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김영우, 김성순, 최재성, 송훈석

2009 국정감사가 지난주에 마무리됐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핵폭탄급 이슈’가 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년 국감에 비견되고 있다. 더욱이 10·28 재보선과 맞물려 선거에 여념이 없는 여야 수뇌부, 거대 여당의 ‘수수방관’과 소수 야당의 ‘자료 부족’ 등 내실있는 국감을 치루기에는 20일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부실국감이라는 비판속에서도 나름대로 발품과 철야작업,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국감을 빛낸 국회의원들이 있다. 축구의 리베로처럼 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난 멀티플레이형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한놈만 팬다’는 송강호식 유형에 ‘이슈파이터형’까지 테마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본지는 2009 국정감사를 빛낸 국감 베스트 5를 선정했다.
집권 여당과 정부 부처는 같은 배를 탄 운명이다. 그래서 피감기관들은 민감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같은 편끼리… 살살 좀 해달라’고 애교를 부릴 정도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커넥션을 보기 좋게 깬 인물이 있다. 초선도 재선도 아닌 4선의 국방위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은 국감이 시작된 5일부터 군에서 사용중인 전투식량을 데워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연을 통해 적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군은 다음날 바로 신형 전투식량으로 보급을 검토하겠다고 ‘연기나는 전투식량’이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다음날인 6일에도 김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도표까지 동원해 지난달 6일 발생한 임진강 참사에 군 피해가 있었고 상급부대로 보고체계에 헛점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해 눈길을 모았다. 특히 김 의원은 북한군 도발 33가지에 대한 위기대응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국방부를 질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일 육군 국정감사장에서는 육군이 병형생활관 개선사업을 시작한 2003년부터 작년까지 1558억원을 이·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김 의원은 폭로했다. 이용은 국회 의결을 거처 다른 곳에 사용한 것이지만 전용은 국회 의결 없이 다른 목적으로 돌려쓴 것으로 전횡 의혹을 제기해 눈길을 모았다.
중진 여 김무성, 야 김성순 ‘국감스타’로
한나라당 중진급 의원으로 김 의원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송파구청장에 재선을 지낸 건교위 김성순 의원이 있다. 김 의원은 국감시작부터 끝까지 ‘4대강 사업’ 저격수로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6일 4대강 정비사업을 위해 8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수자원공사 내부 문건을 입수, 공개하면서부터다. ‘4대강 사업을 자체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적 검토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아무 법적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가 이후 23일 국정감사장에서 ‘4대강 사업을 수자원 공사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정부 법무공단과 법무법인 한길 등 보고를 받은 사실이 들통나 당혹케 만들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위증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되 범죄 발각 전에 자백하면 그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며 정 장관을 압박해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냈다. 이후에도 김 의원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재검토하라’고 주장하면서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사업이자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 의심사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야당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비판만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토부 및 여야 국토해양위 위원들로부터 국감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 역시 문건 공개로 뜬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 의원은 초선에 친이계 핵심인사임에도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어 눈길을 모았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군의 정치사찰관련 2개의 문건을 공개했다. ‘청와대 행정관 대상 대대적인 물갈이’와 ‘특정 인사의 국회의원 출마설’ 등으로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지난 7~8월 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이었다. 국방부 장관은 즉각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같은 날 김 의원은 미군기지 오염실태를 제기했는데 그동안 미군반환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실태는 많이 드러났지만 전국적인 오염실태 통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3일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도 김 의원은 군의 민간인 정치사찰 의혹을 강하게 질책하며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다. 또한 정권에 부담스런 병역비리 등에 대해서 정부측을 신랄하게 몰아붙였다.
송강호 형… 최재성-‘정운찬’ 송훈석 ‘강랜’
‘정운찬 총리’ 한명만을 집중적으로 감사한 교과위 민주당 최재성 의원 역시 국감스타로 등극했다. 최 의원은 정운찬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 이어 이번 국정감사장에서도 혼줄을 냈다. 최 의원은 정 총리의 예금보험공사 고문직 겸직에 이어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직, 한국신용평가정보㈜와 무디스의 합작으로 출발한 영리기업인 한국신용평가 주식회사 설립 이사로 재직한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다.
또한 23일 국정감사장에서는 서울대 재직시절 500여만원의 성과급을 부당 수령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고 안식년이던 2008년에는 전혀 강의가 없었음에도 성과급 5,104,600원이 지급됐다고 최 의원은 밝혀 주목을 받았다.
최 의원과 마찬가지로 ‘송강호형’ ‘한놈만 패는 식’의 의원이 바로 문방위의 무소속 송훈석 의원이다. 송 의원은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강원랜드에 대해 꼼꼼하게 자료를 요청하고 질책해 끈기를 보여준 대표적인 국감 스타다.
송 의원은 카지노 영업장 개장 이후 회원영업장을 중심으로 한 대리 배팅의 실태부터 수백억원의 불법 피해자 소송건까지 밝혀냈다. 특히 ‘강원랜드 감사관실에서 실시한 자체감사 내역’을 통해 2008년 이후 카지노 게임 부정행위, 카지노 영업매뉴얼 위반, 하이원 스키장 리프트 할인권 부정 사용 등 20건의 비위 사실을 폭로했다. 또한 ‘강원랜드 직원 징계현황 자료’를 토대로 작년 이후 근무소홀 및 부당업무 등으로 징계 받은 직원 71명 중 24명이 입사지원서와 경력증명서를 위·변조 하고도 버젓히 근무했음을 밝혀냈다. 또한 이들중에는 허위경력을 제출해 호봉을 높게 부여받았다가 뒤늦게 적발돼 징계 받은 사례도 소개했다.
지난 16일에는 도박중독 관련 상담자가 개장후 10년동한 2만1000여명에 이르지만 정작 치료를 받은 사람은 이중 240여명만 전문병원과 연계해 치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이 이처럼 강원랜드 관련 비리 의혹을 제시하자 활빈당(대표 홍정식)이라는 단체에서는 “비리 천국으로 국민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강원랜드는 사장 이하 카지노 딜러에 이르기까지 모두 환골탈태해 바른 공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똥’을 보내게 만들기도 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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