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붕괴는 한국 사람의 큰 재앙
북한의 붕괴는 한국 사람의 큰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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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11-19 09:00
  • 승인 2004.11.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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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예술이라고 한다. 정상외교는 더더욱 예술적이어야 한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해도 정상외교에는 항상 정중하고 예술적인 의전이 따르게 된다. 그래서 외교에는 음악과 술과 춤이 함께한다. 외교협상도 예술적이어야 하지만, 협상의 실패와 거절도 예술적 수사학과 기교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문명 문화국가 세계 지도자들의 외교방식이다. 재선에 성공한 미국 부시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13일 미국 LA의 국제관계협의회(WAC) 주최 오찬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과 북한 체제와 관련된 민감하고 중대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토해 냈다. 부시에게 보내는 공개적이고 공격적인 메시지이다. 국제관례에 없는 일이다. 특히 동맹국간에는 조용한 막후 외교조정과 협상을 통해서 풀어 가는데, 상상을 초월할 메가톤급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서 한미 간의 견해와 인식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를 몇 가지 열거하면, 첫째, 노대통령은 “북한의 붕괴는 한국 국민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체제 위협에 직면했을 때 북한이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북한의 붕괴는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기는 것이며, 미국이 부르짖는 최대의 가치인 북한 동포들의 인권, 자유(Freedom) 와 민주주의(Democracy) 실현을 위해서 통일은 앞당길수록 좋다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체제유지 자체가 재앙이라는 인식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합의를 이루고 있는 대북관이며 인식이다.북한인권법의 미국의회 만장일치 통과는 그와 같은 인식의 공유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세계 208개 국가 중 가장 가난하고 가장 위험한 나라 북한의 동포들, 청치범수용소의 30만 동포들, 중국대륙을 방황하고 쫓기며 죽지못해 살아가는 탈북자 30만 명의 인권과 자유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북한붕괴가 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자유와 민주를 국가존립의 이념과 최대가치로 인식한다면 이런 말을 감히 할 수 있을까?둘째, 노대통령은 북한은 “핵무기를 반드시 포기할 것이다”라고 보는 반면에 미국은 9·11테러사태이후 더더욱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할 것이라는 견해를 가진 사람은 부시 정부 내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중이며 테러리스트들 손에 들어간 대량살상무기의 공격목표는 미국이라는 것을 알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셋째, 노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경우 북한의 말은 믿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라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2차 북핵위기는 2002년 10월 켈리 미 국무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스스로 고농축우라늄계획(HEU)의 존재를 시인함으로써 시작되었으며, 미국은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북핵 개발의 역사와 실체를 안다면 그런 주장이 얼마나 ‘수구’적이며 ‘낡은 생각’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의 핵의 국제정치에 대한 인식, 특히 북핵의 본질과 실체에 대한 인식의 수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UN EU 미의회와 정부 정보기관의 판단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386 과 여당의 대변인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정권의 대변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동포간담회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가 미국이 속이 좀 쓰려도 쉽게 포기할 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한 이 나라 대통령의 가벼운 말과 인식에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게 된다. 이런 정상외교는 ‘안보외교의 재앙’만 불러올 것이 뻔하다. 정상외교는 그의 인격과 능력에 너무나 벅찬 일이다. 국제무대는 그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화려한 곳이다. 그는 이제 청와대에서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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