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전시장’ 후폭풍 넘겼지만… 당 간판 ‘흔들흔들’
이회창 ‘대전시장’ 후폭풍 넘겼지만… 당 간판 ‘흔들흔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12-22 10:01
  • 승인 2009.12.22 10:01
  • 호수 817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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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 “엄홍철 영입” 권선택측 “진작 말하던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자유선진당 의원총회에서 이회창 총재와 권선택 전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외적으로 ‘세종시’ 현안에 집권 여당과 박근혜 전 대표, 민주당의 목소리에 묻히고 안으로 대전시장 후보를 두고 들끓었다. 지난 12일에는 자유선진당 당 행사장에 염홍철 전 대전시장 영입 소문이 돌면서 권선택 의원 지지자들이 ‘흉기 난동’까지 벌이면서 일촉즉발 사태까지 있었다. 나아가 내년 2월 자유선진당을 탈당한 심대평 의원이 신당 창당을 밝히고 있어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입지가 급속히 줄어들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자유선진당 일각에서는 심 의원이 신당 창당을 하는 시점을 전후로 도미노 탈당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숨기질 않고 있다.

자유선진당의 위기는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감지됐다. 이회창 총재가 지지한 정원훤 후보와 심대평 의원이 지원한 무소속 김경회 후보가 동시에 충북 4개군 재보선 지역에 출마해 일합을 벌였다. 결과는 정 후보가 4.3%, 김 후보는 20.1%를 받았다. 세종시 수정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에 포스트 JP를 노리는 이회창 후보가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심 의원 후보에 비해 5배 이상 커다란 격차로 패한 것이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한 단초라는 점에서 이 총재로서는 아픈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유선진당 일각에서는 충남도지사를 지낸 심 의원이 신당 창당이 가시화 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충남 석권을 장담할 수 없고 당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급기야 이 총재는 사즉생 심정으로 염홍철 전 대전시장 영입을 통해 대전/충남에서 지지세 확보에 나섰다. 염 전 시장은 2002년 한나라당 후보로 대전시장에 당선된 이후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에 이어 2010년에는 자유선진당 간판으로 대전 시장 출마를 노리고 있다.


염 시장 입당,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다니…”

무엇보다 영입과정을 최측근을 제외하고 비밀리에 진행한 이 총재는 “경선은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자유선진당내에서 대전 시장 출마를 준비해온 권선택 의원으로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경선을 원칙으로 했다면 왜 권 의원에게 사전에 염 전 시장의 영입을 비밀로 붙였는지 모를 일이다”며 “권 의원은 언론에 가시화되기 전까지 전혀 언질을 받은 바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인사는 “이 총재가 경선 원칙을 언급했는데 그럴려면 권 의원에게 사전에 ‘염 전 시장과 당밖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당 안에서 부딪혀 이긴다면 본선에서 승산이 더 있다. 그래서 염 전 시장을 영입하려 한다’는 언질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일언반구도 없이 영입 추진을 하고 굴러온 돌인 염 전 시장에게 경선 언급을 해야지 권 의원측이 반발하니 박힌 돌에게 경선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 상식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권 의원은 지난 17일 염 전 의원의 입당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현 시점에서 당이 단합하지 못하고 분열할 경우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앞으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의 불출마 배경에는 염 전 시장의 영입과정에 배제된 점과 경선 원칙 언급에 이어 지난 대전 시당에서 ‘흉기 난동’ 사건 또한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권 의원실의 또 다른 인사는 “염 전 시장 영입에 따른 권 의원 지지자들의 흉기난동이 자칫 당내 분란을 가져오고 이로 인해 당이 깨질 경우 그 책임을 권 의원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도덕적 책임감이 있었다”며 “최소한 당을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염 전 시장의 영입을 수용한다는 입장이 담겨 있다”고 복심을 전했다.

반면 이 인사는 권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당후사’의 발언은 향후 당내 외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며 선거 참여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나 권 의원의 불출마로 인해 내년 대전 시장 선거는 박성효 현 대전시장, 민주당 김원웅, 선병렬, 자유선진당 입당을 앞둔 염홍철 전 시장 등이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심대평 신당 출현, 이회창 ‘2차 위기설’

‘대전 시장’ 후보를 둘러싼 당내 분열 조짐은 일단 권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수면 아래로 잦아들게 됐다. 하지만 당내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자유선진당내 지배적인 시각이다. 당장 심대평 의원은 지난 16일 지역 언론사 데스크와 가진 간담회에서 신당 창당 로드맵을 재차 밝히면서 압박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심 의원은 신당 창당 일정과 관련, “로드맵대로 내년 2월 창당을 목표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며 “충청인이 선택할 수 있는 정당,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정당이라면 어렵더라도 반드시 가야 한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특히 심 의원이 신당 창당이 가시화될 경우 자유선진당내 심대평맨들이 탈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특히 심 의원이 충남도지사 시절 부지사를 지낸 이명수 의원과 심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재선(대전 서을) 의원이 당장 거론되고 있다. 이럴 경우 지방선거전에 도미노 탈당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자유선진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자유선진당내 정체성이 맞지 않는 열린우리당 출신인 박상돈, 이상민, 김창수 의원 등은 민주당행을 이 시점에 맞춰서 움직일 수 있다”며 “이 총재가 위기를 완전히 넘긴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도미노 탈당 배경에 이 총재의 대권 3수 목표와 연결돼 있다는 지적마저 내놓았다. 이 총재가 지난 심 의원 탈당 이후 이인제 무소속 의원이 영입 무산된 이유 역시 두 인사 모두 대권 뜻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 총재가 ‘충청도 당이냐’, ‘전국정당이냐’는 우선과제에 있어 여전히 방점은 후자에 있다는 점에서 당내 충청권 출신 의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또한 염 전 시장 영입 과정에서 나타나듯 몇 몇 측근을 제외한 원내대표, 당사자, 당직자 등은 전혀 논의과정에 배제되면서 ‘독선적인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도 존재하고 있다.

이 총재가 이런 당내외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방선거전까지 무사히 선진당호를 이끌어나갈지 중도 난파당할지 충청권 민심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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