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핵심 인사 수사 ‘동시 진행’ 압박
여야 핵심 인사 수사 ‘동시 진행’ 압박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1-12 10:19
  • 승인 2010.01.12 10:19
  • 호수 820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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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검찰 사정은 계속된다 ‘쭈~욱’ 토착비리·선거사범 척결? “권력 게임 중”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정치권 공식 화두라면 물밑에선 지방선거가 단연 관심사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세종시 수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크게 여당과 야당, 그리고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의 희비쌍곡선이 교체될 전망이다. 한 가지 더 변수가 있다. 세종시 문제가 정국적인 이슈라면 지엽적인 변수가 있다. 바로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비리 폭로 여부다. 그 키는 검찰이 쥐고 있다. 이미 사법부 수뇌부는 올해 신년사를 ‘지방선거 토착비리 척결’로 잡았다. 그러나 그 다짐 뒤에는 정치인 사정과 현역 단체장, 기초의원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정치인 사정과 지방권력에 대한 사정은 전국적으로 진행중이다. 친박 진영 및 야권 정치인과 예비 후보자들이 긴장하는 배경이다.

지난주 사법부 수장들의 신년사가 있었다. 김준규 검찰청장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돈선거, 거짓말 선거를 척결하겠다”고 일성을 날렸다.


친이-법무부-검찰, 지방선거 ‘3각 공조’ 태세

이귀남 법무장관 역시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7일 “조기 과열조짐을 보이는 지방선거에 대비해 수사역량을 강화 공명선거 분위기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총선, 대통령 등 3대 선거를 제외한 6, 10월 재보선 선거의 ‘키’를 잡고 있는 두 수장의 말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검찰은 기소를 법무부는 재판을 통해 당선자의 직을 상실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양대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부터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사정은 매섭게 몰아쳤다. 박연차 불법정치자금으로 인한 민주당 이광재,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의원직 상실위기에 놓였다. 역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공성진 의원이 ‘골프장 게이트’로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바뀔 전망이다. 서울시장 출마가 예상되는 한명숙 전 총리는 대한통운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금품수수의혹’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측근 또한 곽 전 사장으로부터 ‘금품 수수의혹’을 제기하면서 야당을 바짝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본인의 ‘사실 무근’이라는 주장이지만 검찰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정 대표의 친인척이자 호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씨 관련해 비리관련 첩보를 입수해 내사중이라는 말도 서초동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 다른 호남 기업인 T 회사에 대한 사정당국의 조사 역시 민주당을 겨냥하고 있다. T사는 KTX 신호기 제작회사로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1천억이 넘는 사업 수주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민주당 의원 2~3명에게 건네간 정황을 포착하고 금명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다.

야권뿐만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내 야당’인 친박 후보에 대한 ‘표적 수사설’도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지방권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광역·기초 단체장, 기초의원은 대다수가 친박 성향의 장이다. 박근혜 전 대표 시절 공천을 받은 인사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대선 이명박 대통령 후보 당선,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다수의 친이 후보들이 원내에 입성하면서 당내 판세는 달라졌다.

한마디로 비주류였던 친이 세력이 주류로 부상하고 주류였던 친박 세력은 비주류로 전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는 지방선거에서 본선보다는 예선이 더 치열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친이, 친박에 친이재오계, 친이상득계, 친박은 신주류, 구주류로 나뉘어 지역별 후보자별 공천과 경선과정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나아가 외곽조직인 박영준-김대식이 이끌던 선진국민연대(현 동행대한민국). 박창달-이영수 회장이 이끄는 국민성공실천연합, 뉴라이트 진영까지 얽히고 설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지방선거 공천과정에 탈락한 인사들이 친박 연대나 무소속으로 출마가 예상돼 ‘표 분산’이 이뤄질 공산이 높다”며 “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공산이 높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클린공천감찰단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당시에도 전국에서 물밀 듯이 상대방에 대한 첩보와 제보, 동영상, 녹취록이 쏟아졌다”며 “다 할수도 없어서 ○(확인), △(유보), X(미정)으로 나뉘어 조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당시보다 더 제보가 많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과열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06년 지방선거, ‘쏟아지는 비리 제보’ 올해는 극심

그는 “확인한 것보다 인력과 시간 부족으로 확인하지 못한 건수가 더 많다”며 “나머지는 다 용도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감찰단은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 검찰에 고발절차를 밟았는데 대표적인 사건이 김덕룡, 박성범 부인들의 금품수수 사건으로 이후 두 인사 모두 공천과정에서 배제돼 상당한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이를 잘 아는 친이 진영과 검찰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거 비리 관련 첩보를 담은 ‘X파일’을 ‘정적 제거용’으로 활용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친박 인사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이미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선거사범 척결을 위해 전국 지검에 전담반을 설치할 것을 지시한 상황이다. 또한 대검내 범죄기획관실 1과와 12과가 따로 층을 썼으나 한층으로 옮겨가면서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활기를 띌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사범 관련해서는 검찰뿐만아니라 국정원, 경찰 등 기타 사정기관들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정기관은 일선 근무자들에게 ‘지방선거 비리조사’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을 지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경찰의 경우 선거사범을 붙잡아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한 계급 특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혈안이다.

사정기관들이 이처럼 정관계 인사들을 겨냥한 토착비리와 선거사범 잡기에 혈안이 되면서 야당과 친박 성향의 단체장, 기초의원들은 초긴장하는 모습이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향후 공천이나 경선, 나아가 본선에서 상대후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을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우여곡절 끝에 당선되더라도 재판 결과에 따라 ‘100만원 이상’ 벌금을 받을 경우 의원직 상실형을 받을 수 있다.

당장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측근으로 대한통운 곽 전 사장으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은 A씨는 올 지방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면서 지방선거 출마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정권재창출, ‘정치권 아닌 검찰 좌우’?

이처럼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배경에 민주당과 친박 진영은 지방선거 물갈이를 통해 ‘이명박 정권 재창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각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국내에서 치러진 선거중 가장 큰 규모의 선거로 16개시도 단체장을 포함, 교육감 선거까지 포함돼 있어 역대 최고 인원을 뽑게 됐다. 당선자만해도 3,960명에 한 선출직에 후보자가 3명일 경우 1만2천여명이 훌쩍 넘게 된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파나 후보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기 인물 심기’에 목을 메는 배경이다. 또한 한국 정치 특성상 학연, 지연, 혈연에다 특정 정치인에 줄서기가 만연된 정치 풍토를 감안하면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을 어느 정파에서 어떤 대선 예비후보 진영이 다수의 후보를 당선시키느냐에 따라 2년 후 벌어질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여기에 검찰 등 사정기관이 친이명박 진영과 손을 잡고 ‘표적수사’, ‘물갈이용 수사’로 변질될 경우 야권과 친박 진영은 6월 지방선거전 ‘자중지란’에 빠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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