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비리, 수도권·강원·호남 전방위 수사

검찰의 지자체 단체장 및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국 지자체 단체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찰 수사가 벌어지고 있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던 시절 임명된 친박 인사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친박 솎아내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존재한다. 또한 검찰은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대한통운 전 사장을 조사하면서 참여정부 실세 3인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을 옥죄고 있다. 민주당 역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손발을 묶어 두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정기관의 지방선거 자치 단체장에 대한 수사가 전국적으로 벌어지면서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호남 등 전국적으로 자치단체장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미 검찰에서는 이기하 경기도 오산시장을 지난 3일 아파트 사업지구 지정과 분양 승인을 도와주는 대가로 한 건설사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한 경기도 노재영 군포시장에 대해서도 수억원대의 모금 혐의로 수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검찰은 지역 업체들로부터 6차례에 걸쳐 모두 2억9000만원 상당의 돈을 모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희 안성 시장의 경우 지난 8월 1심에서 제3자 뇌물수수죄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항소중이다. 홍사립 동대문 구청장의 경우 징역형을 받고 법정구속돼 부구청장이 직무대행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송파구청장의 한 간부가 뇌물 수수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어 검찰 수사에 따라 구청장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텃밭인 강원도 지역 역시 수사가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다.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위법행위가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장·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과 관련된 위법 사례가 가장 많게 나타났다.
A 지역 현역 단체장의 경우 축제를 추진하면서 다수의 선거구민들에게 식사와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체육대회 참가팀에 수백만원의 시상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B 지역 현역 단체장은 이·취임식에 참석한 회원 등 선거구민에게 관용 버스를 이용하도록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식비를 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검찰 수사에 친박 단체장 친이로 전향 ‘속출’
한나라당 출신 자치단체장들의 검찰 수사가 연이어 터지자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대엽 성남시장과 서정석 용인시장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나라당 지자체장들의 부정비리가 증가하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검찰은 민주당 텃밭 지역인 호남 역시 자치단체장에 대한 비리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전남 지역의 한 기초자치단체장은 선거법 위반 및 인사비리 정황 혐의로 검찰에 두 차례 소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관련 공무원 10여명이 줄소환돼 조사를 받아 지역정가에서는 단체장 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검찰은 자치단체장들뿐만 아니라 민주당 출신의 거물급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내사를 벌이면서 당 지도부를 긴장케 만들고 있다.
최근 수백억원 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대한통운 전 사장 곽영욱씨는 검찰 조사에서 “참여정부의 실세 정치인 3명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씨가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정치인 가운데는 참여정부 당시 정부 부처에서 핵심 요직을 지낸 실세 정치인 J, K, H씨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곽씨 진술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을 소환해 건네진 자금의 불법성 여부를 본격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벌어지면서 정치권 관계자들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친박 진영에서는 ‘친박 솎아내기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그 배경으로 지난 5·31일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수장이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 친박 인사의 경우 “몇 몇 자치단체장들은 정파적 색채가 없는 인사들도 존재하지만 L 시장과 S 시장의 경우 친박 인사다”며 “검찰 수사가 주도면밀하게 진행되면서 친박 성향의 자치단체장들이 어쩔 수 없이 친이로 말을 바꿔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기관, 단체장 비리 담은 투서 ‘횡횡’ 속앓이
또한 내년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권의 집권 중반기에 치러져 MB 정권 탄생 공신들이 공천이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선거로 과열된 공천 경쟁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친이 진영은 현재 친박 성향의 자치단체장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친이 진영의 경우 친이 직계, 소장파 중심의 친이재오계, 원로파인 이상득 계열, 그리고 외곽조직으로 ‘동행 대한민국’(구 선진국민연대), 대의원 중심의 ‘국민성공실천연합’에 ‘뉴라이트 계열’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박 내에서는 친이계 인사들 중 일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맞이해 출마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현직 자치단체장들의 대한 ‘흠집내기용’ 투서가 횡횡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의 D 구청장의 경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소문이 나 본지가 확인한 결과 경찰에 투서가 들어와 내사 단계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나라당 출신의 광역.기초 단체장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친이 대 친박, 친이내 세력별로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 선거에 영향을 주기위한 비리 폭로가 쏟아지면서 조기 과열되는 양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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