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권 실패 연구’ 대세론 경계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행보는 침묵이다.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재보선, 조기전대, 세종시 문제 등 정치현안에서 한발 벗어나 관전하듯 침묵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의 침묵 정치행보에 정치전문가들은 전략적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이다.
그는 대세론에 안주했기 때문에 대권에서 실패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침묵’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회창 총재는 15대, 16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대통령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회창 대세론은 정치현실에 참담하게 깨졌다. 15대에는 DJP연합에, 16대에는 노무현-정몽준 연합전선에 무너졌다.
이회창 대세론을 통해 대세론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전 대표 측에선 ‘이회창 대권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전략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인 ‘국민성공시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행복한 국민시대’를 여는 ‘행복’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행복은 혼자가 아닌 함께이다. 성공이면에는 실패가 있다. 이 같은 전략차원에서 조용한 침묵행보를 하면서 예비 잠룡인 정몽준, 김문수, 정운찬, 이재오 등과 함께 프라이머리까지 함께 동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인 현안문제에 있어 튀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번 미디어법 통과 때 말 한마디 했다가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어 더욱 조심을 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세종시 법안 통과 문제에 박 전 대표가 침묵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원안을 그대로 가야 한다는 일부 친박계의 입장은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로선 TK를 중심으로 충청권을 거쳐 수도권을 공략해야 하는 만큼 충청권을 자극하는 행동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한다면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에서 충청권의 지지는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세종시법 문제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단 친박계를 통해 간접적인 의중을 밝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조용한 행보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행복’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나 각종 연설, 축사에서 항상 ‘행복’을 거론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행복’은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구상하는 복지국가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행복한 나라’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구호였던 ‘국민성공시대’와 대비된다.
한 측근은 “행복한 나라는 소외됐던 국민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낙오자 없이 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조용한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실패를 답습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연구가 계속되는 만큼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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