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점포를 ‘맛집’ 으로 바꾸는 ‘10g의 비밀’

“소문난 맛집에 별다른 게 없다.” 책과 TV에서 본 음식에 구미가 당겨 어렵게 식당을 찾아가 본 사람들이 한 번씩 하는 말이다. 하지만 맛집에는 반드시 한가지 숨은 비법이 있다. 배합, 숙성 등 정확한 사용량과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신의 색을 입히는 것이 그들이 다수의 고객에게 사랑 받은 이유. 전체 창업자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외식업 창업자 중에는 차별화 된 맛 경쟁력 없이 손맛으로만 승부하려는 사람이 많다. ‘내 가게가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20년 전, 국내에 흔치 않던 이탈리안 요리사가 된 박종훈씨(41·라리에또·www.lalieto.co.kr)는, 1999년 빚을 내어 49.5m²(15평)규모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피자, 파스타가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었기에 블루오션인 동시에 모험이었다. 하루 겨우 한 테이블 유지, 그나마 매장을 방문한 부유층 고객들에게 정통 이탈리안 음식이 아니라는 질타도 받았다.
박씨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매장에서 직접 치즈를 만들었다. 수입치즈 가격이 비싸기도 했지만, ‘이곳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는’메뉴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
우유를 베이스로 만든 치즈는 생크림과 레몬즙, 소금을 함께 끓여 유지방을 분리시키고, 다시 약한 불로 끓여 응고시키는 방법으로 일반 숙성치즈보다 먹기 좋고 부드럽다. 월평균 매출은 5000만원, 손님들이 줄서는 점포는 치즈 하나로 시작된 것이다.
고객의 혀끝을 사로잡는 10g
기름전쟁이 한창인 치킨시장에 천연광물을 활용한 정제기를 들고 도전장을 내민 ‘레츠꼬꼬’(www.letsgogo.co.kr).
노블클린 등 식용유정제기를 만들었던 우신NTI에서 깨끗한 기름을 사용한 이온치킨으로 예민한 소비자의 혀끝을 유혹하고 있다.
기름 자체의 산패(酸敗)는 트랜스지방의 가장 큰 원인. 이곳은 가맹점에 독점 공급하는 튀김기계 자체에 정제기를 내장해 일정 오염도가 되면 자동으로 기름을 정제하는 방식으로 천연 광물을 사용한다는 게 특징이다.
튀김 파우더에 초유성분을 함유한 이곳의 치킨은 항상 깨끗한 기름으로 튀기기 때문에 느끼함이 없다.
남다른 10g은 조리기법의 변화를 가져온다.
빵, 과자 반죽시 사용되는 기법중 하나인 배터(batter)는 최근는 네네치킨(www.nenechicken.co m), 치킨조치(www.chickenjochi. co.kr) 등에서 닭에 튀김옷을 입힐 때 사용해 바삭함을 높이고 있다.
밀가루, 물 등을 혼합한 일반 반죽에 팽창제, 쇼트닝, 설탕, 소금, 달걀, 여러 향미료를 넣어 묽게 반죽하는 이 방법은 수분 함량이 높아서 튀김옷의 바삭함과 육즙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 특히 치킨조치는 배터기법을 사용한 후라이드 메뉴외에도 300도의 고온에서 초벌구이 하는 구이치킨 메뉴가 참숯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신의 손맛 ‘숙성’
‘숙성(熟成)’ 과정은 음식의 맛과 향을 더 깊게 만들어 준다. 일정 시간을 견뎌낸 메뉴만이 고객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
불과 10년전만해도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었던 피자는 대기업의 시장진입과 저가정책 등으로 현재 치킨에 이어 배달시장에서 높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찍어낸 듯한 맛과 대량생산이 일반화 되다보니, 패스트푸드라는 오명도 씻을 수 없는 것이 현실.
근래들어 피자업계는 숙성과정을 강조한 도우마케팅으로 피자의 이미지를 웰빙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0% 우리 밀을 사용한 도우에 오징어먹물과 양파즙을 넣어 저온 숙성시킨 메뉴로 유명한 ‘헬로파파’(www.hellopapa.co.kr)의 피자는 대표적인 도우마케팅 사례다.
양파 향이 그대로 스며든 피자는 달콤, 알싸한 맛이 매장까지 전달되기 위해 4일간 저온숙성을 필요로 한다.
저온숙성 된 빵은 풍미가 있고 부드러운 것이 장점이다. 방부제를 넣지 않은 우리밀의 맛을 살리기 위해 기름에 튀기지 않고, 스크린(석쇠) 방식으로 구워 느끼함을 없앤다.
일반 밀가루 피자와 달리 소화가 잘되고, 양파향이 깊게 베어 피자를 좋아하는 여성들과 어린이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고객층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색도우 개발을 위해 3~4개월간 4인의 메뉴개발자가 투입되어 300~400만원가량의 개발비를 투자한 끝에 차별화 된 맛을 찾아냈다고.
