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바뀐 세종시, 충청도민 설득 자신없다”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사퇴를 선언했다.이 지사는 지난 12월 3일, 국회에서 지사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세종시 문제에 있어 반대 논리로 도민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 지사는 “나는 선출직이고, 법을 집행하는 도지사다. 행복도시 건설과정에서 지원하고 협조하게 돼 있다. 당연히 법집행자로서 그렇게 했는데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를 반대 논리로 설득할 자신이 없다. 이것이 사퇴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정치적 약속까지 했다. 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 지사직을 내놓겠다고 1년 이상 말했는데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는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절대 탈당은 없다”며 “당내에서 다른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해도 당내에서 소화하고 설득, 대화, 타협해 싸우는 것이 진정한 정당정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 지사의 사퇴에 대한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반면, 야권은 대체로 이 지사를 옹호하면서 원인을 제공한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한나라당은 3일 이 지사가 사퇴를 선언하자 다소 난감한 듯 짤막한 논평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직 정부의 대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국민과 충청도민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분이 경솔한 모습을 보여 무척 안타깝다”고 밝혔다.
반면에 야권은 이 지사를 옹호하며 원인을 제공한 정부에 대한 질책을 쏟아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지사는 1년 전 ‘세종시 사수를 위해 지사직을 걸겠다’는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 지사직 사퇴와 차기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이 지사는 약속을 지켰다.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압박했다.
세종시 문제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이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선진당 세종시 백지화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창수 대변인은 “이 지사의 사퇴는 안타깝다. 세종시를 둘러싼 지금의 혼란과 국론 분열은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약속을 지키고 사죄해야 할 사람은 이 지사가 아니라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대변인은 이 지사의 사퇴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세종시 백지화 음모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사퇴해도 늦지 않다”면서 “지금은 500만 충청인과 국민이 힘을 합해 세종시 백지화 저지에 힘을 모을 때”라고 언급했다.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도 정부에 대해 비판하며, 이 지사를 옹호하는 논평을 내놨다.
이 지사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되자 충청권 민심이 들끓고 있다.
도청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울화통이 치민다. 많은 일을 해오고 또 중앙에서도 충남과 지역발전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던 지사가 사퇴한 것은 충남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면서 “무능이나 비리, 개인적인 신변상의 이유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떠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청권의 한 시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변하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이 지사의 사퇴는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을 비난했다.
세종시는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당략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그런만큼 여야는 해법보다는 한 치 양보없는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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