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 넘어다보는 고양이 들
생선가게 넘어다보는 고양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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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3-04 09:00
  • 승인 2005.03.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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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선거는 돈 놓고 돈 먹는 놀음판 같았다. 입후보자들이 여기저기서 뜯은 돈을 뿌려서 표를 끌어 모았다. 당선되고 나면 쓴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또 챙겨 배를 불렸다. 그 돈으로 또 선거에 나가 표를 샀다. 그러니 아무리 참신하고 유능한 인사라도 돈이 없으면 당선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해 4월 실시된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역사에 기록할 만하다. 어떤 선거보다 깨끗하게 치렀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여 정치권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조였기 때문이다.그랬더니 수구세력이 퇴조하고 신진세력이 부상했다. 이 나라 정치의 고질병인 도당정치(盜黨政治-kleptocracy)와 금권정치를 청산하고 정치개혁을 이룩할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1년도 채 안되어 돈이 없이 정치하기 어렵다며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자금이 풍족하게 돌아가도록 고치겠다고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가 들고 나온 것이다. 공돈을 펑펑 쓰던 즐거운 맛을 잊지 못해 금단현상을 느끼는 모양이다. 지난해 선거가 임박해 개정한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집회와 법인-단체의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것을 뜯어 고쳐 정치인의 후원회 행사와 법인-단체의 기부행위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폐지된 지구당도 지역당원협의회 형식으로 부활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돈벼락을 맞던 그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이에 한술 더 떠서 기초-광역단체장, 의원, 예비후보의 정치자금 모금도 허용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이라는 사람까지 맞장구 치고 나섰다. 그러다 비난여론이 드세게 일자 주춤하는 모습이다.후원회 행사와 기업의 정치헌금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개인의 푼돈은 싫고 기업의 목돈을 먹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정경유착의 꿀단지가 그립다는 것이다. 물꼬만 트면 기업들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지구당 부활을 요구하는 것은 그 돈으로 조직관리를 해서 다음 선거에서 쉽게 당선하고 싶다는 뜻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복마전을 닮았다는 소리가 드높다. 이런 판에 자치단체장의 정치모금을 허용하면 토호세력이 벌떼처럼 달려들 것이다. 한국정치의 특징은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돈으로 권력을 사는 금권정치이고 둘째는 지연-학연-혈연이 짜고 갈라먹는 족벌체제이며 셋째는 지역정서를 정치에 악용하는 지방주의이다. 그 구심점에는 금권정치가 자리를 잡고 앉아 돈으로 족벌체제와 지방주의를 엮는 강력한 자력을 발산한다. 금권정치가 청산된다면 족벌체제도, 지방주의도 위세가 약화될 것이다. 정치자금의 원천은 기업이다. 그것을 봉쇄해야 부패정치를 척결할 수 있다.역대 선거에 투입된 선거자금의 절대액은 기업을 통해 음성적-불법적 방법으로 조성했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미래의 부당이득을 매개로 암묵적인 거래에 의해 만들어졌던 것이다. 금권정치를 청산하려면 공급측면에서 획기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그래서 후원회 행사와 기업의 정치헌금을 금지했던 것이다. 어떤 형태이든지 기업의 정치헌금을 허용하는 한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근절할 수 없다. 기업이 이런 돈을 마련하려면 비자금을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회계조작과 세금포탈이 필연적으로 따라 기업부패를 조장한다. 음성적이든 양성적이든 기업의 정치자금은 반드시 반대급부를 요구한다. 국가정책의 수립-집행과정에 개입하여 경제질서를 왜곡시키고 나아가서 금권정치의 폐단을 낳아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문제를 지닌 것이다. 또 제조원가에 반영되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결국 섞은 정치인의 뱃속도 국민의 돈으로 채우는 셈이다. 기업의 정치헌금을 금지하지 않으면 정경유착의 척결도, 금권정치의 청산도 불가능하다. 이제 국민들이 깨어나 누가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장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자. 공직을 좋은 돈벌이로 아는 사람을 국회로 보내서는 공직사회의 부패구조를 더욱 혼탁하게 만든다. 당장 4월 재·보선에서부터 부패정치인을 응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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