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지난해 제59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규탄하고 개선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 당시 정부는 직접 앞에 나서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을 주도 하기는 고사하고 표결에 불참하는, 졸렬하다 못해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인권문제에 공로가 많다는 이유로 노벨상을 받은 김대중 정부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 대북 결의안은 53개 위원국 중 찬성 28, 반대 10, 기권 10표로 통과됐다. 그런데 금년 제 60차 유엔인권위원회에 유럽연합이 또 다시 대북인권결의안을 상정 표결처리할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의 입장과 태도는 작년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못해 분노를 느끼게 하고 있다. 정부의 변명은 이렇다. 북한 핵문제 협의와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부정적 입장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와 난민 문제는 본격적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3월 2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바 있는 제 5회 국제회의에서는 특별히 북한 요덕 청치범수용소의 생활이 적나라하게 표출되었다. 또 요덕 수용소에서 배고픈 수인들은 뱀, 개구리, 쥐 등 먹을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잡아 뱀가죽, 쥐 털과 심지어는 그 내장까지 먹어치운다고 밝히는 데는 인면수심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 한 민족과 동포로서 부끄럽고도 아픈 마음을 금 할 길이 없는 것이다.그런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이 정부의 대북인식에는 중대한 착각과 혼동을 갖고 있음은 물론이고 , 어떻게 보면 북한 김정일 정권의 안전보장을 북한동포들의 생명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전율을 금 할 수 없게 된다. 3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민권연구소, 참여연대 군축센터, 인권운동사랑방 등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가진바 있다. 장소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이었고 토론의 주제는 미국 상·하원에 제출되어 있는 북한자유화법안(North Korean Freedom Act)에 관한 것이었다. 북한자유화법안은 지난해 11월 전격적인 의회 통과를 위해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Neo-Con.)이 활동을 벌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 다시 금년 6월 통과를 목표로 전열을 가다듬으며 재미 동포사회도 거국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며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이 법안의 목적은 철저히 인도주의적이고 평화적인 접근방법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가 예산으로 탈북 난민에게 미국 이민을 허용하며, 몽골이나 러시아 연해주에 탈북 난민천막촌을 설치하여 구조 지원을 하고 민간 국제구호 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하여 북한 동포들의 식량 문제와 생존권을 도와준다는 기독교적 박애주의 정신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김정일의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들이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북미관계는 더욱 대결과 긴장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 경우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협력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주장하기를 북한자유화 법안은 외피는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이지만 궁극적 내면적으로는 북한체제 붕괴 내지는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 국민이 스스로 민주화의 길로 전진하고, 또 민주적인 방법과 절차로 김정일 정권 교체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 아닌가? 과연 국가인권위원회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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