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조작 사건 기획자는 정권 핵심부 K씨”

미네르바 검찰수사와 관련, 인터넷 논객 메이크파일(필명)은 검찰의 조작 흔적이 곳곳에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로부터 이런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치 영화에 나올 법한 치밀한 조작극이지만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책임지는 검찰이 그에 가담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메이크파일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정황상 그렇다는 것일 뿐 사실을 명백히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분명한 것은 메이크파일의 주장에 대해 검찰이 명쾌하게 반박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사건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사안에 검찰은 수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일요서울]의 취재에 당시 수사를 했던 검찰 관계자들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또는 “확실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조사했다”는 말로 일관했다.
메이크파일이 제기하는 검찰조작수사 의혹을 살펴보면 진실의 마지막 보루인 검찰이 미네르바 사건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했는지 의심하게 된다.
2009년 1월 7일 박대성 체포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3차장은 김수남이었고, 3차장 산하에 있는 마약/조직폭력 수사부 부장은 김주선이었다.
메이크파일은 2008년 12월 29일 미네르바의 글이 올라온 이후 내사를 했다는 검찰의 설명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검찰은 그 전에 이미 미네르바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때 조사한 미네르바는 현재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대성이 아니라 다른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메이크파일은 “미네르바 사건을 최초로 수사했던 곳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 산하의 형사 5부였다. 이미 11월초에 형사 5부가 내사에 들어갔다”며 “당시 검찰이 다음(DAUM)측으로부터 건네받은 미네르바신상 자료의 주인공은 박대성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마약조직폭력수사부(마조부)가 맡으면서 갑자기 미네르바가 박대성으로 둔갑했다는 얘기다. 미네르바에 대한 조사를 왜 마조부가 맡게 됐는지도 의문이다. 박씨가 체포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마조부가 인터넷허위사실유포 사건을 조사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수남 차장은 이에 대해 “마약조직범죄수사부가 허위사실유포 도 전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왜 형사 5부에서 사건을 마조부로 넘겼을까하는 점이다.
정의로운 검찰의 절망
이에 대해 메이크파일은 “당시 형사 5부 수사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건을 마조부로 넘기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며 “이 관계자로부터 윗선의 조작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말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형사 5부는 조작 지시를 거부했고 이에 윗선은 미네르바 사건을 마조부로 이관시켰다고 한다”고 말했다.
메이크파일에 따르면 검찰의 이상한 움직임(?)은 이뿐 아니다. 마조부는 2009년 1월 7일 박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어 같은 달 22일 박씨를 구속기소했다. 한참 미네르바수사가 정점에 이를 무렵인 이달 30일, 검찰 내부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수사를 지휘하던 김수남 차장과 김주선 마조부장이 갑자기 인사이동을 했다. 김수남 차장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주선 부장은 춘천지검 강릉지청장으로 승진했다.
중요사건의 수사책임자가 사건조사가 한창 진행되는 중간에 떠나버리는 일은 이례적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요사건 수사중간에 수사책임자가 바뀌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그만큼 수사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가 검찰 윗선에 의해 조작되고 있었다면 중간에 책임자가 바뀌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메이크파일은 “그 후임자들이 누구인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크파일은 “김수남 전 3차장의 후임은 최재경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이었다. 김수남은 대구 청구고, 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최재경은 대구고,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두 사람은 각각 사법고시 26회, 27회로 고향/대학교/사법고시 선후배지간이죠. 즉, 사건 뒤처리를 책임져줄 든든한 후배가 후임으로 온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 메이크파일은 “김주선 전 마조부 부장의 후임은 이두식 당시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이었다. 김주선과 이두식은 모두 단국대 법대 출신이다. 각각 사시 29회, 31회로 역시 대학교/사법고시 선후배지간”이라며 “마조부장의 경우도 사건 마무리를 책임져줄 믿음직한 후배가 후임으로 부임한 것이다. 그렇게 2009년 1월 30일 이후부터 미네르바 수사는 최재경/이두식 콤비의 지휘를 받아 진행됐다”고 전했다.
박씨의 1심 재판은 2009년 2월부터 4월까지 진행됐다. 4월 20일 법원은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주장했던 미네르바의 허위사실유포 등 혐의사실이 모두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이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그러나 박씨에 대한 2심 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이렇게 사건이 표류중인 동안 검찰 마조부에는 계속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8월 12일, 1심 재판 기간 동안 마조부의 미네르바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최재경 차장과 이두식 부장은 부임 6개월만에 각각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연수원 교수로 승진해 떠났다.
미네르바의 죄 값
메이크파일은 “미네르바수사를 지휘했던 3차장이 연달아 부임 6개월만에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다는 것은 참 공교로운 일”이라며 “그것도 3차장 두 사람이 나란히 승진했다”고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이동했던 김수남 전 3차장은 그 자리를 후배 최재경에게 물려주고 또다시 청주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춘천지검 강릉지청장으로 승진했던 김주선 전 마조부장은 부임 6개월만에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또 메이크파일은 “박씨 1심 재판에서 수사를 지휘했던 최재경 검사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최재경 검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BBK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부장검사였다. 최재경 검사는 이명박 후보에게 BBK 의혹과 관련해 완전한 면죄부를 준 인물”이라고 말했다.
메이크파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최재경 검사는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파격 승진했다. 당시 한 일간지의 보도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잘 드러난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조사 대상이었던 ‘비비케이(BBK) 사건'을 처리한 최재경(경남·27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관례를 깨고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발탁돼 눈길을 끈다. 수사기획관은 중수부장을 보좌하며 주요 사건 현안을 조율하는 자리로,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부장이 곧바로 수사기획관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최근 수사기획관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같은 기수가 맡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최 부장은 3차장에 임명된 김수남 차장보다 한 기수 아래다.”
메이크파일은 “최재경 검사는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있으면서 진행했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박연차 사건의 수사”라고 말했다. 당시의 한 일간지의 보도 내용은 이렇다.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포문을 열었던 인물로, 당시 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9월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이래 11월에는 김형진 회장, 홍기옥 사장을 구속한 데 이어 12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를 구속했다.”
사건을 움직이는 배후
이와 함께 메이크파일은 사건을 기획한 인물에 대해서도 추측하고 있다.
메이크파일에 따르면 미네르바 조작 사건의 기획자는 IT 업계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 IT를 모르고서는 DB 조작, IP 조작 등을 통해 이런 사건을 꾸밀 생각을 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다. 엔지니어였다면 디지털 조작에도 뚜렷한 흔적이 남는다는 것을 알기에 어설픈 조작을 기획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또 권력 핵심부의 사람이어야 한다.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장관실 정도에 근무하는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특정 인물들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은 공통인물이 누구인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 등을 근거로 추려내면 K씨가 나온다는 게 메이크파일의 주장이다.
K씨는 IT 비전공자로 유명포털의 고위직에 올랐다. 그는 2008년 청와대에 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실제로 사건을 꾸민 이들 중 한명으로 지목되는 A씨를 통해 K씨가 미네르바 사건에 깊게 관여돼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이 K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미네르바 관련 중요 정보를 K로부터 얻는다고 공공연히 떠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네르바 무죄 석방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대성(31)씨가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협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고 지난해 4월 20일 풀려났다.
박씨는 같은해 3월경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다음의 아고라에 경제관련 분석과 예측 글을 올렸다. 검찰은 결심 공판 때 그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박 씨가 문제 된 글을 게시할 당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설사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과 외환시장의 특수성에 비춰봤을 때 그가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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