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는 폭발의 규모나 사상자, 부상자의 숫자에 있어서도 그동안 북한이 발표한 것 보다 8배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사무국이 조사한 바 에 의하면 폭발의 강도는 리히터 3.6 상당의 지진과 맞먹고 TNT화약 800톤 폭발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또한 열차 폭발사고의 원인이 북한의 설명과는 달리 “군사용 연료등 강력한 폭발물에 의해 유발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용천 부상자들의 진료와 구호를 위해 세계가 앞을 다투며 사랑과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데 ,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김정일의 모습은 사고 후 3주일이 되어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수백 수천 명 국민의 생명이 아비규환의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제일 먼저 달려 왔어야 할 사람은 그들의 지도자 김정일이었다. 3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마 나타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죽음이 그렇게 두렵다면 그는 이미 지도자가 되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지도자가 될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다. 그는 북한의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임을 세계만방에 스스로 공표한 셈이다. 2,200만 국민의 목숨을 볼모로, 민주화 자유화는 고사하고,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박탈하고 짓밟는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제 하나밖에 없다.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독재자의 종말은 도둑처럼 찾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정일의 처 고영희를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부르고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신격화를 통해 3대째 세습 후계구도를 그리고 있는 북한을 21세기 현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국가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김정일은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남한에도 꿈을 깨야 할 사람들이 있다. 북한에 핵이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느냐, 핵이 존재하더라도 조잡한 수준일 것이다, 같은 민족인 우리에게는 위협이 아니다, 훗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민족의 병기가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핵무기는 우리의 안전과 평화에 지장을 주지 않는데 웬 호들갑들이냐는 등의 북한에 경도된 논리와 아집으로부터 꿈을 깨어야 할 사람들이 많다. 최근 국가비상기획위원장은 국내 학술회의에서 북한 핵이 가져올 수 있는 6가지의 재앙을 들고 있다. 남북의 군사력 균형은 결정적으로 붕괴되고, 남한은 전쟁이냐 굴복이냐 하는 위협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평화가 유지돼도 굴욕적이거나 노예적 평화가 될 것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의한 통일은 불가능하게 되고, 남한의 안전문제를 국제사회에 맡겨버리는 안보 신탁통치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 판단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정확한 판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핵협상에는 그렇기 때문에 타협과 양보의 공간이 없다. 그 해결 방식에도 CVID 방식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김정일은 중국 후진타오에게 핵 완전포기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 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상을 전제로 한 핵동결은 협상할 수 있으나 그것도 군사목적에만 한정하지 핵의 평화적 이용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6월의 북경 6자회담의 전망은 뻔하다. 김정일이 변하지 않는 한 6자 회담은 기대할 것이 없다. 1994년 제네바 경험으로 볼 때 ‘동결’은 있을 수 없다. ‘동결’은 또 다른 ‘핵개발’을 의미한다. ‘평화적 이용’을 위한 개발도 결국은 ‘대량살상병기’로 둔갑한다. 김정일은 국제사회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 그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6월이 오기 전에 꿈에서 깨어나라. 6월은 그에게 가장 잔인한 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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