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 한상률(전 국세청장) 특정 정치세력 비호설 모락모락
미국 간 한상률(전 국세청장) 특정 정치세력 비호설 모락모락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11-24 09:30
  • 승인 2009.11.24 09:30
  • 호수 813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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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세청 미술품 로비 수사 핵심은 ‘정치권 실세’

국세청 미술품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사건의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기동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안원구 국세청 국장을 체포해 조사 중이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미술품을 세무조사 대상 기업에 비싸게 사도록 한 혐의(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안 국장의 부인 홍모씨도 이날 오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안씨를 상대로 2006∼2008년 건설업체 등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에 압력을 넣어 홍씨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가인갤러리의 미술품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이게 한 경위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안 국장이 미술품 구매의 대가로 해당 기업의 세무조사를 형식적으로 처리했거나 조사결과를 은폐 또는 조작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홍씨를 상대로 미술품 매매 과정과 내역, 뇌물 수수액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가인갤러리를 압수수색하고 해당 업체와 국세청 관계자를 조사했다. 최근 검찰은 이 조사를 통해 중소 건설업체들이 이 갤러리에서 수십억원대의 미술품을 샀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림로비와 미술품로비

지난 1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학동마을 그림 로비’와 안 국장 사건은 정황상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이에 일부에선 국세청의 미술품 로비의혹에 대한 수가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치 경제계 등 전방위로 확대되거나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사건과 연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지난 18일 한 발언을 들어보면 검찰 수사는 이미 그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법무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예산심의 보충질의에서 안 국장과 한 전 청장의 미술품 로비 사건을 두고 “두 개의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누가 보더라도 두 사건은 서로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데도 ‘별개의 사건’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검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 전 청장에 대한 수사를 기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검찰이 안 국장의 부인 홍씨를 불러 조사하자 검찰 주변에선 홍씨가 폭탄 발언을 하는 것 아니냐며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홍씨는 안 국장의 미술품 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한 전 청장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지목돼 왔다. 안 국장은 올해 1월 한 전 청장의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과 얽히면서 대기발령됐다. 당시 학동마을 그림이 홍씨가 운영하는 가인갤러리에 매물로 나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검찰이 홍씨를 소환조사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홍씨가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진술할 수도 있다. 특히 홍씨는 한 전 청장에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이 모든 것을 안 국장과 자신에게 떠넘기려하는데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가인갤러리에 여권 실세 연루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바로 홍씨의 이런 불만 때문이었다. 검찰이 그림로비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한 전 청장은 슬며시 안 국장을 희생양으로 삼으려했고, 이에 분노한 홍씨가 폭탄을 터뜨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는 “미술품이 한 전 청장의 부인에게서 나왔다”고 밝힌 반면 한상률·전군표 전 청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홍씨가 그 증거로 어떤 것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검찰 주변에선 전 국장들의 그림로비 사건이 홍씨와 연관돼 있으며, 이런 사실을 이미 검찰에서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말이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번 사건을 안 국장의 단독 범행으로 축소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한다. 여권의 핵심 실세 A씨가 이 사건에 깊게 연루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한 전 청장의 그림 로비 당시 A씨도 청탁을 대가로 그림을 받은 적 있으며 한 전 청장은 A씨가 그림을 받는데 중간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며 “그러나 검찰은 이런 정황을 파악했으면서도 막강한 A씨 영향력 때문에 한 전 청장에 대한 수사를 축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은 지난 3월 해외연수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입국하지 않고 있다. 이상한 것은 한 청장이 그림로비사건이 터지기 직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는 점과 검찰은 아무런 사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검찰은 한 전 청장이 귀국해도 조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청장의 로비사건에 휘말려 불이익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안 국장을 검찰이 체포한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안 국장과 부인 홍씨는 한 전 청장의 로비를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한 전 청장 배후세력

한 전 청장의 미국행은 여러 의혹들을 낳고 있다. 이 가운데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은 ‘한 전 청장의 배후세력 존재설’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이 3월 미국으로 가기 직전인 2월 초순경 한 전 청장의 오른팔인 국세청의 B씨가 갑자기 미국 뉴욕에 있는 한국영사관 주제관으로 임명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의 미국행을 대비해 미리 B씨가 미국으로 가 여러 가지 장기체류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7월 15일이 여권 유효기간 만기였는데, 이것이 자동 연장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체류에 필요한 미국측의 배려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지원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자 A씨 연루소문은 무게를 더하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A씨 같은 실세가 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이상 혐의가 뚜렷한 한 전 청장 같은 사람에 그런 특혜가 주어지기는 힘들다. 그림로비사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도 지난 19일 ‘국세청 그림 로비, 몸통은 두고 깃털만 수사하나?’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른바 ‘그림 로비’ 사건의 몸통은 두고 깃털만 수사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검찰의 수사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국세청 차장 시절,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고가의 그림과 함께 인사청탁을 했다는 ‘그림 로비’ 사건에 안 국장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가 연루되어 있다. 더욱이 안 국장이 ‘그림 로비’ 때문에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니, 검찰은 무엇보다 먼저 ‘그림 로비’의 몸통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민주당은 이 논평을 통해 “검찰이 한상률 전 청장이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기 때문에 수사할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자진해 귀국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뾰족한 조사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안 국장과 홍씨를 상대로 집중조사를 벌인다 해도 의혹의 핵심을 쥐고 있는 한 전 청장이 자진귀국 해 검찰에 자백하지 않은 이상 그림 로비의 실체 규명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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