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패 든 ‘동교동’,정동영 호남신당이냐 박근혜 통합신당이냐
꽃놀이패 든 ‘동교동’,정동영 호남신당이냐 박근혜 통합신당이냐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9-01 09:50
  • 승인 2009.09.01 09:50
  • 호수 80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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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입당 안되면 신당 창당’ 정세균 대표 체제 압박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민주당은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고인들의 염원인 대연합을 이루기보다 오히려 세포분열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이후 친노 진영의 결집으로 인해 친노 신당이 DJ 서거이후에는 DJ 신당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친노 신당과 마찬가지로 정치의 뒤안길에 있었던 동교동계 인사들이 DJ 서거이후 정치적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외형상 동교동계는 민주당 중심으로 뭉치자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호남신당, 영호남 통합신당까지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복당이 안된다면 ‘구심점 잃은 호남’에서 중심 세력이 돼 따로 지방선거를 치루겠다는 극단적인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이후 나타난 친노 신당이나 DJ 서거이후 호남 신당창당설의 진원지는 공교롭게도 민주당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현실이 전북 대표에 전북 원내대표로 전북당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지난 미디어법 통과 이후 보여준 무기력한 지도부의 모습, 나아가 정동영 전 의장의 복당 문제, 친노 신당파들과 불협화음 등 원내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내 이렇다할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더 범민주진영을 아우르는데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정동영 전 의장은 무소속으로 복당이 안된 상황이고 손학규 전 지사는 당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균 대표는 대중적 인지도가 턱없이 낮은데다 텃밭인 전북에서조차 정동영 의원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노.DJ서거, 민주 친노 신당에 밟히고 호남창당설에 치이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 전 대통령 서거이후 수도권 및 부산.경남 친노 인사들마저 민주당 입당을 꺼리고 독자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대변인을 지냈고 대표적인 386 인사인 천호선씨는 DJ 국장이 끝난 이후에도 “현재의 민주당은 당원의 수나 열의나 당원 구성의 폭 등으로 볼 때 민주당 역사 수십 년 이래 최악의 상태”라며 “민주 세력 중심이 지금은 민주당이지만 그 중심은 변할 수 있다”고 혹평했다.

약속이나 한 듯 이해찬 전 총리 역시 같은 날 “민주당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은 안하겠다”며 “민주당의 자기 혁신을 기대하지만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민주적 절차를 못 갖추고 지역주의에 빠진 정당정치는 더 이상 안하겠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8월 27일 ‘민주통합시민행동’(가칭)을 출범시키고 한명숙 전 총리와 공동대표를 맡아 민주세력 대연합론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에는 이해동 목사, 효림 스님, 김근태, 이창복 전 의원 등 재야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또한 ‘시민주권모임’(가칭)을 통해 친노 신당파 인사인 천호선 전 대변인, 이병완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당내 안희정, 백원우 의원과 전국적인 규모의 네트워크 구축을 꾀하고 있다. 천 전 대변인 등 신당파는 당초 10월에서 12월 시민세력을 중심으로 한 제3의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친노 인사들뿐만 아니라 민주당내 인사들 역시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지난 26일에는 추미애 의원이 한 포털 사이트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지금까지 옹졸하고 폐쇄적으로 당을 꾸려왔던 것 같다”며 “민주당이 많은 대오각성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진정으로 중산층, 서민정책을 실천 했는가”라고 반문한 뒤 “당 내부의 쇄신과 뼈를 깎는 노력을 선행하고 정당의 폐쇄적 구조를 전당대회 때 과감하게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화갑 대표 정치적 실험…성공 여부 ‘불투명’

노 전 대통령 서거이후 친노 인사들의 민주당 흔들기는 DJ 서거이후 동교동계 인사들이 바톤을 이어받고 있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한화갑 전 대표, 권노갑 전 고문, 김옥두 전 의원, 한광옥 전 대표 등이 선봉에서 서서 호남발 신당 창당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다분히 DJ 서거로 인한 구동교동계 인사들이 결집하고 흩어진 호남 민심을 하나로 묶는다는 복안이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인식한 정치 행보라는 게 민주당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한 전 대표는 DJ 서거이전부터 ‘정동영 전 의장과 함께 9월 민주당 입당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정 대표는 한 전 대표뿐만 아니라 정 전 의장에 대해서도 복당에 대해 탐탁치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에 한 전 대표는 복당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구심점 없는 호남, 특히 전남.광주를 중심으로 DJ 추모 열기를 활용해 세결집을 꾀할 계획이다. 한때 한 전 대표는 ‘리틀 DJ’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DJ 업적과 정치를 승계하고자 노력한 인물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 자체가 인지도 낮고 동교동계외에 확실한 지역기반이 없다는 점에서 정동영 전 의장측과 연대론을 흘리고 있다.

10월 재보선 전 정 전 의장이 민주당 복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당내외 관측이 높지만 만약 정 대표가 끝내 반대할 경우 정동영-한화갑 연대를 통해 지방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 DY가 광주.전남은 한 전 대표, 박광태 광주시장 등 동교동계 인사로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하겠다는 카드다.

한편 정 전 의장과 연대가 무산될 경우에는 한 전 대표는 친박 연대와 영호남 통합 명분을 내세워 지방선거를 치루겠다는 안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 대표시절에 박근혜 전 대표와 DJ연대를 통한 영호남 통합신당에 높은 관심을 보인 인사다. YS가 DJ서거이후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YS를 주축으로 한 상도동계와 DJ 동교동계가 만찬을 갖기로 하는 등 화해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박근혜 남자’이자 상도동계 인사인 김무성 의원을 통해 친박 연대와 연대 방안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꽃놀이 패’가 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게 아니다. 일단 확실하게 전남.광주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 전 대표가 연대를 모색하기위해서는 확실한 지분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전남 박준영 지사와 광주 박광태 시장의 지지는 필수적이다.

또한 동교동계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으면서 동교동계보 역시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전 대표가 최근 박 전 비서실장이 주도하고 있는 상도동계와 화해에 대해 “가해자가 화해하자고 일방적으로 선언해놓고 그게 화해가 되느냐”에 딴죽을 건 배경이다. 무엇보다 무주공산인 호남에서 확실하게 포스트 DJ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민주당, ‘신당창당설은 지방선거 지분챙기기일뿐’

그러나 한 전 대표의 이런 정치적 실험에 대해 민주당의 인사들은 ‘지분 챙기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한 전 대표가 정세균 대표로부터 민주당 복당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확인하고 복당을 위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DJ 서거이후 내년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지분을 갖기 위해서 압박하는 수준일뿐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정동영 전 의장실의 한 인사 역시 “한 전 대표가 정 전 의장이란 함께 복당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며 “복당관련 어떠한 (당 지도부로부터) 언질도 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나아가 전북을 중심으로 한 DY신당관련 “말도 안된다”며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얘기일 뿐”이라고 민주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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