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 비자 만료 귀국설 ‘전모’
한상률 전 국세청장 비자 만료 귀국설 ‘전모’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9-29 09:25
  • 승인 2009.09.29 09:25
  • 호수 80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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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 카드 쥔 그의 귀국이 요원하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전방위 로비 의혹 사건으로 법정 다툼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데다 비자가 9월 중순에 만기됨으로써 한국에 돌아올지에 관심이 높다. 국세청 내부 기류는 ‘귀국’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박연차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전 총장이 돌아올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 유학길에 오른 지 7개월이 지났다. 한 전 청장은 지난해 연말 전군표 전 청장 인사 청탁 명목으로 고가의 그림을 선물했다는 이른바 ‘그림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후에는 경북 경주에서 이상득 의원의 측근들과 비밀리에 골프를 친 것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로 인해 한 전 청장은 그 이듬해 1월16일 자진사퇴한 이후 두 달 뒤 ‘인생 이모작’을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의 ‘돌연 미국행’은 많은 의혹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한창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전방위 로비의혹이 일고 있었고 한 전 청장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독대설’이 세간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독대설’은 ‘박연차 리스트’로 알려진 정계, 관계, 법조계 인사들 수십 명의 실명을 담은 자료를 한 전 청장이 직접 들고 청와대에 가서 자신의 ‘임기 보장’을 위해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는 의혹이다.

‘박연차 리스트’에는 여야 실세 의원들이 총망라돼 있다는 설이다. 만약 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까지 후폭풍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것.

이에 한 전 청장이 자신과 연루된 박 회장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귀국은 요원하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전망이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9월 15일에 비자가 만기됐다는 말은 들었다”면서도 “그러나 국내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 역시 “국내 들어올 시점이 아니다”며 “국내에 온다면 이명박 정권이 끝나고 나서 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전 청장 귀국할 경우 ‘후폭풍’ 예고

무엇보다 한 전 청장이 갑작스런 ‘미국행’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숨기려는 ‘도피성 출국’이 짙다는 점 역시 한몫하고 있다. 최근 MB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종나모 회장은 박 회장 구속된 이후 ‘석방 약속’과 함께 ‘세무조사 무마 약속’을 암시하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태광실업 임원 최모씨는 “지난해 천신일 회장이 8월 태광 실업이 세무조사를 받을 때 ‘한상률 국세청장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말고 충실하게 세무조사를 받으라’고 말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한 “그런 천 회장이 올 2월 ‘미안하다. 내가 힘이 없다. 잘 마무리하라’고 말해 당혹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한 전 청장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천 회장의 이런 발언이 실제로 ‘힘이 없었는지’ 아니면 ‘압력 행세를 했다가 무산된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한 전 청장이 부재한 가운데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천 회장의 진술에 전적으로 기대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전 청장의 미국행으로 인해 재판이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 역시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기존 이주성, 전군표, 한상률 등 3대 수장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이후 국세청내 ‘외부 인사’가 핵심 요직으로 들어와 ‘투명 세정’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외부인사 영입’에 전전긍긍

무엇보다 백용호 국세청장의 ‘오른팔’격인 감사국장으로 문호승 미국 국제성과 감사센터 소장을 임명했고 전산 정보관리관으로 임수경 전 LGCNS 상무를 임명했다. 특히 본청을 비롯해 지방 국세청의 감사권을 갖고 있는 문 소장이 국세청 내에서 ‘경계 1호’로 눈치를 안볼 수 없는 분위기다. 또한 국세청 내부에서는 임 관리관이 전산을 맡고 있다는 점 역시 껄끄럽다는 반응이다. 자칫 국세청 내 자료 유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특정기업의 상무 출신이라는 점 역시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LGCNS의 경우 서울 스마트카드, 공기업 전산작업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고 최근 공정위에 제소까지 잡음이 적잖이 일고 있는 기업이다. 또한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LG벤처투자 전 사장)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사위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한 전 청장의 불명예스런 퇴진으로 인해 국세청은 전 수장관련 재판과 ‘외부인사’ 영입으로 인해 어수선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내홍은 한 전 청장의 복귀 시점에 다시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한상률 전 청장 고발 직원‘복귀’ 유력

검·경 무혐의 행안부 소청 국가 패소 짙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명예훼손혐의로 고발당한 전남 나주 전 세무서 직원 김모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의견을 붙여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명예 훼손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 전 청장이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불특정 다수인 국세청 직원의 피해 상황도 모호해 처벌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검찰 역시 경찰과 마찬가지 판단을 내릴 것으로 국세청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 5월28일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한 전 청장의 책임이 있다며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이유를 밝히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6월15일 파면됐다. 광주지방국세청은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김씨는 국세청의 파면 징계가 부당하다며 파면 취소를 요구하는 소청심사를 행정안전부에 청구해, 오는 9월25일로 심사를 받게 돼 있다.
이와관련 국세청 한 관계자는 “전례를 볼 때 경찰과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날 경우 소청 심사 역시 국가가 패소할 공산이 높다”며 “김씨의 국세청 복귀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국가 패소와 무혐의와는 별도 국세청 내부 징계가 있을 수 있다”며 “파면을 제외한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세청 안팎에서는 세무서 말단 직원인 김씨의 국세청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정작 그가 비판한 한 전 청장은 국내 복귀를 못하고 있다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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