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그림로비 사건 … 국회 A수석전문위원 금감원 청탁비리
또 터진 그림로비 사건 … 국회 A수석전문위원 금감원 청탁비리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9-01 11:08
  • 승인 2009.09.01 11:08
  • 호수 80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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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원 받고, 그림도 팔고… 고위 공직자 기강 해이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토착비리와 권력형 비리 척결을 밝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위 공직자의 비리 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A씨가 돈을 받고 코스닥 등록업체의 유상증자를 금감원에 청탁한 의혹이 일고 있는 것. 이와 함께 A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또한 이 코스닥 업체의 대표는 A씨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에서 그림을 산 정황이 포착돼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뇌물 수수와 청탁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로비의혹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8월 25일 서울 서부지검은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A씨에 대해 돈을 받고 금감원에 청탁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부지검에 따르면 “A씨가 3000만원을 받고 K사가 유상증자 되도록 금감원 담당 간부에게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통과시켜 달라며 3000만원 건네

A씨는 이미 사기혐의로 구속 수감된 전직 수사관 출신 이모씨로부터 ‘K사가 어려우니 유상증자가 되도록 금감원에 압력을 넣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기소 이유다.

이에 A씨는 금감원 담당 간부에게 ‘유상증자가 되도록 신경을 써 달라’고 청탁을 했고 결국 K사는 유상증자가 금감원에서 통과 됐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3개월 전 사기혐의로 구속된 이 씨의 여죄를 추궁하면서다.

검찰은 이 씨 명의의 계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4000만원의 거액이 한 번에 입금된 사실을 발견하고 돈의 출처에 대해 묻게 된 것. 그러자 이 씨는 “K사로부터 받은 돈이다. 이 돈을 국회 수석 전문위원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해 11월 코스닥 등록업체 K사는 자금난과 여러 가지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금감원에 제출한 유상증자 안이 잇따라 처리되지 않아 고심하던 회사 대표 이모씨는 많은 고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씨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김 씨는 이 대표에게 “유상증자안이 처리되도록 내가 알아보겠다. 여기 저기 활동을 해야 되니 돈이 필요하다. 5000만원 정도만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김 씨에게 돈을 건넨다.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여지는지는 이 대표는 몰랐다는 게 K사측 주장이다.

K사 고위간부는 “원래 회사가 힘들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사람이 꼬여들기 마련이다. 단지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줬는데 그 돈이 로비에 쓰인다는 것을 이 대표는 당시에 전혀 모르고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어찌됐든 돈을 받은 김씨는 다시 자신이 알고 지내던 검찰 수사관출신 이씨에게 돈을 전달했다. 돈을 받은 이씨는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인 A씨에게 돈을 전달하면서 청탁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이없게도 배달사고까지 있었다. K사 이 대표에게 5000만원을 받은 김씨는 1000만원을 제외하고 4000만원만 이씨에게 전달했다. 4000만원을 받은 이씨는 또 다시 1000만원을 쓰고 나머지 3000만원을 A씨 로비 명목으로 사용한 것이다.

로비가 통했는지 3번이나 통과되지 않았던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차관보급으로 보통 입법고시에 합격한 후 약 20여년 가까이 근무해야 오를 수 있는 고위직이다. 특히 이번 로비 대상이었던 금감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소관 부처였다. 이 때문에 수석전문위원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하지만 A씨에 대한 로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유상증자가 통과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K사 이 대표가 직접 나섰다. 이 대표는 A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대학로의 화랑으로 찾아가 그림을 직접 구입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림 값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그림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한 검찰은 압수수색 결과 이곳의 그림이 금융기관에 다수 판매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더욱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그림의 경우 투자가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웃돈을 주고 사들여 뇌물이나 금품을 건네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건이다.


“그림 구입한 것 맞지만 정당한 거래” 주장

그림 구입과 관련해 K사측 관계자는 “대표가 그곳에 가서 그림을 산 것은 맞다. 하지만 이미 유상증자 통과가 이뤄진 이후에 산 것이다. A씨 부인이 운영하는 것을 알고 고마움의 표시로 정당한 금액을 주고 산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5000만원을 준 시점에서는 그 돈이 어떻게 쓰여 졌는지, 누구에게 전달 됐는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회사 대표가 아무것도 모른 체 5000만원이라는 돈을 선뜩 내줬겠느냐는 반응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해도 회사가 어려운 판에 그런 돈을 그냥 줬겠느냐.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수석전문위원이라는 자리가 많은 결정을 하고 소관 부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청탁이 들어올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날지 미지수지만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 당국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금품을 받고 청탁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A씨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수석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회 내 직원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을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관계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상당히 놀라고 충격적이었다. 부인이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정무위원회로 온지는 3년이 조금 넘은 것으로 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고위 공직자들의 해이해진 기강이 바로 잡힐지 이목이 집중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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