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는 하토야마 정권 출범 이래 계속 양국의 외교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오키나와 현 미군기지 재배치 문제로 촉발된 미·일 외교 관계는 점점을 찾지 못하고 더욱 난항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 간 회담이 6일 오전(워싱턴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무부가 이날 오후 발표한 클린턴 장관의 일정에선 오카다 외상과의 회담 계획은 빠졌다.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공식 발표됐다가 몇 시간 만에 취소 된 것. 양국 간에 외교적 불협화음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도 이날 오카다 외상과 클린턴 장관과의 만남과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일본 의회에 혼란을 주는 오카다 외상의 해외 방문을 허락할 수 없다"며 “긴급 상황이 아니면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히라노 장관은 “오카다 외상과 클린턴 장관의 만남이 어렵게 된 것을 양국의 불협화음으로는 볼 수 없다”고 덧붙이다.
당초 미·일 외무장관 회담은 일본 측 희망에 따른 것이었다.
오는 11월 12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전에 오키나와 후텐마 소재 미 해병대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논의하고 싶다고 일본 외무성에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이번 일로 미·일간 외교마찰이 표면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우리 쪽 일정 협의가 덜 끝났는데도 미국 측이 잘못 알고 발표한 것"이라며 “미국이 회담 일로 발표한 7일은 일본 전체 각료가 참석해야 하는 중요한 국회 일정과 겹친다.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미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본의 일방적인 외교행태에 대해 미국은 내심 불쾌하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도쿄 방문을 열흘 남짓 앞두고도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취소'되는 상황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워싱턴 DC의 소식통은 “민감한 동맹 현안에 대해 자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미국에 책임을 돌리는 하토야마 정권의 스타일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일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움직임에 대해 일본 현지 요미우리 신문은 “(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싼) 정부·여당 내의 조정 부족이 표면화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하토야마 정권에선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놓고, 총리와 외상, 방위상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은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 기지의 이전을 두고 발생한 미·일 간의 불화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6년 일본 자민당 정부와 체결한 합의에 따라 오키나와 현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현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자 하나,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이에 대한 재검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8월 중의원 선거 당시부터 이 기지를 오키나와 현 외부나 해외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오키나와 현 주민들의 시각이 고려되기를 원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제정세에 정통한 인사들은 “미·일간 외교 갈등이 있을 때에, 한국이 실리(實利)를 찾아야 한다”면서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를 비롯한 여러 현안에서 미묘한 한·미·일 3각 관계를 잘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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