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의 2004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대만은 4위, 싱가포르는 6위, 일본은 9위, 홍콩은 21위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작년의 18위에서 29위로 무려 1년새 11단계나 초고속으로 추락하고 있다. 물론 안보 외교경쟁력도 더불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미국 예일대 폴 케네디교수는 12일 서울 기자회견을 통해서 “한국은 중국·일본·러시아· 미국등 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코끼리 사이에 끼인 ‘작은 동물’ 이라며 한 마리의 코끼리를 위한 정책을 펴면 다른 코끼리가 화를 낸다”고 말했다. 한국이 갑작스럽게 친미정책을 친중정책으로 바꾸면 한국의 생존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으로부터 어떠한 외교적 보장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한중동맹관계가 한미동맹관계보다 중요시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외교적 고립과 안보의 공백을 가져오고, 생존의 위협을 자초하는 아주 어리석은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케네디교수는 또한 미국은 민주당 존 케리가 집권하더라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 발사등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경우 초강경대응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핵문제를 들고 나왔다. 그것도 북한 핵이 미국대선의 주요쟁점으로 떠오른 시점에서, 노대통령이 북핵문제를 놓고 한국·중국·러시아·일본과 미국 간의 경계를 선명하게 긋고, 이를 공공연히 공표하는 것이, 외교적 파장과 충격을 계산한 이성적 발언인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는 “미국이 (북핵에 대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굉장히 민감한 말들이 오가지만 구조적으로 많이 안정돼 있다”고 말하고 “한국·중국·일본·러시아등 모든 나라는 북한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될 어떤 환경에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론에대한 불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일본 마저도 미국과 분명히 다르다”고 말하면서, 노대통령의 말대로라면 북핵과 과련해서 중국·러시아·일본의 입장과 미국의 입장이 따로 있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은 이 문제에서 중국·러시아 ·일본 쪽에 서있다는 것이다. 과연 386식 외교의 해법이고 논리의 전개다. 폴 케네디교수의 말대로 국가의 생존자체가 걸려있는 중대하고도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미국에 도전하고 우방 동맹간의 우호와 신뢰를 저버리는 말을 거침없이, 그것도 남의 나라 땅에 가서 말한다는 것은 회복하기 힘든 치명적 외교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한편에서는 부시가 재당선되면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으로 초청해달라고 로비를 벌이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국정원 직원이 민주당 후보 선거운동을 돕다가 발각되어 부시진영의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샀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친미발언을 하고 한국에서는 반미발언을 식은 죽먹듯이 하는 지도자를 코미디언으로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일본의 경우는 동맹국답게 지혜롭고 적극적이다. 공공연히 부시 재집권을 위해 선거지원사격을 펼치고 있다. 자민당 간사장은 “부시 대통령이 아니면 곤란하다”며 북·미양국이 북한 문제를 협의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가하면, 고이즈미 총리도 14일 “나는 부시 대통령과 친하기 때문에 그가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길 원한다”고 직설적으로 선거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노무현정부의 외교와는 격과 차원이 다르다. 중국외교도 그렇다. 북핵문제를 풀어가고 고구려역사왜곡을 바로잡는 것만도 외교력이 벅찬데 “을사보호조약이 무효인 만큼 이 연장선상에서 간도협약은 무효”라고 국정감사자료는 선언하고 있다. 영토전쟁을 일으킬 폭탄선언이다. 과연 감당할만한 영토탈환선언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국력을 배양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 학술적 연구와 국제법의 근거를 오랜 기간 침착히 준비한 이후에 나와야 할 일이다. 이 시점에서 간도문제의 마찰로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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