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계좌 유무 ‘검찰 내사중’
해외 계좌 유무 ‘검찰 내사중’
  • 조경호 
  • 입력 2006-03-20 09:00
  • 승인 2006.03.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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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회장 이건희)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관련된 해외 비자금 여부와 관련, 검찰이 비밀리에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재용 상무가 지난 95년 유학시절 스위스와 홍콩 은행에 비밀 계좌를 두고 비자금을 은닉, 관리하며 해외펀드를 통해 주식투자를 해 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금융조사부 소속 검사들이 개별적으로 수사해 온 삼성 관련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를 박성재 부장에게 재배당해 수사의 일관성을 기하고 있다. 현재 삼성과 관련된 고발사건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E-삼성 사건 등 모두 4건이다.

중앙지검 금융수사부 전격수사

이는 검찰이 삼성수사에 적극 나설 것임을 천명한 의지표명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엄단할 것”을 당부한데 이어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삼성관련 사건들은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검찰의 수사결과가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 상무는 스위스 UBS(UNION BANK OF SWITZERLAND)은행의 비밀 계좌와 영국계 은행인 스탠더드 차터드 뱅크(Standard Chatered Bank)에 직원 명의로 된 비밀 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이상무의 해외 계좌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것은 미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교포신문 선데이 저널이다.

선데이 저널은‘삼성황태자 이재용 스위스UBS은행에 수천만불 비자금 은닉 사실 포착’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상무의 해외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실제로 지난 95년 일본에 유학중이던 이상무는 해외 계좌를 통해 수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상무는 재벌2세와 유명 인사의 해외 은닉 비자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 C씨가 경영하던 펀드를 통해 주식에 투자했다고 한다. 선데이 저널에 따르면 이상무는 3차례에 걸쳐 스위스 소재 UBS은행 본점에 개설된 비자금 계좌에서 10억여 엔(한화 100억원)을 돈세탁 과정을 거쳐 동경소재 UBS지점에서 현금으로 인출해 C모씨에게 전달했다는 것.

유학시절 편법 해외 투자의혹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개입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중간에 돈세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W씨는 국내 중견 가구업체 B사 W회장의 딸로 알려진다. 그녀는 C씨가 경영하는 홍콩현지 법인 L사장의 부인이다. W씨는 돈세탁의 대가로 C씨로부터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인테리어전문업체를 헐값으로 인수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이어 선데이저널은 “이재용은 스위스 USB를 비롯한 해외 비밀은행 신탁 계좌를 가지고 있고 현재까지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고 보도했다. 또“당시 송금 내역서를 분석해 본 결과 이재용은 철저하게 차명 계좌를 통해 분산시켜 자금을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은 이러한 해외 계좌를 통해 수천만 달러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영문명 이재용(Mr, Lee Jey Yong)의 스위스UBS은행 계좌(No.363-100-17374)에서 송금내역서가 증거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삼성측에선 “이 상무의 영문명은 Lee jae yong을 사용한다. 분명한 음해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의 주장과는 달리 해럴드 트리뷴 등 해외 유력 언론에서도 이상무의 공식 영문이름을 Lee jey yong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상무와 함께 유학했던 동문들도 한결같이 이 상무가 jay를 사용했다고 확인한다. 또한 미국에 사는 한인들 가운데 ‘재=Jay’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지난 92년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이상무는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 총무과에 입사한 이후 ‘삼성JAPAN’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다. 이때 그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 경영관리연구 석사과정을 거친다. 바로 이 시기에 이재용은 재벌2세들과의 정기적 만남을 통해 일본여성과 결혼한 C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C씨는 증권과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고 재벌2세와 유명 인사들의 자금을 끌어 들여 주식 등에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96년 7월 C씨는 이상무를 비롯한 재벌2세와 유명 인사들이 투자한 자금으로 증권투자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투자사를 통해 본격적인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일본 경제가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원금도 못 건질 만큼 큰 손실을 보았다는 후문이다.

스위스와 홍콩 은행 거래

당시 C씨에게 투자한 이상무를 비롯한 대부분의 재벌2세들도 원금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국내에 귀국하여 사업을 추진하던 C씨는 재벌2세들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투자 손실을 보전하는 의미에서 약속 어음을 발행했고 나중에 개인 돈으로 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상무의 해외 비밀 계좌에서 일본으로 흘러 들어간 돈이 100억여원이 넘는 거액이었고, 현재까지도 스위스 UBS를 비롯해 해외 비밀은행 신탁계좌를 통해 비자금이 관리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이와 관련, 최근 이상무의 해외 비자금 여부에 대해 검찰이 집중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측도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사실 삼성이 해결해야 할 현안은 이건희 회장에게서 이재용 상무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에버랜드 전환사채,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삼성SDS신주인수권부사채, E-삼성 사건 등이다. 때문에 검찰은 이상무에 대한 조사를 위해 소환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검찰은 특히 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 삼성SDS 관련 3개 사건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이 이재용에게 그룹 지배권을 넘겨줄 목적으로 비상장회사의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인수토록 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이다.검찰은 지난해 12월 말 삼성그룹의 회계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3곳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에버랜드 법인주주 8개사 및 주요 계열사들의 회계자료를 분석한 뒤 그룹 핵심인사를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회단체 “철저히 밝혀야”

주요 소환 대상자는 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던 지난 96년 당시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현명관(비서실장) 홍석현(당시 중앙일보사장) 등이 대상자로 꼽히고 있다. 또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의 최대 수혜자이며, 인터넷 사업에서 본 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긴 ‘e-삼성사건’의 당사자인 이상무가 사건을 푸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이와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주요 피고발인 조사에서 이재용에게 그룹 경영권을 이양하기 위해 비상장회사들의 전환사채를 편법 증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특가법상 배임 등 혐의로 형사 처벌할 방침”라고 밝혔다.

삼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이유는 후계구도를 세우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련의 사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반국민들이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재계에서조차“삼성의 행태는 후진국에서나 있을법한 것”이라면서 “8,000억원 사회 환원 보다는 약속했던 것처럼 삼성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지배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고 충고하고 있을 정도이다.시민사회단체의 태도는 더욱 강경하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이상무의 해외비자금 은닉 의혹에 대해 “삼성의 어떤 자금이 어떤 루트를 통해 해외에 은닉되었는가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어 이들은 “회사 돈을 몰래 빼돌려 비밀 계좌에 은닉했다면 업무상 배임 및 횡령에 해당한다며 이는 또한 “도덕성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경호  news2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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