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딱하면 당 깨지나?” 위기감 고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 여권 내 친이-친박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 진영은 세종시 수정안에 강력 반발, 친이 진영에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친이-친박 간의 계파싸움이 본격화 되자 최근에는 친박 진영의 신당창당 시나리오까지 시중에 나돌고 있다. 현재로선 신당창당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친박 진영이 한나라당내에서 독자행보를 공식 선언할 수는 있다. 친박 진영이 세종시 수정안에 끝까지 반대할 경우 독자노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6월 선거를 앞두고 친박 진영을 달래기 위해 당의 화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친박 진영이 정면승부를 고수할 경우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에 친박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결집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친박계가 ‘수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바로 차기 대선구도를 굳히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친이계는 친박 진영의 정면돌파 선언에 ‘불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번 싸움에 한나라당내의 친이-친박은 총력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살 대권 굳히기 승부이기 때문이다. 승부에서 질 경우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는 일정부분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대통령의 경우 심각한 레임덕현상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친이계는 차기 당내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 역시 패자가 되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지금의 독주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다.
친이와 친박 진영이 한 치의 물러남도 없이 팽팽히 대치함에 따라 당 내에서도 ‘분당 사태 임박설’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여기에다 세종시 수정안 입법 시기를 놓고서도 정부는 조만간 입법예고를 통해 속전속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충청권 여론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혼선을 예고하고 있다.
친박 진영 초강수 계산법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원안 고수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 하지만 타협의 여지는 남겨둘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금 박 전 대표의 무조건 반대는 말 그대로 생각지 못했던 초강수다. 분당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정부의 수정안 발표 나흘 전인 7일 ‘원안이 배제된 수정안에도 반대, 수정안을 바탕으로 한 당론에도 반대’라고 못 박았다. 발표 다음날인 12일엔 “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충청권 여론이 변해도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타협의 여지를 스스로 없앴다.
박 전 대표는 ‘원칙과 신뢰’이미지를 지키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의 ‘놀라운’행보를 차기 대권과 연결시키고 있다.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충청권 표심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울러 친이계와의 정면승부에서 패하면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친박계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균형 발전 문제에서 여권 주류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어 다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금 상태만 보면 박 전 대표가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여권 주류가 세종시 수정안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박 전 대표가 탈당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친박계의 한 인사는 “친박은 한나라당을 떠나서는 존재의미가 없다. 또 죽음을 눈앞에 둔 당을 지금으로 이끈 박 전 대표가 분당을 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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