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만든 기적
국민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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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3-24 09:00
  • 승인 2004.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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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후 처음으로 탄핵 정국을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에 익숙한(?) 한국적 정치 문화 속에서는 좀 놀라운 일이지만, 대통령의 이름도 잘 모를 정도로 대통령의 자리를 1년의 임기로 장관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는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국 정치가 걸어 가고 있는 이 길이 새롭고도 놀라운 길임에는 틀림없지만, 대한민국은 성숙한 국가다. 이런 정도의 도전은 충분히 이겨 내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정치 문명국가 또는 선진국가로 가는 관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는 탄핵 소추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헌법기관이고, 헌법재판소는 최종적으로 판결을 맡은 헌법기관이다.국민들은 이 기관 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방송매체와 TV가 편파 선동 방송으로 국론을 오도하고,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을 반대하는 사람 들이 거리로 나와 군중을 앞세운 정치행위를 계속한다면, 국제 사회는 오히려 이 자체를 비문명적인 것으로 바라 볼 것이다. 어쩌면 이른바 민중의 거리정치가 더욱 혼란해진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더 더욱 합리화시켜줄 수 있는 사회정치적 환경이 조성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직에서 밀려난 사례는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과 중남미,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이 있다. 의회의 탄핵안 가결로 실제로 대통령직에서 밀려난 케이스는 인도네시아의 와히드 전대통령과 에콰도르의 부카람 전대통령 두 사람이다. 와히드는 조달청의 공금 횡령과 부패 스캔들로 탄핵을 당한 케이스다. 부카람은 검증되지 않은 중도 좌파의 인물로 족벌주의 인사와 경제파탄, 그로 인한 근로자 총 파업 등 “정신적 육체적으로 국가를 통치 하기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사유로 쫓겨난 경우다.다음은 미국의 경우가 있다. 미국 정치사에서 탄핵 소추를 받은 대통령은 단 두 사람뿐이다. 17대 앤드루 존슨과 42, 43대 빌 클린턴이다. 링컨의 암살로 부통령에서 대통령이 된 존슨은 법을 어기고 반대파 육군 장관을 파면했다는 이유로 의회 모독 사유가 되어 탄핵소추되었으나 상원에서 한 표가 모자라 탄핵을 면한바 있다. 클린턴의 경우도 성추문과 관련한 위증과 사법 방해 행위 등의 사유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었으나, 상원에서 부결되어 탄핵을 겨우 면하였다. 우리가 특별히 주목할 인물은 37대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이다. 그에 대한 탄핵 사유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사실 그의 잘못은 민주당 선거본부가 있는 워터게이트사무실 도청 사실을 은폐하고 이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허위진술을 한 것뿐이었다. 또 놀라운 사실은 닉슨의 정치적 결단이었다. 미 하원에서 탄핵 심리절차에 착수하고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스스로 대통령직을 물러난 것이다. 미국적 의회민주주의의 승리의 날이었다.탄핵정국은 경제계에도 그렇지만 외교 안보 분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세계적인 산업으로 발전한 것은 정부의 불간섭 때문이었다는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없는 외교·안보 정책은 오히려 안정과 성숙된 모습을 갖출 것이다. 왜냐하면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총괄하고 주도 해온 청와대 국가안정보장회의(NSC)는 그동안 좌파 친북적으로 경도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막전 막후의 실세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위험스럽고도 설익은 NSC에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을 맡기기 보다 오히려 정통관료 집단에 의존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성숙한 국가다. 서울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대회를 통해서 얻은 세계적 명성과 자신감은 성장한 경제력과 국력 때문 이었다.국민의 힘 때문이었다. 대통령 때문에 이룬 기적이 아닌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만든 기적의 역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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