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빽도 없는 부모의 설움
돈도 빽도 없는 부모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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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2-02 09:00
  • 승인 2005.0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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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그것도 이름난 대학은 더욱 그렇다. 유아시절부터 준비를 서둔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시작하면 너무 늦단다. 걸음마만 하면 영어니 뭐니 해서 유아교육이 시작된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귀가시간이 늦어진다. 학교공부가 끝나면 부리나케 과외공부를 해야 한다. 이 학원, 저 학원을 숨차게 돌아다닌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면 야밤에 돌아온다. 밤을 잊고 사는 생활이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이어진다.부모는 부모대로 힘겹다. 자녀가 클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애를 깨워 학교에 보내려면 새벽잠을 잊고 산다. 이 때나 저 때나 오겠지 싶어 선잠 깨기가 일쑤이다. 큰 애 키우고 나면 둘째 애 차례다. 자식 장래를 생각하면 몸으로 때우는 일이야 참을 만하다. 그런데 돈이 문제다. 유치원에 보내려면 대학 학자금보다 더 든다. 과외비는 밑 빠진 독이다. 봉급의 절반을 털어 넣어도 모자란다. 족집게니 뭐니 하는 고액과외는 엄두조차 못 내는데도 말이다. 애 둘 대학에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빚밖에 없다. 정말 허리가 휜다. 그런데 돈이 많거나 빽이 든든한 사람들은 딴판인 모양이다. 서울 배재고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학생을 대신해서 시험 답안지를 써줬다고 한다. 학생이 시험을 보는 척하고 나면 선생이 알아서 답안지를 바꿔치기 하거나 아니면 고쳐줬다는 것이다. 점수가 잘 나올 수밖에 없다. 그의 아버지는 검사란다. 들통만 나지 않았다면 좋은 내신성적을 얻을 테니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이런 고전적인 수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비단 이 학교뿐일까? 서강대학교에서는 어느 교수의 아들이 부정입학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교육부가 이 대학을 감사해봤더니 금년도 수시1학기 모집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평소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이 영어혼합형 논술고사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얻었다고 한다. 그것도 지원자 2,667명중에서 말이다. 그 학생의 아버지는 당시 이 학교 입학처장이었다. 비단 이 대학에서만 이런 일이 있는지 누가 알랴. 교육부가 시정조치를 요구하나 대학측은 버틴단다.서울예고에서는 편·입학의 대가로 기부금을 받았다고 한다. 학원이나 레슨강사를 통해 모집책격인 간부교사에게 편·입학을 부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나서 학생의 능력과 함께 학부모의 재력 따위를 따져 기부금액을 산출한다고 한다. 그것이 많으면 1억원도 된다고 한다. 정확한 금액과 사용처는 교장만이 안단다. 그 외에도 소개비, 사례비는 따로 낸다. 이 학교에서는 수업료 말고도 레슨비, 연주회비, 정물비, 교수평가비도 걷는다고 한다. 재능이 뛰어나도 돈 없으면 예고를 다닐 수 없다는 말이 헛말이 아닌 모양이다.학원에서조차 양심과 정직을 헌신짝 취급하니 이런 일이 일어난다. 교육자가 물신주의(物神主義)를 신봉하는 탓이다. 이 나라의 가장 고질적인 사회문제인 학벌사회를 타파하는데 앞장서야 할 교육자들이 고교등급제나 기부입학제를 예사로 떠벌린다. 천박한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다보니 교육을 경제적 가치로만 재단한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데 학부모의 재력에만 눈독을 들이는 셈이다. 학생의 수학능력은 뒷전에 두고 돈뭉치의 크기를 갖고 학교 문을 여닫는 꼴이다. 학생선발의 불공정성·불투명성은 몇 사람의 관련자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뒷구멍 입학은 돈 없고 빽 없는 학부모의 찢긴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짓이다. 돈이 입학허가증 노릇을 하면 힘없는 학부모의 심정은 통탄하고 싶을 것이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좌절감과 절망감을 안겨주는 사태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그래도 교육부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뻔질나게 교육부 장관이 바뀐다. 자동문 돌아가듯이 장관이 교체되나 교육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표류를 거듭하는 교육행정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지 오래다. 그러더니 이제는 대학은 산업이라는 말이 힘을 얻는 모양이다. 교육부 장관으로 실용주의자를 찾는다니 말이다. 교육도 돈이 말하는 시대가 오나보다. 학벌숭상은 더욱 강고해질 테니 입학비리가 더욱 기승을 부릴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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