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 지형 지각변동 친이, 박근혜 포위론 본격 ‘가동’
한나라당 대권 지형 지각변동 친이, 박근혜 포위론 본격 ‘가동’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9-15 08:56
  • 승인 2009.09.15 08:56
  • 호수 80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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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직 수락 전 이재오 만났다?
이재오 · 정운찬

박근혜 전 대표의 ‘나홀로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충청 출신 정운찬 전 총리 내정자의 부상과 현대가인 정몽준 최고위원의 당 대표의 취임이 동시에 이뤄졌다. 두 인사 모두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정부와 당의 얼굴이 동시에 교체되는 시기에 박 전 대표는 공교롭게도 유럽 특사 자격으로 외국에 머물고 있었다. ‘박근혜 독주론’속 유럽을 떠났던 박 전 대표가 국내에 들어와 보니 여권 대권 지형이 확 바뀐 셈이다. 친박 진영에서는 정 총리 내정자나 정 대표에 대해 ‘상대가 안된다’, ‘당내 세력이 없다’고 폄하하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기색이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실세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정몽준 대표의 집권 여당 대표로서 ‘광폭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를 두고 뒷얘기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정정길 비서실장이 ‘삼고초려’해 총리로 내정하는 데 일조했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정 실장이 서울대에서 함께 교수를 했던 사이고 울산대 총장 취임식 때는 정 내정자가 찾아가 “행정에도 밝은 슈퍼 리더십을 갖춘 탁월한 지도자”라고 극찬을 보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실장이 공식적으로 정 내정자를 방문하기 전 이미 친이쪽에서 정운찬 내정자를 적극적으로 접촉했다는 말이 정가에 돌았다. 바로 ‘정권의 2인자’로 통하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막판 정 내정자를 설득하는 데 막후에서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의원은 이전부터 정 내정자와 친분이 깊었다는 말도 나왔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이후 인수위위원장으로 이 전 최고가 정 총리 내정자를 추천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동시에 정 내정자가 이 전 최고의 설득으로 청와대측에 ‘수락’ 전화를 걸었고 형식상 정 실장이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모양새로 임명이 됐다는 소문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최고위원측에서는 ‘말도 안되는 낭설’이라는 입장이다. 친이 진영 역시 ‘매번 인사때 마다 이재오 운운이냐’며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서는 ‘이 전 의원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수긍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포위 작전, ‘정-정 카드’로 본격화

친이 진영이 정 총리 내정자를 적극 설득한 한 배경은 당연히 박근혜 전 대표 견제를 위한 포석이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정 총리 내정자가 충청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고사 작전’이 본격 가동됐다는 관측마저 친박 진영에서 내놓고 있다. 그동안 친이 진영에서 흘린 ‘박근혜 영남 포위론’의 주된 근거는 영남을 제외한 충청, 수도권 연대였다. 무엇보다 충청권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빠질 경우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빨간등’이 켜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충남 공주 출신의 정운찬 전 총리는 충청권 민심을 움직이는 유효한 카드다.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에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 잠재적인 후보로 거론된 인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충청 대망론’을 꿈꾸는 인사로 이회창, 심대평, 이완구, 이인제 등 잠룡들에 비해 인물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데다 비정치인이라는 점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당내 세력 역시 잠재적 우군이 적잖다. 기본적으로 경기고-서울대 출신의 정치인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주류 소장파의 리더를 자청하는 정두언 의원과는 ‘서울 상대’ 인연으로 친분이 깊다. 소장파 초선 모임인 민본 21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김성식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직계 제자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손학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시점 즈음부터 정운찬 총리내정자가 주도한 서울대 금융연구회에 참석하면서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경기고.서울대 후배로는 이종구 의원, 제자인 이혜훈, 윤상현, 유일호 의원 등이 정 내정자와 가까운 인사들이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정태근 의원 등 원로 소장파로들과 당 개혁과 관련해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다.

정몽준 대표 역시 정 총리 내정자의 서울대 경제학과 4년 후배로 친분이 있다. 78년에 정 내정자가 미국 컬럼비아대 조교수로 있을 당시 정 대표가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하기도 했던 가까운 사이다. 정 내정자가 ‘총리직을 수락한 배경’에 이들의 보이지 않는 조언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총리 실세론’까지 나오면서 확실하게 친이 차원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밀고 있는 양상이다. 박영준 국무차장은 정 총리 내정자 발표 이후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부임하게 되면 총리실 기능이 많아질 것”이라며 ‘실세 총리’ 시대를 예고했다. 기존의 한승수 총리가 청와대에 눈치를 본 ‘로버트 한’으로 불리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게다가 청와대 핵심 인사들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동관 홍보수석, 최시중 방통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서울대 인맥 역시 만만찮은 자원이다.


서울대 인맥-당내 소장파, 정운찬 세 막강

정 총리 내정자에 비해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지만 정몽준 최고위원 역시 당 대표를 승계하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 대표 취임식날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정 대표는 지역구 챙기기 차원이었지만 ‘민생탐방’ 차원에서 탈귀족 이미지 벗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자기 사람으로 분류되는 홍정욱, 전여옥, 신영수, 안효대 의원을 배제하고 친이 핵심인 조해진 의원을 대변인으로 이재오 전 최고와 친분이 깊은 정양석 의원을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친이와 화학적 결합에 나섰다.

