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대선공약 국책사업
골칫거리 대선공약 국책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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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2-17 09:00
  • 승인 2005.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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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 국책사업들이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다. 그것들은 또 공사중단이 우려되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와 새만금 사업이다. 사업의 타당성-경제성과 함께 환경영향을 따지지 않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사업계획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득표전략으로 급조한 탓이다. 그 정치세력은 집권하여 권세를 누렸지만 국민들은 혈세를 부담하느라 허리가 휜다.고속철도는 평지에 적합하다. 그런데 경부고속철도는 전구간의 70% 이상이 터널과 교량을 통과한다. 터널공사를 하다가 대규모 폐갱도를 만나 공사를 중단하거나 노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교량상판 설계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공사를 멈추기도 했다. 정밀지질조사도 않고 설계도면도 없이 공사를 벌여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숱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결국 천성산 터널공사를 둘러싼 환경파괴 논란도 예정되어 있었던 셈이다.노태우 정권은 1989년 불쑥 공사비 5조8,462억원을 들여 1998년까지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1992년 4월 천안~대전 구간에서 부랴부랴 착공식을 가졌다. 땅 한 평도 매입하지 않아 하천부지에서 첫 삽을 떠야만 했다. 그것은 그해 12월 대선을 겨냥한 득표전략이었다.건설계획을 급조한 바람에 착공 후에 노선변경을 했다. 당초에는 대구~밀양~부산을 잇는 직선이었다. 그런데 1992년 대구~경주~부산으로 바꾸었다. 이것은 경주, 포항, 울산 주민들의 표를 노린 득표전략이었다. 여기서도 말썽이 터졌다. 경주 도심을 통과하면 문화재를 훼손한다는 반대에 밀려 경주 우회로 바꾸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천성산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착공 1년반 만인 1993년 6월 건설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완공시한을 당초보다 4년 뒤로 미루고 공사비도 2배 가까이 증액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알게 모르게 완공기한과 공사비를 늘려 작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부분개통했다. 대구~부산 구간은 기존 선로를 전철화하여 달리는 한편 대구~경주~부산 구간은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사비가 12조7,377억원이나 투입됐다. 2010년 전구간을 완공하려면 당초보다 3배 이상 많은 18조4,358억원이 든다고 한다. 그것도 그 때 가봐야 알 일이다.1987년 12월 당시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느닷없이 새만금 사업을 발표했다. 바다에 방조제를 쌓아 대규모 농업용 간척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또한 호남지역 득표전략이었다. ‘호남 푸대접론’이 선거쟁점이 되자 공약을 급조했던 것이다. 환경파괴, 자연훼손에 대한 검토도, 여론수렴도 없이 말이다. 노태우 정권은 1991년 8월 공사를 개시했다. 이 또한 1992년 12월 대선에서 득표를 노린 정치적 포석이었다. 그 후 1996년 7월 시화호의 수질오염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됐다. 새만금도 같은 꼴이 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 과정에서 쌀 시장이 개방되고 쌀이 남아돌면서 그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차라리 갯벌을 그냥 두는 게 경제적 이득이 크다는 것이다.환경단체의 반발이 드세져 1999년 5월부터 2년간 방조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관민공동조사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환경단체가 매립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 공방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이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정부는 공사를 강행한다며 이에 맞서고 있다. 이미 3년 반이나 이어진 법정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새만금도 3조6,666억원이나 투입되는 대역사이다. 길이 33㎞ 방조제 중에 2.7㎞만 남겨놓고 있다. 공사가 중단되면 방조제 흙이 유실되어 보강공사를 해야 한다. 이미 엄청난 예산손실이 있었고 앞으로도 법원결정에 따라 그 가능성이 크다. 완공해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 만경강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여기서 파생하는 환경파괴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간척지는 어떻게 이용하고, 그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지 등등 말이다. 고속철도도 새만금도 정치세력의 선거전략과 관료집단의 무사안일이 연출한 합작품이다. 그들의 무책임, 무소신, 무정견이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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