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토착비리 수사’ 칼 빼든 진짜 이유
檢 ‘토착비리 수사’ 칼 빼든 진짜 이유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09-29 08:51
  • 승인 2009.09.29 08:51
  • 호수 80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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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정권에 로비 특혜 입은 A기업이 사정대상

조직의 안정을 되찾은 검찰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검찰은 대한통운과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SK건설, 한진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기업에 대한 수사는 조사 결과에 따라 전 방위로 확대될 수도 있어 수사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기업 수사와 함께 지방 토착 비리와 공직 사정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건설, 물류 등 분야에서 토착비리와 관련한 일부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이 다른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검찰이 A기업에 대해 집중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지난 9월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최근 SK건설이 부산 용호동 오륙도 SK뷰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시행사와 이면계약을 맺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SK건설이 2001년 MBC 일산제작센터 공사 수주 과정에서 1차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수의계약 형식으로 공사를 맡게 된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 소식통에 따르면 이 수사의 칼끝은 MBC로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최근 SK가 MBC 일산제작센터 공사 수주 과정에서 20여억 원에 이르는 돈을 MBC내부의 한 고위 인사에게 줬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MBC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사정을 위해 정치적 술수를 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절차상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MBC내부 인사가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뚜렷한 정황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 정권 때 급성장한 A기업에 대한 수사도 이번에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검찰이 A기업을 내사하고 있다는 말은 수개월 전부터 시중에 나돌았다. 이에 이번에 검찰이 본격 수사를 진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식장난 A기업도 표적

A기업은 여야를 막론한 전 방위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검찰은 현 여권 인사들도 A기업의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보고 있다. A기업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의 한 관계자는 “A기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수사가 본격화 되면 여야인사 막론하고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성역 없는 수사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A기업에 대한 수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현직 정치인 뿐 아니라 공무원, 일간지 기자들도 주가조작과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A기업은 과거 로비를 목적으로 회사내 전문가를 동원, 일명 ‘모찌계좌(차명계좌의 일종)’를 만들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주가조작을 위해 동원된 금액은 4억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게 작전을 벌여 얻은 시세차익은 투입금액의 100배인 40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기업 오너도 ‘정조준’

검찰은 A사가 작전을 통해 튀겨진 돈을 정치권인사, A사 관계자, 기자, 공무원 등에 분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시를 앞둔 회사의 주식을 헐값에 나눠주거나 미리 공시 정보를 알려주는 수법을 통해 로비를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다발적인 이번 검찰 수사는 압수수색과 함께 조사와 처벌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게 한다.

검찰 주변에선 검찰이 건설과 조선, 물류 등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로 사정에 나서면서, 결국 이들과 유착 가능성이 높은 지자체와 정치인 등 토착비리를 대대적으로 적발해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검찰이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미뤄 오랫동안 준비해온 수사라는 말도 나온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사주 일가에까지 수사가 번질 수 있다는 추측도 분분하다. 올 초부터 태광그룹을 내사해온 첨단범죄수사1부도 올 초 케이블방송 사업자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면계약 의혹과 정치권 로비 등을 본격적으로 캐고 있다.

또 금융조세조사1부도 한진그룹의 부동산 취득과 세금 탈루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금조 1부는 사주 일가의 차명재산 형성 과정과 대한항공 등으로 내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져 광범위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와 관련, 검찰이 정치권이나 정부기관과 유착하기 쉬운 건설과 조선, 물류업체를 타깃으로 삼았고 대부분 비자금 수사란 점에서 결국 정치권과 고위공직자를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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