한편으로 10월 재보선에서 선전을 통해 당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주 수원 장안구 박종희 의원이 최종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10월 재보선은 4곳으로 늘어났다. 경남 양산, 안산상록을, 강릉지역이 나머지 3곳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지역구 찾기는 만만치 않다. 경남 양산의 박희태 전 대표의 경우 공천경합중인 김양수 전 비서실장, 친박성향의 유재명 연구원이 뛰쳐나갈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원 장안과 안산상록은 수도권 특성상 한나라당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여야 모두 전략공천지역으로 삼고 있는 지역구다. 특히 수원 장안의 경우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와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의 대결이 가시화될 지 정치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릉 역시 무소속 후보가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정 대표의 첫 시험무대인 10월 재보선에서 2승 2패로 선전을 하거나 압승할 경우 위상은 급속히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당초 한나라당 쇄신위가 주장한 내년 전당대회 개최 여부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높다. 정 대표는 조기전대 개최에 그동안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가 호전될 경우 이참에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 대표 체제로 끌고 갈 욕심도 내비치고 있다.

친MJ 한 인사는 “사실 7월 지방선거가 참패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치러지는 연초 조기전대는 불필요한 정치적 비용만 지불할 뿐이다”며 “지방권력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당내에서 ‘책임론’이 일 수밖에 없고 재차 조기전대를 개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잦은 조기 전대 개최는 자칫 당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감마저 표출했다.

정 대표가 향후 10월 재보선 파고와 연초 조기전대 해법, 그리고 지방선거로 이러지는 정치일정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줄지 아니면 제2의 관리형 대표로 남을지에 따라 정 대표의대권 운명이 결정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회창, ‘정운찬 낙마시’ 조커로 재등장?

정운찬-정몽준 대권 2군뒤에는 제3의 후보군이 존재한다.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전 의원 등이다. 잠룡 3인방 역시 박근혜 전 대표와 잠재적인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서울시장 재선에 더 욕심이 있지만 당내 시장 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대권 행보로 기울 공산이 높다. 김 지사는 오 시장에 비해 대권 출마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친이 진영의 대표 주자로 나설 경우 승산이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전 의원의 경우 장애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일단 재보선이건 조기전대건 ‘무관’의 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후에 서울시장 도전이건 대권 도전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은평을 지역구에 머물면서 와신상담을 하고 있다. ‘정권의 2인자’로 추앙받으면서도 대권 잠룡중에선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는 게 이 전 의원의 정치적 현실이다.

당내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는 당밖에도 존재한다. 바로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다. 청와대와는 심대평 총리 기용설로 인해 금이 간 상황이다. 행복도시 원안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자유선진당은 민주당과 ‘행복도시’관련 정책 공조를 하겠다는 뜻도 밝힐 정도다.

하지만 이 총재가 민주당과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민주당이나 자선당내조차 찾기 힘들다. 오히려 대선 즈음해 한나라당과 함께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인사 검증을 무사히 통과하고 총리직을 수행을 잘 할 경우에는 이 총재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약화 될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정 총리 내정자가 ‘제2의 천성관’이 되거나 중간에 하차할 경우 그 빈 자리는 이 총재가 채울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집권 여당의 대권 지형은 복잡하고 다기하지만 한 마디로 범반박전선이 점차로 분명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당내 대주주인 박 전 대표를 두고 반박 잠룡인 이회창-이재오-김문수, 범반박 인사로 분류되는 정몽준-정운찬-오세훈 3인방까지 친이 진영의 박 전 대표의 힘빼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정운찬 뜨니 외곽 조직도 뜨네…

정운찬-반기문 소속 ‘충청포럼’ 급부상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박근혜 대항마’로 부상하면서 정 내정자가 속해있는 충청포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충청 포럼은 2000년도 8월 창립한 충청 출신이 만든 친목 조직으로 전국9개지부에 100여개 지회를 갖고 있는 최대의 향우회 조직이다. 회원 수만해도 전국적으로 1000여명이 넘고 매년 개최하는 가을 음악회는 5천여명이 넘게 참석한다.

무엇보다 반기문 유앤사무총장이 창립준비위원장으로 참석했고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총재로 있다. 국회의원으로는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민주당 전병헌, 박병석 의원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 방송, 기업 등에서 충청 출신으로 성공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친목을 꾸준히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충남 서산 출신의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이 창립당시 300억을 출자해 ‘서산 장학재단’을 만들어 매년 초중고 학생들에게 20억원 넘는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충청포럼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비쳐질 염려가 있어 중앙사무실은 없애고 지부장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며 “장학사업을 비롯해, 등산, 음악회 개최 등 비정치적인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자칫 특정 인사의 사조직으로 비쳐는 것에 대해 경계의 모습이 역력했다.

[홍준철 기자]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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