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건국이래 최대의 국난을 겪고 있다. 내부적 갈등과 대결의 구도는 그 뿌리가 깊고, 대결의 양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더구나 탄핵정국을 맞고 풀어가는 국민들의 모습에는 자유 민주국가 국민다운 성숙한 면모를 찾아 볼 수 없고, 3권 분립과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도 확신도 없고, 정서법과 떼법에 기대어 풀어 보자는 초헌법적인 법의식이 투쟁논리의 바탕에 깔려 있음을 보면서, 깊은 탄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탄핵정국도 그렇다.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서 찬반의 견해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통해서 결론을 내릴 것이다. 나라를 이끌어 갈 자질이 부족하고,지도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도덕적으로 대통령직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나라를 계속 이끌어 가는 것은, 모두의 불행이라 생각될 때, 바로 그때를 대비해서 탄핵제도가 생긴 것이다. 국회는 헌법이 명령하는 과정과 절차를 거쳐서 탄핵소추를 결정했다. 국회의 헌법적 권능으로 결정한 것이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행사는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국회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자유민주 국가가 아니다. 나라 안이 온통 내부적 갈등과 혼란 속에 빠지다 보니 세상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국민도 언론도 관심이 없고, 정치권도 선거전에 빠져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최근 행보와 언행을 보면 놀라움을 넘어 전율을 느낄 정도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문제의 핵심이다.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 되어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식민통치와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생생한 한·중 양국과 국민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은 외교적 상식이다. 외교적 관행과 선린우호 관계의 기본 정신을 무시하고 고이즈미는 금년 정월 초하룻날부터 신사참배를 하고, 그 빈도는 더해 가고 있다. 그의 말은 더욱 거칠어져 가고 있다. 그는 지난 27일 TV에 출연해서 한·중등 외국인이 왜 신사참배를 막나, “자기나라 전몰자에게 추도의 뜻을 표하는 것을 두고 왜 외국인이 안 된다고 하는지 아직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나라의 역사와 전통문화는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영웅은 다른 나라에서는 악한이 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악역을 맡더라도 국내에서 영웅이 되는 길이 있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웃 나라와 선린우호관계유지는 고사하고, 파괴하는 일을 거침없이 행하고 있는 지도자는 이미 실패한 지도자다. 최근 일본 방위청 연구소가 내놓은 2004년 동아시아 전략개관 보고서는 한반도에 대해 기고만장해 가는 일본의 외교 안보적 야망을 확실히 발견 하게 된다. 이 보고서는 북한은 내년부터 플루토늄 프로그램 핵무기 이외에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으로 생산된 핵무기를 연간 2개 이상 제조할 능력을 갖게 되므로 선제공격을 해서라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있다. 집권 자민당의 방위정책 팀도 “필요한 경우 일본도 상대국가의 군사기지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어야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결과적으로 볼 때 북한 김정일은 한반도에 일본의 군사력을 끌어 들이고 있다.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김정일의 몰락과 북한의 파멸을 예고하는 것인데,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한반도의 운명과 민족전체의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하루빨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받아 들여야 한다. 일본이 미국과 ‘찰떡공조’를 통해서 동북아의 군사적 강대국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본은 이웃 나라에 위험스러운 나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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