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국민권익위에 쓴소리 “왜 할까?”
안상수, 국민권익위에 쓴소리 “왜 할까?”
  • 박태정 기자
  • 입력 2009-12-01 09:44
  • 승인 2009.12.01 09:44
  • 호수 81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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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견제…당권경쟁 우위선점 전략 ‘분석’
친이계의 좌장겪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질주’가 거침없다. 수십 년 계속된 민원을 ‘한방’에 해결한데 이어 총리 직속인 권익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키고, 부패 혐의 공직자에 대한 계좌 추적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일각에선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비판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합세해 권익위에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친이계 내부의 권력투쟁이 조기 과열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여권 내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간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친이계 내부의 권력 투쟁이 조기 과열되고 있는 시점에서 차기 당권을 두고 두 사람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중요정책은 당과 사전협의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전날 발표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고위 공무원 계좌추적권 도입 추진과 청와대의 저출산 대책을 사례로 지적했다.

이에 앞서 권익위는 같은달 25일, 위원회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권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권익위의 개정안은 현재 국무총리 소속인 권익위의 법적지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시키고, 부패혐의가 있는 고위공직자의 금융거래내역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고위공직자의 청렴도 평가를 위해 평가대상자의 병역 사항과 출입국 기록, 범죄경력, 부동산거래?납세 자료, 재산등록 사항 등의 제출도 의무화했다.

오는 14일까지 찬반의견을 수렴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개정안을 낼 계획이다.

권익위의 개정안이 나오자 정치권에선 “‘이재오의 힘’이 대단하다”면서 “이재오 위원장이 아니면 개정안이 나올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위원장은 파워는 대단하다. 그는 취임 두 달 만에 지난 61년 군용비행장이 생기면서 고도제한에 묶인 강원도 양양군 주민들의 48년 된 민원과 울산시 울주군 주민 1만 6천명의 집단 민원을 해결했다. 기관장을 만나 현장 조정하는 방식으로 ‘한방’에 해결하면서 ‘이재오의 파워’를 보여줬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민주당 유은혜 대변인은 26일 논평을 통해 “이재오 위원장의 변명은 허무맹랑한 말장난”이라면서 “이는 ‘정보요구권’으로 이름만 바꿔 계좌를 추적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오기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이재오 위원장이 자신이 마치 중립적인마냥 행세하며, 국민권익을 빌미로 무소불위의 권한은 갖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잡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재오 위원장은 이런 행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반응도 싸늘하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 위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대통령 소속 격상과 고위공직자 금융거래내역 조회를 위한 계좌추척 등은 모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참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중요한 대책이다. 국민생활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것들”이라며 “한나라당과 사전 정책조율을 거쳐 발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당·정·청의 원활한 소통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안 원내대표가 여러 가지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검찰 출신으로 권익위의 위상강화에 대한 법조계의 반대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권익위가 계좌추적권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공무원 수사권을 갖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에 대해서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안 원내대표가 권익위를 겨냥한 쓴소리에 이 위원장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오후 ‘이동문고’ 행사로 전남 목포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금융정보 제공 요구권’ 등을 담은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입법예고 후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한 뒤 국회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입법예고하는 초보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당정협의와 부처협의 등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협의’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가 접수되면 조사해 고발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신고가 들어온 당사자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며 “그런 차원에서 (금융정보제공 요구권) 입법예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원내대표이 이 위원장을 겨냥한 쓴소리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정치적 해석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여러 포석이 깔려있다.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심점이 없다시피 한 친이계 내부 사정과 맞물려 당권 경쟁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재오 위원장이 차기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경우, 친이계를 대표하고 있다고 자임하고 있는 안상수 원내대표와 정몽준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경합하게 되어 경선판도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내년 7월 재·보선을 통해 정치권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친이계 일각에선 이 위원장의 조기복귀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원내대표의 발언이 당·정·청의 원활한 소통을 강조한 것인지 아니면, 복잡한 당내 기류를 반영한 것이 아닌지 정치권이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박태정 기자]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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