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이 지난달 27일 광화문에 모여 노무현 정부의 골프장 무더기 허가에 대해 규탄의 소리를 높였다. 노 정부는 지난 7월 허가를 대기중인 230개 골프장을 일괄심사해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건설하면 전국에 500개가 넘을 판이다. 외국에 골프 치러 나가는 사람들을 국내에 묶어 경기를 살린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런데 막상 골프업계는 공급과잉을 걱정한다. 지난해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골프를 쳤다고 해서 화제였다. 서민 출신답지 않게 골프를 쳤다고 말이 많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소비진작을 위해 골프채를 들었다는 후문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이 골프를 즐긴 데 이어 골프장 면적규제를 완화한다는 소식이 뒤따랐다. 시·군·구별로 건설할 수 있는 골프장의 총면적을 지역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했다. 또 클럽 하우스의 면적제한도 없앴다. 또 스키장 부지가 전체 슬로프 면적의 20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폐지했다. 그런데 사업진척이 더디던지 지난 7월 규제개혁위원회가 관련규제를 직접 조사해서 풀겠다고 나섰다. 환경보존을 위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완화대상이 아니다. 골프장 허가는 면밀한 환경평가를 거쳐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개별적인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괄처리한다니 졸속심사가 우려된다. 경기부양 효과도 의심스러운데 무분별한 산림훼손이 좋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골프는 원래 영국에서 생긴 운동이다. 평지가 많고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듯하며 하루거리로 가랑비가 와서 잔디가 늘 푸르기 때문이다. 이 땅은 어떤가. 한마디로 토질과 기후가 골프장에 맞지 않다. 국토의 70%가 산지라 경사가 급하고 유로(流路)가 짧다. 산림지대의 토질은 거의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복토가 얇다보니 나무가 자라기 어려워 보수력(保水力)이 약하다. 비도 6~9월에 집중적으로 내린다. 그러니 산지를 억지로 밀어내고 깎아내서 골프장을 만든다. 울창한 수림을 마구 잘라냈으니 큰비가 오면 산사태가 나고 토사유출에 따른 피해가 크다. 잔디가 자라기 어려운 토양인데 비도 몰려서 오고 겨울이 길다. 그 까닭에 수입잔디를 심고 늘 물을 주고 비료와 농약을 뿌린다. 그러니 인근 농지와 수질이 오염되고 지하수마저 고갈되어 농촌의 피해가 막심하다.전국에 181개의 골프장이 있다. 현재 68곳이 건설중이고 미착공이 15곳이다. 모두 지으면 264개로 늘어난다. 여기에 230개가 더 건설되면 500개쯤 된다. 현재 전체면적은 5,500여만평으로 여의도 크기의 21배나 된다. 모든 골프장이 완공되면 그 면적은 수원, 안양, 부천, 광명시를 합친 것과 비슷할 것 같다. 골프장의 절반은 돈 많은 서울 사람들이 드나들기 편한 경기도에 몰려 있다. 허가대상인 230개의 절반도 아마 이곳에 들어서지 않나 싶다. 수도권은 전국토의 11.8%에 불과한데 인구는 47%나 몰려 산다. 땅은 좁은데 사람이 많으니 어디를 가나 논밭을 뒤집고 산을 헐어내고 아파트와 공장을 짓는다. 여기에 숱한 골프장이 울창한 산림을 송두리째 깎아낼 기세다. 경기도는 골프장이 전체면적의 1%나 차지한다. 전국의 평균비율 0.2%와 비교하면 5배나 높다. 골프장이 많다는 일본의 비율은 0.04%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100개가 더 들어선다면 그 비율은 2%에 이를 것이다. 지금도 위성사진을 보면 산간마다 움푹 움푹 산림을 파먹었는데 그 몰골이 더 흉측해질 판이다. 김대중 정부가 그린벨트를 대폭 완화한데 이어 노 정부가 골프장을 무더기로 허가하니 수도권에 녹지가 얼마나 남을지 모르겠다. 한국 낭자군(娘子軍)이 세계정상을 제패한다는 잇따른 낭보가 골프를 보는 시각을 바꿔 놓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형차를 타고 가면 사람대접도 못 받는 곳이 그곳이다. 몇 사람 즐기자고 산림을 마구 훼손해도 좋은가? 자연파괴는 재앙을 부른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개발독재 시절에도 녹색지대를 강조했다. ‘입산금지’, ‘산림녹화’라는 푯말이 그리워지니 웬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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