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라늄 농축 성공, 플루토늄 무기화 핵보유국 굳히기
북한 우라늄 농축 성공, 플루토늄 무기화 핵보유국 굳히기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09-08 10:39
  • 승인 2009.09.08 10:39
  • 호수 802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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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플루토늄을 무기화 주장’숨은 의도·노림수는?
국제사회의 뉴스메이커 북한이 또 다시 이슈를 만들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폐연료봉 재처리도 마무리 단계이고 추출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방송은 북한이 이 같은 내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밝혔다고 전하면서 "우리는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평화적 발전권을 난폭하게 유린하는 데 이용된 6자회담 구도를 반대한 것이지 조선반도 비핵화와 세계의 비핵화 그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유엔주재 북한 상임대표의 이름으로 보낸 편지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철두철미 미국의 대조선 핵정책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공개함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북한이 북핵 6자회담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비핵화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의 비핵화를 동시에 거론해 `핵군축 회담'을 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의 편지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대 이란 수출용 무기를 실은 북한 선박을 압류·조사하는 것과 관련, 제재위원회가 북한과 이란에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데 대한 답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편지에서 북한의 유엔주재 대표는 “안보리의 제재위원회의 해당 요청에 응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지난 3일자 편지에서 “제재에 대한 대응조치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미 명백히 밝혔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감단계에서 마무리되고 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며 “우라늄 농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카드 다시 꺼내든 이유

북한측이 보낸 서신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제재유지 입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편지에서 “우리는 대화에도 제재에도 다 대처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일부 상임이사국들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북한은 “만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어느 길이 조선반도 비핵화와 세계의 비핵화에 더 이로운가를 똑바로 판단하지 못하고 지금의 사태(제재)를 지속시킨다면 우리는 이미 표명한대로 또 다른 자위적인 강경대응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또 최근 절반의 성공에 그친 나로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지난 8월 25일에 진행된 남조선 위성발사를 침묵으로 대한 것처럼" 자신들에 대해서도 “평화적 위성발사를 문제시하지 않았더라면 2차 핵시험과 같은 우리의 강경대응도 유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노림수 있나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 북한이 밝히는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때가 아니면 내부 사정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보유, 지하핵실험, 미사일발사 등 모두 국제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나온 북한의 이벤트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북한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시선 끌기 및 북미대화 압박용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난 4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발표는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일본의 신 정권을 겨냥한 복합적 노림수”라고 말했다. 이번에 자민당을 누르고 집권에 성공한 일본의 민주당은 반북(反北)색깔이 짙어 북한에 강경책을 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미국에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핵무기 관련 카드를 꺼내들며 채 완성되지 않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라인을 흔든 적 있다. 이번 발표는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분석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노림수가 무엇이든 이번 발표로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대표는 대북 정책을 다시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의 발표대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향후 일본 대북 정책의 주요 변수로 작용 될 전망이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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