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취재진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 수주에 나선 올해 봄부터 참모들에게 ‘잠이 안 온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여 수주전에 직접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UAE 원전 수주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아레바(Areva)로 기울었다는 게 정설이었다. 당시 현지를 방문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사실상 거절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그룹 재직시절 중동을 무대로 뛰어다녔던 이 대통령이 협상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자와 직접 전화통화를 한 뒤 한승수 전 총리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김태영 국방장관 등을 비밀특사로 파견했다.
UAE가 사실상 우리나라의 수주를 확정 통보한 것은 이 대통령이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 참석차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출국하기 이틀 전인 지난 12월 15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코펜하겐에서 귀국하는 특별기내에서 68번째 생일파티를 하면서 쌀막걸리를 평소 주량보다 많이 마시는 등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 이유가 UAE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후에도 `철통 보안’을 유지하며, 치열한 수주경쟁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통상 1~2주 전에 발표하는 해외순방 일정을 이번에는 출국 당일인 26일 오전 6시에 공식 발표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은 UAE 국왕이 한국을 방문하면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손자까지 다 데리고 와달라고 당부하는 등 중동 사람들의 성향을 꿰뚫었다”면서 “오랜 비즈니스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아랍권에서는 포옹을 잘 하지 않는데 모하메드 왕세자는 공항에서 이 대통령과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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