염지시간 12시간 간장에 배, 양파 등 4~5가지 종류의 과일, 야채를 넣고 30여가지 재료 혼합하여 만든 염지재를 시용하는 곳은 갈비전문점도 아니고 불고기전문점도 아니다.
일반적인 소금염지 대신 독특한 간장염지 방법을 사용한 ‘간장염지바비큐 치킨’을 판매하는 ‘다라치’(www.darachi.co.kr). 이곳은 맥주노즐 청소를 통한 무균 맥주와 더불어 나트륨 함유량이 적은 간장염지 치킨으로 건강 지향 맥주전문점으로 거듭났다.
“간장은 희석과 숙성 과정을 통해 나트륨 성분이 반 이상 줄어드는데, 이를 다시 과일, 야채 등과 혼합해 1g이라도 나트륨 함유량을 줄이고자 했다”는게 정재훈 부장의 말이다.
1차염지, 숙성과정을 거친 닭은 밑간이 강하게 베지 않기 때문에 가맹점에서 조리 전, 다시 한 번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10g의 소스전쟁
같은 음식 재료라도 소스에 따라 음식맛이 달라진다. 특히 외식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늘어나면서 본부가 공급하는 소스의 맛과 품질은 가맹점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음식점 창업은 소스 맛 하나에 대박집 쪽박집이 나뉜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 ‘소스 전쟁’은 웰빙 바람이 불면서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소스 원재료를 공개, 홍보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호프의 장점을 매치한 ‘치어스’(www.che erskorea.com)는 호텔식 요리와 생맥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 중 특히 치킨나쵸는 튀긴 또띠아에 바베큐 염지 닭가슴살, 스위트콘, 모짜렐라치즈를 올려 220도 오븐에 노릇노릇 구워낸 메뉴. 이 메뉴의 인기 비결은 소스. 생크림에 산(레몬즙 등)을 넣고 만든 샤워크림(Sour cream)은 부드럽고 매끈하며 새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판매처가 많지 않고 가격이 비싸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만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핫소스와 샤워크림을 곁들인 이곳의 치킨나쵸는 생맥주 안주로도 손색이 없으며 아이들의 영양 간식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300도 구이치킨으로 맛, 안전성 모두 잡았다
서울 사당동, 남성역에서 주택가로 접어드는 한 길목에 있는 치킨전문점은 오후 4~5시면 그 지역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전면 테라스의 야외테이블은 기온이 높아진 요즘 가장 먼저 찬다. 약속이 없어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합류해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북새통을 이룬다.
이 점포를 운영하는 이봉춘(59·치킨조치 남성역점·www.chickenjoch i.co.kr)씨는 30년 지역 토박이. 이씨의 치킨전문점은 기존 치킨집의 어두운 분위기를 탈피, 밝은 컬러의 인테리어로 이색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간판을 보지 않거나 닭 튀기는 고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밖에서 보거나, 안에 들어가 봐도 치킨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는 음주를 즐기지 않는 고객들을 배려해 주스와 꽃빙수도 메뉴에 추가했다.
치킨전문점을 선택한 것은 수요가 안정돼 있는 외식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즐기는 음식이라는 것에 마음을 굳혔다.
창업을 준비하며 이씨는 점포 입지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동네를 오가며 봐왔던 정육점이 이전을 한다는 말에 그 자리가 탐이나 점포를 먼저 선정해뒀다.
보통 치킨전문점은 배달이 위주라 점포의 위치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이씨의 매장은 대로변 근처에 점포를 열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도록 했다. 30년 지역 토박이인 이씨는 친분이 있던 부동산 소개로 점포의 권리금도 2000만원 정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매장 입구를 테라스로 꾸며 파라솔 테이블을 놓고 지역주민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역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어요. 동네가 밝아지면서 주민들도 좋아합니다.”
현재 이씨의 매장은 18평 규모로 일평균 100~13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업비용은 점포비를 제외하고 5000여만원 정도(총 1억 4000만원) 들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늦은 밤 테라스의 파라솔 테이블을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하는 이씨.
단골 위주로 장사를 하는 만큼 주변 노인정, 동사무소, 조기축구회 등 동네 단체를 위한 무료시식회를 열어 치킨 맛을 선보이고, 오전 시간 등에는 홍보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활발할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
그는 홀, 테이크아웃, 배달 세 가지 모두 운영하고 있다. 쿠폰 마케팅을 통해 지역고객의 접근성도 높였다. 전체 매출 20%인 배달 고객들에 한에서만 서비스 차원에서 1000원 할인 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는 것.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재구매율도 높아 효과가 직접적이다. 어느 정도 마진율 감소를 감수해야 하지만 실보다 득이 많다고.
“치킨집은 동네 장사니까 고객 관리가 생명입니다. 주방, 홀, 배달 총 6명의 직원이 있지만, 서빙은 꼭 제가 해요. 지역 주민들 안부도 묻고, 근황도 살피고 인사도 나누고요.”
이씨는 “지역주민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해 이 점포를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