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느냐·살리느냐' 부동산 정책 혼선
'죽이느냐·살리느냐' 부동산 정책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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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11-26 09:00
  • 승인 2004.1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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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경기상승을 주도하던 수출산업이 고유가에 환율급락이 겹치자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여기에다 내수경기를 부축해오던 주택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경기침체가 나락을 모른다. 그런데 부동산 보유세를 더 물린다고 밀어붙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금을 동원하여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다. 이 무슨 정책의 모순인가? 노무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전임정권의 정책실패로 인해 아파트 투기에 덜미가 잡힌 형국이었다. 온갖 억제책을 동원하고서야 투기의 망령을 겨우 잡았으니 말이다. 주택관련 세금을 몽땅 올리고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주택거래신고제도 실시했다. 여기에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겠다고 별러왔다. 투망식 억제책을 연발하더니 결국 투기를 차단하는 데는 성공했다.문제는 정상적인 거래마저 죽인 데 있다. 중소건설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 납품대금을 제대로 결제하지 못하고 임금마저 체불하는 실정이다. 분양한 아파트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잔금을 연체하여 텅텅 비어있다. 대형 건설업자들도 분양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집단도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세도 거래가 끊기면서 값이 뚝 떨어지고 있다. 이사를 오도 가도 못하니 부동산중개소의 휴·폐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근원은 저금리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정작 금리는 내리면서 실수요, 가수요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중과세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평생 돈을 모아 집 한 채 가졌는데 보유세를 크게 올렸다. 투기를 모르고 붙박이처럼 사는 사람들이 날벼락 맞은 셈이다. 그리고 등록세, 취득세, 양도세와 같은 거래세도 대폭 인상했다. 이것은 조세불만을 야기하고 내수부진을 심화시켰다. 세금이 무서우니 거래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내수시장을 지탱해오던 주택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뒤늦게 그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경기진작을 꾀한다고 규제완화로 돌아서는 듯했다. 주택투기지역과 토지거래허가제를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여기에다 지역에 따라 분양권 전매도 허용했으니 말이다.분양권 전매는 시세차익을 노린 전형적인 투기수법이다. 투기자본이 실수요자의 돈을 뺏어 가는 부도덕한 행위다. 그런가하면 투기와 상관없어도 다시 보유세를 크게 올리기로 했다. 동시에 부양책으로 거래세는 조금 내리기로 했다. 경기를 살리고 죽이는 모순된 정책을 병행하는 꼴이다.지방세인 재산세, 종합토지세에 더하여 기어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말았다. 시·군·구가 부동산에 대해 과세하고 나면 중앙정부가 나서 개인별로 전국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가액을 합산해서 다시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것이다. 특히 1가구 1주택이라도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중과세키로 했다. 지난 23년 사이에 아파트 값이 지역에 따라 23배 올랐다. 하지만 이것은 미실현 이득이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세금을 매길 수 있는가? 집 한 채만 가진 사람은 팔더라도 다시 집을 사야 하니 꼭 이득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세원에 대해 지방정부에 이어 중앙정부가 다시 과세하니 이것은 조세원칙에 어긋나는 이중과세다. 거론되는 세액도 살인적이다. 제 집에 살면서 엄청난 집세를 물고 사는 셈이다. 아무런 소득 없는 은퇴자라면 집 한 채 가졌다는 이유로 부담할 수 없는 세금을 내야 한다. 이것은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에 위배된다. 세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판이다. 이것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 또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이런 징벌적 세제는 반드시 조세저항을 유발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경제정책도 경기전망과 시장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빈사상태에 빠진 주택경기를 살리자는 것인지 죽이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금을 올리더라도 경기가 풀린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어떤 중과세 정책도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2004년 11월 29일 <제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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