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체면이 말이 아니네
달러 체면이 말이 아니네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12-04 10:37
  • 승인 2007.12.04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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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달러 안 받는다

최근 들어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체면이 말이 아니다. 달러가치가 계속 떨어지자 아예 달러를 받지 않는 곳이 생겨날 정도다. 미국의 체면을 완전히 구기는 일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FT)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인도의 관광지에서 입장료를 달러화로 받지 않고 자국 통화인 루피만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인도의 타지마할 등 관광명소는 지난 몇 년간 외국인관광객에 한해 달러로 입장료를 받았는데 최근 달러가치가 곤두박질치자 달러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것.

이들 관광명소는 5달러 정액요금을 받았는데 이 요금은 1달러 당 50루피일 때 정해졌다고 한다.

최근 달러 약세로 1달러당 39루피까지 추락하자 그만큼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관광 업소들이 손해 보지 않으려면 입장료를 올려 6달러 41센트를 받아야 한다는 것.

업소들은 입장료를 올리는 것도 번거롭고, 달러를 매일 바꿀 수도 없어 자국통화인 루피로만 입장료를 받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 슈퍼모델인 지벨 번천은 최근 신규계약을 하면서 계약금을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로 줄 것을 요구한 일이 있다. 달러는 갖고 있어봐야 가치가 떨어져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한 랩가수 제이지는 최근 선보인 뮤직비디오 ‘블루매직’에서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뉴욕의 밤거리를 다니면서 돈다발을 흔드는데 그 돈이 달러가 아닌 유로화였다고 한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달러 약세로 경제운용이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달러에 반기를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아세안회의에 참석한 원자바오는 중국이 외환보유액이 많은데다 달러가치마저 떨어져 경제운영이 어렵다고 푸념했다.

외환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을 자랑하는 말 일 수도 있고, 외환보유고를 핑계로 약 달러 정책을 지키고 있는 미국의 심기를 의도적으로 건드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실제로 외환운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환율문제를 다루는 공무원, 연구기관, 언론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면 몰라도 총리 입에서, 그것도 국제회의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말이어서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중국이 언제든지 미국에 대해 ‘달러전쟁’을 선포할 수도 있음을 뜻하는 말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미국은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경상적자를 줄이는 방편으로 약 달러정책을 지키고 있다. 이게 중국이나 유럽 등으로부터 비난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물건을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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