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역할 포기한 이해찬 총리
총리역할 포기한 이해찬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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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11-04 09:00
  • 승인 2004.1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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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고 노무현 집권세력의 돌격대로 나섰다는 인상을 금치못하게 했다. 총리 자리는 내각을 통할하고 부처간 갈등을 조정하며 의회와 행정부 관계를 원만히 관리하는 점잖은 자리이다. 그러나 이 총리는 원만한 관계 역할자로서가 아니라 집권세력의 돌격대장처럼 비판 언론과 야당을 사납게 매도하고 나섰다. 총리로서의 역할은 물론이려니와 품위마저 포기한 것이다. 이 총리는 10월중순 유럽 순방중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역사의 반역자다”, “조선과 동아는 내 손아귀 안에서 논다”, “조선과 동아는 우리 정부가 망하는 관점에서 기사를 쓴다”는 둥 폭언을 마구 뱉어냈다. 이런 투의 막가는 언동은 그가 동아·조선을 적대시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의도적 충성심 표출로 추측케 한다. 그는 총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아·조선에 그같은 극언을 퍼부은 적이 없었다는데서 더욱 그렇다.노 대통령은 작년 8월 장차관급이 참석한 자리에서 언론의 “횡포에 맞설 용기가 없고, 좋은게 좋다고 하면 (장차관 자리를) 그만 두라”고 호통치면서 “장관이 언론에 부당하게 맞아서 그만두는 일은 이젠 없다”고 보장해 주었다. 이 총리는 노 대통령의 저같은 언론 맞서기 주문에 충실히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노 대통령이 언론을 용기있게 때렸다가 언론에 맞아도 자리 만큼은 보장해준다고 장담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이 총리는 10월 말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동아·조선이 ‘역사의 반역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되풀이했다. 그는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이 두 신문들이 “한때 잘못한 부분도 있으나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그것의 수백배”라며 총리의 두 신문에 대한 공격이 잘못되었다고 다그쳤다. 여기에 이 총리는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되풀이했다. 동아·조선의 역사에 대한 왜곡이다.돌이켜 보건대 동아일보의 경우 일본 압제하에서는 여러 차례 정간당해야 했고, 끝내 폐간되고 말았다. 폐간을 각오하고 일제에 맞섰음을 실증한다. 대한민국 건국 후에는 자유당 독재, 5·16 군사독재, 12·12 신군부를 상대로 주어진 상황속에서 자유를 위해 정론을 폈다. 동아일보는 박정희 권위주의에 저항하다가 광고탄압을 받아 재정적 위기에 몰리기도 했고, 김대중 정권에 의해서는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필자도 권위주의 독재 시절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서 집필한 사설이 문제되어 새벽 1시에 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이어 동아·조선은 좌파성향 노무현 정권에 순종하거나 협조하지 않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론을 펴다가 이 총리에 의해 ‘역사의 반역자’로 왜곡되기에 이르렀다.이 총리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막말하기를 주저치 않았다. 그는 유럽 순방중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고 주장했다. 이 비방에 대해 안택수 의원이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사과는커녕 도리어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원을 받은 당이다”라고 대들었다. 분개한 한나라당은 이 총리를 파면하라고 했다.이 총리의 전투적 발언들은 양식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비판까지 불러일으켰다. 김부겸 의원은 국회 발언을 통해 “이 총리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비판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나무랐고, 같은 당의 안영근 의원도 “과했다”고 핀잔을 주었다.이 총리는 동아·조선과 열린우리당에 사과하고 총리 본연의 역할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니면 총리 자리를 떠나 비판 신문과 야당에 대한 집권세력의 돌격대로 등록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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