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치가 먼저입니까? 못이 먼저입니까.” 1인 기업 성공전략 과정을 진행하는 김형환 교수가 묻자, 한동안의 술렁임과 정적이 교차했다.
그때, 정적을 깨뜨리며 누군가가 자신 있게 소리쳤다. ”못이 먼저입니다. 왜냐하면, 못이 있어야 망치가 의미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플랜을 정할 때, 우리는 수단과 목적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즉, 망치가 목적이라 착각하며 값비싼 망치를 소유하는 일에 집착하는 경우인데, 도대체, 못이 없다면, 그 망치를 소유함이 무엇이겠는가.
모든 관점은 자신이 지향하는 목적에 달려있으므로, 누군가에겐 도구밖에 되지 않는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목적의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독서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두 가지 관점 안에 속하게 되는데, 첫 번째는 독서의 과정 자체가 너무나 즐거워 그 자체가 목적이 된 경우다.
또 다른 관점은 독서의 과정도 즐기지만, 애초부터 특정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효율적인 학습도구라고 생각하며 접근하는 관점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관점을 구분 짓는 일이 정말 필요한 일일까.” 필자는 만약 당신이 전념하고 있는 일에 있어 성과를 창출하고자 한다면, 독서의 행위를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바라보진 말라고 제의 드리고 싶다. (현재 분명한 목적이 없기에, 독서를 통해 그것을 찾겠다고 다짐하는 관점도 역시 후자의 관점이다)
에리히 프롬은 “인류는 지향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론을 점진적으로 계발해왔으며, 그것만이 인류의 역사를 서술하는 가장 중요한 진리다” 고 말했다. 즉, 역사의 서술에 있어 목적을 찾는 일, 역으로 말하면, 목적에서 도구를 분리해내는 일의 중요성을 역설함이다.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차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목표불안증, 계획했던 일들은 어떠한 일이 생겨도 이뤄야 한다는 완벽주의까지, 이런 모든 발상은 그것들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통로 중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 그런 패러다임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어떤 이는,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기회가 왔음에도 그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어제 세웠던 계획을 완벽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계획을 세우는 일만큼이나, 계획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그만큼 중요한 일일 것이다.
시간관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다. 시간관리는 자신이 어떤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의 일부일 뿐이다. 그럼에도, 플래너를 비롯한 시간관리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유능한 사람들이 이처럼, 시간관리도구 자체를 족쇄로 삼으며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도구는 그 도구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자체의 본분을 다할 수 있다. 즉, 요리에 쓰이는 식칼이라도 급박한 상황에선 자신을 방어하는 무기로 사용할 수 도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우리가 도구를 적절하고 완전하게 활용하고 있는지 이쯤에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동근-
· 커리어코치/헤드헌팅 전문위원
· 현대정보기술㈜ SAP통합유지보수 총괄
· ㈜KoreaHEAD Junior Headhunter
· HRCosmo Consulting 대표 컨설턴트
· ㈜잡뉴스 Solomon SEARCH
· 취업 전문 컨설팅 총괄운영위원
· 서울지방노동청 전문가 칼럼 기고
· 주간경제신문 커리어 Section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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