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지켜야 할 국가 최고의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이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고 있다. 국가의 “수도와 관습헌법을 연결하는 것은 처음 듣는 이론”이라며 대통령이 헌재결정 불복을 부추긴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이 국회입법권을 제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발하고, 여당대표는 “헌재가 헌법을 훼손했다”고 소리친다.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면 “국가의 법질서가 무너진다”고 김수환 추기경도 우려하며 “위헌결정을 받아들인다는 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걱정할 정도다.600년의 역사를 가진 수도 서울을 옮기는 것은 헌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 국가질서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아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 헌재의 결정이 아닌가. 이번에는 이해찬 총리가 헝가리에서 개최된 진보정상회의에 참석한후 오스트리아를 예방하고 독일을 방문중이었다. 물론 국민의 세금을 갖고 하는 국가 정상급 외교무대였으며 공무출장 중이었다.그런 그가 베를린에서 특파원들과의 회견장에서 동아·조선일보에 대한 저주와 협박이 뒤섞인 말을 토해냈다. 폭탄주와 함께 언론에 대한 증오심을 폭발시킨 것이다. 그는 말하기를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은 용서해도 지금도 계속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역사에 대한 반역죄는 용서 못한다”, “조선과 동아는 내 손바닥 안에 있다”,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라고 쏟아냈다. 더구나 국내도 아니고 국제외교무대에서 한 말이다. 유럽의 웃음거리가 되고, 독일정부와 국민들 또한 심각한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며, 헝가리 진보정상회의, 오스트리아 방문외교는 물거픔이 되고 만 것이다. 독재자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의 경쟁력이 초고속으로 추락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언론과 전쟁을 벌이는 총리의 모습 속에서 대한민국도 함께 추락하는 것이다. 이러고도 총리자리를 지킬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는 국회도 야당도 언론도 국민도 없는 나라다. 야당은 고작 대변인을 시켜 “술 취한 총리, 술이나 깨고 귀국하라” 는 한가한 논평만 내고 있다. 야당의 위기다. 지도부가 나서야 할 일이다.지금 우리의 상황은 “망망대해에서 태풍을 만난 배”와 같다. 11월 2일 미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망망대해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반도 정치에 폭풍을 몰고오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북한 핵과 인권문제 모두 태풍이 되어 몰려오고 있지 않는가?대통령, 총리와 정부, 여야정치권 모두 눈을 감고 몰려오는 파도를 보려하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대통령은 헌재와 싸우고, 총리와 장관들은 언론과 싸우고, 386 좌파세력은 북한 핵과 인권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싸우며, 친북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태풍을 만난 ‘한국호’에는 선장도, 항해사도, 기관장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어데 숨어 있는가. 일본 호소다 관방장관이 북한 핵보유사실을 처음으로 언급하는 것도 그렇고,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주최하는 최초의 PSI(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 다국적 군사훈련이 도쿄만 앞바다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미국·호주·프랑스 등 8개국이 정회원국가이고, 러시아 등 14개국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 또한 북한 핵은 북경 6자회담이란 시간끌기로 가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끝나가고 있다. 7,000만을 지켜야할 한국 정부의 역할도 사라져 가고 있다. 존 케리가 대통령이 되면 오히려 더 강경할 수도 있다.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미국의 초강경의지는 민주·공화의 구별이 없다. 미국은 오로지 테러와의 전쟁뿐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태풍의 눈이다. 대형난민촌이 생기고 대량탈북사태가 시작되는 미묘한 움직임이 북한과 중국에서 감지된다. 미국은 북한 인권전담대사를 임명하고, 북한 민주화 인권단체에 연간 2,400만 달러를 지원하고, 탈북자들에게 난민지위와 망명자격을 부여할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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