급부상 386의원 갈등 심화

세종시 수정안 반대와 정동영 의원 복당이 겹치면서 민주당의 내홍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세균 대표의 지도력에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연말 선거에 민주당이 선전하자 당 내부를 술렁이게 했던 지도부 교체론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문제였다. 수정안이 결국 통과되면서 지도부 교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정 의원 복당까지 겹치면서 정세균 체제는 그 수명을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며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당내 불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언론관계법 처리과정에 반발해 의원직을 사퇴했던 민주당의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이 다시 원내에 복귀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세종시 수정안 반대 투쟁과 더불어 6월 지방선거의 전력을 보강했다. 이를 보는 당내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뉜다. 당 전력 강화 차원에서 지원군을 얻게 됐다는 쪽과 당을 등지고 나갔던 이들을 너무 성급하게 받아들였다는 쪽이다. 당내에서는 “과거 이권을 위해 당을 버리고 반대편에 섰던 이들인데 내부 의견을 충분히 묻지 않고 지도부가 이들을 선뜻 받아들인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천 의원 등 3명에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며 장외에서 싸울 것을 요구했다. 직설적으로 이들의 복당을 비판한 것이다.

또 조 의원은 정 대표에게도 “정 대표도 이와 관련해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퇴해야 한다"며 “그런 책임을 져야 당의 신뢰도와 지저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지도부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깊어만 가는 갈등

민주당 복당을 앞둔 정 의원에 대해서도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안희정 최고위원 등 친노 386세력이 반발의 핵심이다. 정 의원의 복당을 지지하는 전북지역 의원들에 대해 일침을 놓기도 했다.

안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당을 향해 총질을 해대고 당을 위해한 행위에 대해 그 행위가 잘못됐음을 분명히 지적하고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해당 행위자와 타협은 없다"고 의지를 재확인했다.

복당반대와 더불어 당내에서는 지원군을 무조건 받아들이면 분열을 자초할 것이라며 복당자들에 대한 복당신청을 일단 보류해야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에 당 지도부는 정 의원과 신건, 유성엽 의원의 복당 신청에 환영한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이들의 복당 신청이 당내 불화를 키울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복귀자들이 당의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장외에서 원내로 복귀한 장세환 의원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첫 의원총회에서 정 대표 등 지도부에게 전면 쇄신과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직언, 물갈이를 둘러싼 내홍이 깊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복당자들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을 다름 아닌 정 의원이다. 그런 만큼 정 의원의 복당을 둘러싼 당내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 정 대표 등이 수용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 지도부 교체론과 더불어 당내 반발이 심해 정 의원의 복당은 계속 뒷걸음치고 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약간의 반대 의견도 있지만 정 대표나 저하고도 먼저 상의를 하고 복당원서를 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정 의원이 12일 복당 원서를 제출하자 당내의 저항감은 당초 예상됐던 것 이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복당에 대해 강경 입장인 안희정, 윤덕홍 위원과 더불어 김민석 전 의원도 지난 13일 복당반대 기류에 가세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원에 대해 “깔끔한 사과 한 마디 없이 복당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사당주의'(私黨主義)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의 복당에 찬성했던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일부도 “당 지도부가 대전에서 세종시 원안 사수를 외치던 지난 10일 정 의원은 광주 무등산에서 지지자들과 세를 규합하고 전북의원들과 회동한 것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날 “복당 시점도 자기가 정하고 밖에서 (당 지도부를) 압박하듯이 하면서 (당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이 처럼 당 지도부와 386세력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 간에 이견이 빚어지면서 민주당은 세종시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집안 정리가 급선무인 상황에 놓였다.


조기전대 시기상조

이와 함께 최근에는 민주당 조기전대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조기전대론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내 소장파 모임인 ‘국민모임’은 지난 14일 ‘민주당 이대로는 안된다’는 토론회에서 지도부 문제 제기를 공식화하면서 조기전대론을 거론했다. 토론회 이후 조기전대론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와 세력의 지분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기전대론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대한 비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기적으로 지도부 교체는 당에 더 큰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또 정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아직 마땅치 않은 점도 조기전대론의 가능성을 흐리고 있다.

최근에는 조기전대론 대신 비상 집단지도체제를 꾸려 6월 지방선거까지 끌고 간 뒤 7월 전당대회에서 당을 일신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혼란을 주기는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세종시'에 모든 당력을 쏟아붇고 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이 곧 민심'이라며 오는 6월 지방선거와 세종시를 연계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국가균형발전 주간'을 선포, 전문가와의 긴급토론회, 정책위 차원의 전국 순회 설명회, 당 지도부의 혁신도시 방문 계획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을 모시고 누구 얘기가 옳은지 시간과 장소 제한없이 공개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1대1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토론 제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