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은 멈출 수 없는 미국의 숙명이며, 세계 여러 지역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부시는 선언하고 있다. 집권 2기를 맞으며 자신감에 넘치는 부시가 내 놓은 부시독트린의 핵심적 내용이다. 테러와의 전쟁도,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도 모두 한반도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들이라는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 한 승주 주미대사도 “부시 행정부는 핵프로그램의 진전도라든지 실제로 당장 핵물질이나 무기로부터 오는 위협을 보면 이란보다 북한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미국의 대부분의 엘리트 언론매체가 부시를 과소평가하고 비웃었지만 그는 5,900만 표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득표수로 재선에 당당히 성공했다. 51%의 득표율은 인기 절정이던 클린턴의 96년 49%보다 훨씬 높고, 44년 53%로 재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기록에 육박하는 것이다. 초임 때의 중간선거에 이어 공화당의 상·하원 의석수를 또다시 올려놓아 입법부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데 상공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철저하게 ‘나의 길’ 을 갈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싫은 사람은 싫고, 독재자는 독재자로 인정해 버리는 화끈함 그대로 갈 것이다. 부시는 한국이 알고 있는 부시가 아니다. 미국도 한국이 알고 있는 미국이 아니다. 반면에 다른 나라들은 미국과 부시를 정확히 알고 행동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외교적 관례를 깨트리는 파격을 거침없이 저지르며 부시 당선을 위해서 세계 여론몰이에 나섰다.자민당의 관방장관과 고이즈미 총리가 번갈아 가며 “부시가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여기에 가세했다. 재당선에 성공한 부시에게 일본과 러시아는 고마운 동지 찰떡궁합으로 맞아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는 달랐다.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방송 매체들은 부시낙선을 예고하는데 신 바람나 있었고, 미국에서는 우리 정부관리가 민주당 케리후보를 지원하다가 공화당 측에 발각되어 속으로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너무 모르고 미국의 정치를 한국판으로 보기 때문에 저지른 큰 실수 들이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여러 나라들의 움직임을 보면 국제정치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두고 부시의 군사외교정책을 신랄하게 비난했던 중국이 관영언론을 통해 부시의 재선을 축하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한다고 아양을 부리고 나온다. 별안간 유화적인 톤으로 바뀐 중국 사설은 “양국 간 이해가 유대관계의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반테러리즘 연대가 이루어졌다고” 극찬을 하고 있다. 유럽의 영국은 말할 것도 없이 의기양양하다. 부시의 승리로 국내외적인 입지가 탄탄해진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의 활동반경은 더욱 넓어지고 강화될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특히 미국정부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던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는 더욱 흥미롭다.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인 지난 3일 부시에게 당선 축하편지를 보내 두 나라의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한바 있고, 독일의 슈뢰더 총리도 축하 메시지에서 양국의 우호관계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EU(유럽연합)정상들도 4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미국과의 유대강화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EU의 솔라나 외교안보담당 대표는 “세계의 많은 문제는 미국과 유럽 간 협력이 긴밀할수록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유대강화를 강조했다. 미국의 길을 바로 알고, 부시의 길을 바로 알 때가 되었다. 미국이 가야할 멈출수 없는 숙명의 길은 북한땅에서의 핵폐기와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가치이다. 핵폐기 또한 ‘돌이킬 수 없고 검증 가능한 완전한 폐기’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북한인권법은 북한민주화를 위한 또하나의 다른 수레 바퀴다. 이번주 남미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서 2001년의 DJ재판이 되질 않기를 바랄 뿐이다. 386식 민족주의적 좌파외교는 외교적 재앙만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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